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첫 민간비행 대피 재개에도 UN “인도주의적 위기 경고”

미 철군 후 첫 민간비행 외국인 대피…외국인 113명 카타르 도하에 무사히 착륙

UN “아프간, 자금 부족으로 경제와 사회 질서의 완전한 붕괴 위험에 처해”

탈레반 약속에도 여성 탄압 보도 증가…反탈레반 시위 취재기자 탈레반에 구금·폭행당해

미군 철수 이후 9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에서 민간 항공기를 통한 외국인 대피가 처음으로 이뤄졌지만 같은 날 UN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아프간 내 인도주의적 재난과 여성 인권에 대한 탄압을 보고했다.

◆ 미군 철수 후 첫 민간비행 외국인 대피

로이터통신·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인 수십 명을 포함한 113명의 외국인을 태운 민항기가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카타르의 도하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지난달 15일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한 후 카불공항의 혼란 속에서 12만4,000여 명의 외국인과 아프간인들이 대피했지만, 31일 미군 철수가 만료된 이후 이뤄진 민항기 비행은 처음이다.

무트락 빈마제드 알-카흐타니 카타르 특사는 이날 비행이 대피가 아닌 일반 비행이라고 밝히며 10일(현지시간)에도 또 다른 민항기가 운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과 영국 등 몇몇 국가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탈레반이 다른 국가에서 여행 허가를 받은 모든 외국인과 아프간 시민들의 출국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인도주의적 재난 위기와 경기침체  

이번 주 새 임시정부 구성을 발표한 탈레반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며 순조로운 시작을 보였지만, 이날 UN은 안보리에 아프간의 인도주의적 재난에 대해 보고했다.

데보라 라이언스 UN 아프간 특사는 안보리 보고를 통해 “아프간이 자금 부족으로 인한 경제와 사회 질서의 완전한 붕괴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과 주요 7개국(G7)은 여성의 권리와 국제법을 존중하겠다는 탈레반의 약속을 이행시키기 위해 그들의 자금 약 90억 달러를 동결시킨 상태다.

아프간 중앙은행은 70억 달러를 채권과 금 형태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에 20억 달러를 국제결제은행(BIS)과 세계은행(WB)에 예치하고 있다.

라이언스 특사는 이 같은 자금 부족이 아프간의 심각한 경제 침체를 초래해 수백만 명의 아프간인이 가난과 굶주림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며 “더 많은 자금지원이 없다면 아프간은 수 세대 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안보리 이사회에 “탈레반에 인권, 성별, 대테러 관점에서 진정성을 보일 기회를 몇 달 더 줘야 한다”고 말했다.

◆ 여성 인권 탄압과 反탈레반 시위    이 가운데 수도 카불에서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새 임시정부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라이언스 특사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는 탈레반 지도부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20년 전 탈레반이 통치했을 당시와 유사한 여성 탄압에 대한 보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안보리에 “탈레반이 남성 보호자가 없는 여성이 공공장소에 나타나는 것을 금지하고 여성의 일할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는 보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여학생들과 소녀들의 교육 접근 또한 제한당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탈레반은 새 정부 내각에 여성을 한 명도 포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미 정부 지원을 받던 여성부를 해체했다.

또한 전국 곳곳에서 여성을 지지하는 비정부 기구와 외신 기자들 또한 탈레반의 표적이 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간지 에틸라트 로즈(Etilaat Roz)의 편집장 자키 다랴비는 소셜미디어(SNS)에 두 명의 기자가 카불에서의 여성 시위를 취재한 이후 경찰에 구금돼 폭행당한 사진을 게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