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코로나 무관용' 정책에 외국 고급인력 떠나

23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홍콩에서 일하는 금융서비스를 포함한 외국인 전문직 종사자들이 홍콩을 떠났거나 떠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액 연봉의 금융 변호사인 타니아 시브리는 지난해 말 홍콩의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조처를 벗어나고자 호주로 되돌아갔다.

시브리는 "홍콩은 호주에 사는 가족과 가까웠다"면서도 "아이들과 함께 호텔에서 오랫동안 격리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콩 전체 인구 740만 명 가운데 지금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1만3286명 수준으로 주변 지역 가운데 가장 낮은 축에 속하나 홍콩은 중국의 '코로나 무관용' 정책을 따르고 있다.

홍콩은 지난 2년 동안 엄격한 방역 조처를 시행해온 가운데 외국인이 입국하면 예방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3주 동안 호텔 격리를 자비로 해야 한다.

홍콩 소재 인력 중계업체 관계자들은 홍콩에서 지난 일요일 신규확진자 140명이 발생해 홍콩 정부가 방역 조처를 완화할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많은 외국인이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며 "글로벌 은행과 자산관리사, 법무법인에서 올해 첫 보너스가 지급된 뒤 많은 사람이 퇴사할 것을 본다"고 말했다.

이어 "홍콩에 여름이 오면 대다수 사람이 이런 정책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할 때가 올 것"이라며 "은행업에 종사한다면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게 훨씬 낫다"고 밝혔다.

홍콩 미국상공회의소(AmChamㆍ암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 이상이 해외여행 제한을 주요 요인으로 꼽으며 홍콩을 떠날 수 있다고 답했다.

타라 조셉 회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자산관리 부분에서 훈련된 인재가 부족하다"며 "규제가 지속한다면 인재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산업관계자들은 자산관리부분 일자리가 중국에서 온 인재들로 채워질 것이라 본다고 전했다.

홍콩 정부는 코로나19와 싸우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며 금융허브로써 홍콩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인재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대변인은 "홍콩은 계속해 국내와 국외의 인재들을 계속 모을 계획이다"며 "정부는 홍콩 경제와 금융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정부에 따르면 2020년 중반부터 1년 동안 홍콩을 떠난 사람이 전체 인구의 1.2%, 7만5000명에 달했다.

지난해 취업비자 신청자도 예년에 비해 3분의 1가량 줄어든 1만73명으로 집계됐으며 금융부분 취업 비자 신청자도 23% 줄었다.

세계적 인력 중계업체 로버트 월터스에서 중국 남부지역과 홍콩을 담당하는 존 멀리 국장은 "홍콩으로 사람들을 데려오는 제안이 성사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족이 없는 매우 젊은 사람들만 일을 할 수 있다"며 "도시에서 금융 서비스 부분 인재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크리스티안 브룬 웰즐리 대표이사는 싱가포르가 최대 수혜국이라고 전했다.

그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고위 임원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선택권이 있다면 사람들이 싱가포르에서 살 길 희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