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11 테러 기밀문건 20년만 공개…사우디 개입 증거는 없어

사우디 개입 의혹 제기한 희생자 유족 요구로 바이든 공개 지시

개입했다는 결정적 증거 없어…CIA 국장 “유족 만족할만한 답변 얻지 못할 것”

9.11테러 20주년을 맞이해 미연방수사국(FBI)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테러 납치 연루 의혹과 관련된 기밀 해제 문서를 지난 11일(현지시간) 처음으로 공개했다.

로이터통신·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16페이지 분량의 문건에는 납치범들과 사우디 정부 관리들 간의 접촉 사실이 담겨있지만, 당시 사우디 정부가 3,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에 공모했는지에 대한 결정적 증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테러 희생자의 유족들은 사우디 정부의 9.11테러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문서의 공개를 요구해왔다. 당시 테러에 가담한 납치범 19명 중 15명은 사우디 출신이었다.

이에 이달 초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법무부에 해당 문건의 기밀 해제와 공개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8월, 미 법무부는 FBI가 당시 비행기 납치범과 공모 의심자 간 조사를 완료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건은 또한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한 학생으로 알려진 사우디인 오마르 알-바유미가 납치범 중 최소한 두 명에게 물류 지원을 했다는 의혹을 조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FBI는 문건에 그가 두 납치범을 돕기 위해 “여행 지원, 숙박 및 자금지원”을 제공하는 데 깊이 관여했다고 기술했다.

하지만 사우디 정부가 테러에 가담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4년 설립된 미 의회의 9.11 위원회도 알-바유미가 사우디 정보 요원이거나 납치범을 지원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사우디 정부나 사우디 고위관리들이 (테러에) 개별적으로 자금을 지원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건 공개에 앞서 전 국방장관이자 CIA 국장인 리언 파네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가 만족스럽다면서도 희생자의 유족들이 테러와 사우디 연관성의 결론에 대해 만족할만한 답변을 얻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는 테러에 대한 개입을 부인해왔다.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테러에 대한 미국의 기밀문건 공개를 환영한다며, 그 문서가 사우디의 결백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