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나토가 러시아 위협”…핵미사일 배치로 대응할 수도

英 총리와의 통화에서 “나토의 군사적 확장이 러시아 안보에 직접적 위협”

라브코프 러 외무차관 “나토의 계획에 대응해 러, 중거리 핵미사일 배치할 수도”

2019년 미국 탈퇴한 '중거리핵전력 조약'(INF) 언급…군사적 긴장 고조

주요 7개국(G7)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 강력한 경고를 보낸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의 군사 활동이 오히려 러시아를 위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같은 날 세르게이 라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러시아가 나토에 대한 대응으로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 모든 일이 나토 동맹국들의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군사적 확장이 러시아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배경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벨라루스 난민사태에 더해 러시아가 국경 지역에 군사력을 증강하면서 현재 서방국과 러시아의 무장대치 상황이 고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르면 내년 1월 말 러시아가 17만5,000여 명의 군 병력을 투입해 우크라이나 국경을 침공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한 바 있다.

반면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탈환한 러시아는 최근 미국이 주장하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시나리오’를 전면 부인하며 나토와 서방국의 위협적인 행동에 대응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존슨 총리는 전날 G7의 경고에 이어 푸틴 대통령에 “어떠한 불안정한 행동도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전략적 실수일 것”이라고 경고하며 “우크라이나 국경에 러시아군을 증강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이 가운데 라브코프 외무차관이 나토의 계획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가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히며 군사적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그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매체 RI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서방이 '중거리핵전력 조약'(INF)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도 이에 대한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INF 조약은 1987년 냉전 시대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체결한 조약이다.

이는 사거리 500∼1천km 단거리와 1천∼5천500km 중거리 지상 발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시험, 실전 배치를 전면 금지한 것으로 미-소 군비 경쟁을 종식하는 토대가 된 조약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은 2019년, 러시아가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며 INF에서 탈퇴를 공표했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학의 게르하르트 망고트 러시아 외교정책 및 군비 통제 전문가는 러시아의 이번 경고가 “동결협정에 대한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는 나토에 대한 마지막 신호”라고 말하면서도 러시아가 이미 우랄산맥 서쪽에 이 시스템을 배치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전날 12일(현지시간) G7과 유럽연합(EU) 외교장관들은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사흘간의 장관회의를 가진 후 러시아에 대한 별도의 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적인 군사적 침략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그에 따른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