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델 "좋은 대학에 입학하지 않아도 적정한 수준의 삶을 누릴 수 있어야"
이재명 "'소수점 차'로 결판내는 정시가 공정한가? 공정한 것은 정의로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 이벤트홀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의 주제로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이번 대담에는 온라인을 통해 공개 모집한 국민참여단 현장 패널 15명도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의 저자로 잘 알려진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21일 한국의 치열한 입시현실을 다룬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관심 있게 봤다며 "좋은 대학에 입학하지 않아도 적정한 수준의 삶을 누릴 수 있게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샌델 교수는 이날 오전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의 대담에서 '대학 입시경쟁에서의 불평등 해소방안'으로 노동의 존엄성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존중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샌델 교수는 "대다수 한국인들이 한국이 굉장히 불평등, 불공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놀랐다"며 빈부격차, 즉 양극화가 심화하는 원인으로 "공정하다는 착각"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빈부격차를 먼저 해결하는 게 첫 번째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샌델 교수는 "기득권층은 자신의 성공을 모두 스스로 만든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기득권층에 대한 책임의식과 부채의식이 전혀 없다"며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성공에 운이 크게 작용했다는 걸 간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훌륭한 부모와 교사들, 사회적 지원을 의식하지 못하고 오만과 자만에 빠지게 된다. 엘리트 계층은 '내가 노력해서 입학했고 성공했다'고 말한다"며 "이런 태도가 미국 정치상황에 포퓰리즘이 유행하게 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샌델 교수는 "우리는 능력주의가 공정하다고 믿으며 능력주의를 '낙하산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는 자제들은 부유층이다. 더 평등한 사회를 위한 능력주의의 시작이 불평등을 악화하는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지 못한 사람들이 사회적 존중과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되는 또 다른 원인은 노동에 관한 존엄성이 인정되지 않는 사회에 있다"며 "트럭 운전사, 간호사, 창고물류 직원 등 우리가 평소 간과해왔던 노동자들이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바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상위권 대학에 164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정을 지원하면서도 기술적 훈련이나 취직을 위한 교육에는 굉장히 적은 예산을 배정한다"며 "기술 훈련과 취업을 위한 지원을 늘리는 것이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일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샌델 교수는 기술주의에 대한 맹신도 경계했다. 그는 "정부는 일반 노동자들이 대체되지 않도록 그들의 일자리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들에게 적정한 수준의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더 공평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심각한 빈부격차를 어느 정도 해소해야 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의 배경에 상관없이 모든 구성원이 공공선(善)에, 정치에 참여해 사회적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득권층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의사가 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잘 반영되지 않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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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소수점 차'로 결판내는 정시가 공정한가? 공정한 것은 정의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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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 이벤트홀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의 주제로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이번 대담에는 온라인을 통해 공개 모집한 국민참여단 현장 패널 15명도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샌델 교수의 팬임을 자처한 후보는 "교수님께서 최근 '공정하다는 게 보기만큼 공정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하셨는데 제가 현실적으로 한국 정치에서 고민하고 있는 의제와 너무 일치해서 깜짝 놀랐다"며 공감대를 드러냈다.
이 후보는 "자본과 역량이 특정 소수에게 편중되면서 자원과 기회를 못 누린 사람들은 의욕을 잃었고 자원의 비효율적인 사용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며 "적은 기회를 놓고 경쟁하다 보니 청년세대엔 경쟁 탈락이 생존 문제가 돼 버렸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회가 적으니까 경쟁이 전쟁이 되고 친구는 적이 돼 가는 상황"이라며 "'시험 최종 결과만으로 결과를 내야지 왜 소수나 약자를 배려하느냐'는 생각에 빠지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능력주의가 극단적으로 발휘되는 게 학력주의인데 한국 사회도 예외가 아닐 것 같다" "형식적으론 평등하지만 실질적으론 평등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출발점을 바꿔줘야 한다"며 장애인과 취약계층을 위한 '할당제'를 강조했다.
또 샌델 교수의 저서에 기술된 "신분제 사회에선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낄 수 있지만 능력주의로 포장된 사회에선 각자 만들어낸 능력의 결과물에 어떤 부채의식도 갖지 않을 수 있다" "대학입학에서 추첨제도가 더 공정하지 않을까"라는 구절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대담이 끝난 후 국민참여단 패널들과의 플로어토론에서 '공교육 변별력 높이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받고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어서 본인은 언제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정시와 수시 비율을 조정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게 바탕은 같다"며 "수시는 못 믿겠으니 정시 0.00몇 점 차(소수점 차이의 점수)로 결판내야 공정하다는데 요즘 '과연 공정한 것은 정의로운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