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국 탈레반 약속 이행을 위한 지렛대로 자금 동결…경제 침체 직면한 아프간
국경 맞댄 中·파키스탄, 식량과 의료 물자 제공해…향후 밀접한 관계 의지
中일대일로, 아프간에 장기적 경제 생존 가능성…탈레반도 CPEC 가입 의지
◆…지난 7월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중국 텐진을 방문한 물라 압둘 다니 바라다르 <사진 로이터>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주 탈레반이 새 임시정부 구성을 발표한 이후 약속한 원조 약속 중 3천1백만 달러 상당의 식량과 의료 물자를 보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파키스탄 또한 지난주 식용유와 의약품 등의 물자를 보냈고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국제사회에 아프간에 대한 조건 없는 지원과 자금 동결 해제를 촉구했다.
현재 아프간은 자금 부족으로 인한 경제 침체에 직면해 있다. 지난주 데보라 라이언스 UN 아프간 특사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보고를 통해 아프간 내 경제와 사회 질서의 완전한 붕괴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현재 미국과 주요 7개국(G7)은 여성의 권리와 국제법을 존중하겠다는 탈레반의 약속을 이행시키기 위해 그들의 자금 약 90억 달러를 동결시킨 상태다.
아프간 중앙은행은 70억 달러를 채권과 금 형태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에 20억 달러를 국제결제은행(BIS)과 세계은행(WB)에 예치하고 있다.
하지만 라이언스 대사는 이 같은 자금 부족이 아프간의 심각한 경제 침체를 초래해 수백만 명의 아프간인이 가난과 굶주림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며 “더 많은 자금지원이 없다면 아프간은 수 세대 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자금 부족이 가져올 또 한 가지 부작용은 이런 상황에서 아프간이 이미 원조를 시작한 파키스탄과 중국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파키스탄은 아프간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목표가 아프간에 대량 비축된 전기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리튬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중국이 탈레반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신장지구 이슬람 소수 민족인 위구르족 등의 정치적 문제가 포함돼 있다.
중국과 아프간은 국경을 좁게 접하고 있으며 중국은 아프간이 이 지역 내 분리주의자들의 집결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들과 관리들은 중국의 일대일로(BRI·: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계획이 아프간에 장기적인 경제적 생존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이 아프간과의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하고 아프간의 인도적 물자에 대한 접근을 촉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탈레반 또한 현재 투자 유치를 위해 중국을 반기고 있는 입장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일대일로의 중심국가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참여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CPEC은 일대일로의 대표적 사업으로 중국과 파키스탄이 2013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아프간 내 불안정한 안보 상황의 리스크 뿐 아니라 탈레반과 위구르족 문제의 본질적 갈등을 지적하며 중국 투자 확대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로위 연구소의 로저 샤나한 박사는 “아프간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은 커다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중국이 탈레반 통치의 본질에 큰 우려를 하지 않고 있고 탈레반은 중국 투자를 환영하며 신장지역 위구르족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