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동결로 탈레반 해외은행 보관된 약 90억달러 접근 못 해
은행마다 현금 인출 위한 인파 몰려…생필품 가격 50%나 올라
금융종사자·기술자 모두 아프간 떠나…정상적 금융시스템 가동 어려워
가뭄·빈곤 인도주의적 재앙 경고…UN “구제 위해 국제기금 3억달러 필요”
◆…카불 한 은행에서 현금 인출을 위해 몰린 인파 <사진 로이터>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지 약 2주가 지났지만, 행정 공백 속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의 가장 긴급한 과제는 경제 붕괴다.
현지 은행이 다시 영업을 시작했지만, 현금 부족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탈레반은 엄격한 인출 제한조치 하에서 아프간 내 은행들에 다시 문을 열라고 명령한 상황이다.
미국이 아프간 중앙은행 자산을 동결한 데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특별인출권(SDR) 배정을 보류하고 금융지원을 중단하면서 탈레반은 현재 대부분 해외은행에 보관된 약 90억 달러의 자산에 접근할 수 없다.
이에 최근 아프간 내 현금을 찾기 위한 인파가 몰리면서 물가가 치솟고 있다. 밀가루 식용유 등 생필품 가격은 최대 50%나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 부족으로 많은 상점과 사무실의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으며 외국군의 철수와 대피 작전이 끝났음에도 탈레반은 관공서와 병원 등을 다시 여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카불 시민 젤가이는 “지금은 모든 것이 비싸고 물가가 매일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 23일 탈레반은 새로운 중앙은행 총재 권한대행에 하지 모하마드 이드리스를 임명했지만 별다른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주 이드리스 총재 권한대행은 아프간 은행협회 회원들과 금융 전문가들과 회의를 가졌지만, 여전히 유동성과 물가 상승에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 전문가들은 아프간 은행 종사자들의 부재로 금융시스템을 다시 가동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한 은행원은 “상급 경영진을 포함한 기술진들이 모두 아프간을 떠나서 어떻게 경영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인도주의 단체들은 수도 외곽에서 극심한 가뭄으로 농민들이 피해를 보고있고 수천 명의 빈곤층이 도시로 피난처를 찾아오면서 재앙이 임박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아프간의 인도주의적 비상사태를 위해서는 국제기금 약 3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방국은 탈레반을 아프간의 공식 통치자로 인정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고위 관계자는 “EU는 탈레반과 협력할 필요가 있지만, 탈레반을 아프간의 새로운 통치자로 공식 인정하는 것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남겨진 미국인들과 합법적인 영주권자들의 대피를 위해 모든 선택권과 경로를 검토하고 있다. 빅토리아 눌랜드 국무차관은 “미국은 탈레반과 계속 대화할 것”이라며 “아프간 정부에 이익을 주지 않고 지원을 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프간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파키스탄의 외무장관은 아프간이 수일 내에 새로운 정부에 합의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