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만 남고 내용 없던 국가행사...서사 담고 싶었다"
"대통령 책상 위 물 한 잔 옮기도 것도 상당히 어려운 일"
'쇼 안 하겠다' 尹 비판엔 "만약 대통령 되면 눈여겨볼 것"
"文 신년 기자회견, 오미크론 대응·대선 때문에 뒤로 밀려"
◆…대통령비서실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지난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탁 비서관은 지난 27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진행자가 '탁현민이 쇼를 잘해서 대통령만 돋보이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있다고 언급하자 "대한민국 국격을 드러내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국내든 국외든 대통령의 품격을 드러내는 것이 대통령 개인의 자질이나 홍보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서 했던 일이기 때문에 그것을 비난한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문제점은 쇼와 자화자찬이다'라며 '저는 쇼를 안하겠다'고 비판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발언에 대해서는 "윤석열 후보가 얘기하는 쇼라는 게 크게는 국가의 공식 기념행사부터 또 해외순방 때 우리나라 국격을 드러내는 일들인데 그런 것들을 하지 않고 어떤 방법들이 있는지 만약 대통령이 되시면 눈여겨보면 될 일"이라고 꼬집었다.
탁 비서관은 "제가 청와대에서 이른바 국가행사들을 담당하게 되면서 가장 먼저 느꼈던 점은 형식만 남고 내용이 없구나라는 것"이라며 "그러니까 우리가 건국 이래 지금까지 여러 국가 기념행사들을 진행했고 또 국가 차원의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이게 세월이 흐르다 보니 그 내용은 사라지고 형식만 남은 것이다"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면 광복절은 광복의 기쁨이 드러나야 하는데 그런 것들은 사라지고 의례만 남아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제가 많이 노력했던 부분은 성공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얘기를 담고 싶었다"며 "서사라고 해도 좋고 스토리텔링이라고 해도 좋은데 우리가 왜 그런 기념행사들을 만들었고 또 기념할 만한 것들 혹은 추억할 만한 것들을 국가의 이름으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서사를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탁 비서관은 형식에 서사를 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는 질문에 동의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 책상 위에 있는 물 한 잔을 옮기도 것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며 "그동안에 해왔던 관례가 있고 그 물 잔이 그 위치에 있는 이유가 있다. 그런데 그거보다 중요한 건 뭐 우리 눈앞에 있는 현실을 부정하는 것들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새로운 형식이나 새로운 내용을 담아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탁 비서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임기 시작부터 탄핵 이후에 국가적인 위기에서부터 시작했고 그다음에 일본으로부터 위협받았던 위기도 있었고 또 코로나 위기도 있었다"며 "연속해서 언제나 위기 상황에 대응하면서 애초에 우리가 계획했던 혹은 꿈꿨던 것들을 많이 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취소'와 관련해서는 "일단 오미크론 대응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고 또 이후에 대선이 바로 있어서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다"며 "아무래도 좀 더 논의는 해봐야겠지만 취소라기보다는 조금 뒤로 밀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탁 비서관은 향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 "특별히 새로운 일을 한다기보다는 대통령 퇴임까지 큰 무리 없이 옆에서 잘 보좌하고 퇴임 후에 대통령과 멀지 않은 거리에서 우리가 해왔던 일들에 대해서 정리하는 역할들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