SK이노, 석유사업 회복에 영업익 1.7조 흑자전환…4분기 일회성비용 발목

정유, 2조원대 영업적자서 1조 1616억 이익 턴어라운드
4분기 임직원 자사주지급 등 비용 커져 영업손실 473억
배터리 사업, 4분기 첫 1조원대 매출…7분기 연속 상승세

SK이노베이션이 국제유가 급락, 코로나19로 인한 업황악화 등 미증유 악재에 부딪쳤던 2020년의 악몽을 뒤로하고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조원대 적자로 신음했던 석유부문이 대규모 흑자로 전환됐고 비정유 부문의 약진이 더해져 턴어라운드가 이뤄진 모습이다. 다만 4분기엔 일회성 비용 발생 등에 발목 잡혀 적자로 지난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직전년도 국제유가 급락세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부진에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BEP)을 지속적으로 밑돌면서 2조 5688억원의 영업손실을 감내해야 했으나 지난해엔 유가와 정제마진 모두 주력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두바이유 기준 유가가 2020년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지는 등 부침을 겪었으나 작년엔 연초 50달러대에서 연말 70~80달러 수준까지 꾸준히 상승세를 나타낸 바 있다.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정제마진도 점진적 개선세를 내비쳐 하반기엔 BEP로 평가되는 배럴당 4~5달러 수준을 넘어서 월평균 최고 7.5달러로 고점을 찍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은 주력인 석유사업에 있어 재고평가이익 등을 불러 전년도 2조 2228억원 영업적자에서 지난해 1조 1616억원 흑자로 돌아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여기에 윤활유 사업도 전년도보다 266.5% 늘어난 960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화학사업도 1212억원 손실에서 1616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미래 먹거리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배터리 사업은 683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나 전년도보다 90% 늘어난 3조 398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상반기 상업가동이 시작된 중국 옌청과 혜주 공장 등 해외 배터리 공장에서 판매량이 늘어난 영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미국 1공장과 헝가리 2공장이 상업가동을 시작하면 포드, 폭스바겐 등 고객사 판매물량이 대폭 증가할 예정"이라며 "올해 연간 매출액도 6조원대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4분기의 경우 연결기준 매출액 13조 7213억원, 영업적자 473억원, 당기순이익 163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이 76.0% 늘고 순이익은 흑자로 전환됐으나 영업이익은 적자가 이어지게 됐다. 전분기 대비로는 영업이익 적자전환, 순이익 68.0% 감소, 매출만 10.1% 증가로 기록됐다.

석유사업이 유가와 제품 마진 상승 등 시황개선에도 불구하고 연말 유가하락에 따른 재고이익 감소와 일회성 비용 발생 등의 영향에 영업이익이 직전분기보다 23.7% 줄어든 2218억원에 그쳤고 윤활유사업도 2680억원으로 같은 기간 18.6% 이익이 줄었다. 4분기 유가는 10월 배럴당 80달러 수준까지 뛰었으나 약 한 달 만에 70달러 초까지 떨어지는 등 다소 널뛰기 행보를 보였다.

화학사업은 아로마틱 스프레드 하락에 따른 마진감소와 변동비 증가 등의 영향에 직전분기 844억원 이익에서 2090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배터리사업도 양산이 시작된 초기가동 공장 고정비 부담, 연구개발비 증가, 일회성 비용 등에 2000억원 가량 적자폭이 늘어난 30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나마 석유개발사업에서 판매량 증가 등에 힘입어 전분기대비 58.7% 증가한 1119억원의 이익을 거두며 전사 손실을 상쇄해냈다.

일회성 비용에는 반도체 수급 이슈 등으로 인한 유효기간 경과 자산, 임직원 상여 목적의 자사주 지급 등이 포함됐다는 게 SK측 설명이다. 이 회사는 4분기 초 계열 구성원에게 46만주 가량의 자사주를 지급한 바 있다. 다만 지난해 분기마다 개선세를 보이던 이익 흐름이 4분기 꺾이게 됐지만 2020년 분기기준 7조원대까지 떨어졌던 외형이 1년 내내 확장을 거듭해 2년 만에 13조원대까지 회복된 부분은 긍정적이다. 특히 배터리 사업은 2020년 1분기 2888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 1조 665억원으로 첫 1조원 돌파까지 7분기 연속 가파른 매출 증가세를 내비쳤다.

SK이노베이션은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올해도 배터리, 소재 등 성장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지출이 이뤄질 예정이고 재무구조 영향도 고려해 무배당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했다. 이에 대해 이사회는 "주주에 대한 신뢰 제고와 주주 환원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의 필요성을 고려해 논의 끝에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부결 처리했다. 회사측은 "이사회의 의견과 결정을 반영해 2021년도 배당안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한 뒤 확정되는대로 향후 공시 등을 통해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지난해에는 경영환경과 시황 변동성의 영향으로 시장 전망에 비해 다소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며 "이러한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고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 전략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해 넷 제로(탄소중립)를 반드시 달성하고 더 큰 수확을 위한 빅피쳐(Big Picture)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