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선택 방지' 조항 놓고, 국힘, 경선 주자간 극한 대립

'이준석-윤석열 갈등'에 이어 '역선택 방지' 조항 놓고 갈등 첨예화

유승민 "정홍원, 윤석열 위한 경선룰 만들거면 선관위원장 사퇴하라"

"역선택 방지 넣는 순간 공정 경선 끝장…제2의 이한구 되려는가“ 직격

홍준표 "당 호남 동행, 전부 거짓된 행동인가?...대선판 망치려는 이적행위"

국민의힘 대선 경선버스가 30일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하지만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놓고 후보들 간 신경전이 첨예화되면서 ‘이준석-윤석열 갈등’에 이어 또다시 내홍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초 국민의힘 경선위는 여권 지지층의 역선택에 대한 방지 조항을 경선룰에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야권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도입 찬성 입장이고 최근 지지율 상승세인 홍준표 의원과 유 전 의원은 반대 입장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31일 정홍원 당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을 향해 "오직 윤석열 후보만을 위한 경선룰을 만들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정 위원장은) 경선준비위원회와 최고위원회가 이미 확정한 경선룰을 자기 멋대로 뜯어고쳐서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으려고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는 순간 공정한 경선은 끝장난다"며 "그런 식으로 경선판을 깨겠다면 그냥 선관위원장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유 전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180석도 자신 있다고 큰소리치던 우리 당은 겨우 122석을 얻고 기호 1번을 민주당에 빼앗겼다. 그 이유는 청와대의 지시대로 공천 전횡을 일삼던 이한구 공관위원장 때문이었다"라며 "정 위원장은 제2의 이한구가 되려고 하냐"라고 직격했다.

이어 "국민의 평가가 시작되니까 지금 지지율이 빠지고 있는 후보에게 정권교체와 당의 운명까지 걸고 같이 추락하자는 것이냐"라며 "선관위가 특정 후보를 위한 불공정한 룰을 만들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유 전 의원은 앞서 지난 29일 페이스북에도 '역선택 방지? 과연 정권교체 의지가 있기는 있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윤석열 후보가 정홍원 선관위원장을 8월초 만났다고 한다"면서 "정홍원 선관위원장께서는 대선후보 경선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조항'이라는 걸 넣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졌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대선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운운하는 건 정권교체를 포기하는 행위"라며 "당권만 잡으면 그만이냐. 정권을 잡으려는 목표는 어디 갔나?"라고 격앙된 어투로 말했다.

또한 "선관위가 윤석열 후보를 위한 불공정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역선택 방지가 안 되는 이유를 분명히 밝혀 둔다"면서 "역선택 방지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우리 지지자가 될 수 있는 유권자들을 배제하고 정권교체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본선 승리와 정권교체 아니었나?"라면서 "확장성을 포기하는 건 정권교체를 포기하자는 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외에도 유 전 의원은 역선택 방지를 가장 강하게 주장하는 측은 윤석열 후보측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2007년 8월 이명박-박근혜 후보간 경선 당시의 여론조사에서도 역선택 방지가 없었고, 2012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2017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역선택 방지 조항이 없었음을 강력 주장했다. 홍준표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역선택 조항'과 관련해 "참 어이가 없는 논쟁"이라면서 "호남에서 지지가 올라간다고 역선택 운운 한다면 그간 당이 한 호남 동행 운운은 전부 거짓된 행동이였던가요?"라고 힐난했다.

홍 의원은 "우리당 취약 계층인 2~40대에서 약진하여 이기고 영남에서도 박빙으로 붙고 호남에서 절대 우위에 서 있다고 그걸 역선택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바보도 있다"며 "이미 경준위에서 확정하고 최고위에서 추인한 경선룰을 후보자 전원의 동의 없이 새로 구성된 당 경선위에서 일부의 농간으로 이를 뒤집으려고 한다면 경선판을 깨고 대선판을 망치려고 하는 이적행위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눈에 보이는 뻔한 행동들은 그만하라"면서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보고 있다"고 선관위를 질타했다.

홍 의원은 당지지율과는 다르게 자신의 호남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은 역선택이 아니라 호남 공약 등에 따른 것임을 주장했다.

그는 과거 광주지검 강력부 검사 때 광주·전남지역 조직 폭력배 소탕 한 일과 이를 계기로 1993년 슬롯머신 사건(모래시계) 등을 언급하면서 "광주·전남 분들은 우리 당에는 거부감이 있어도 홍준표에게는 거부감이 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전남에서 '방위 복무', '전북 처가, 전북 사위 호응','전북 새만금지역 개발' 등 파격적인 공약에 전북이 술렁이고 있기 때문에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음을 피력했다.

나아가 "직선제 이후로 여태 단 한번도 우리당이 호남 득표율을 10%  넘긴 일이 없었는데, 번에는 호남득표율을 20%까지 해 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한편 선관위는 여론조사에서 여당 지지자들을 제외할 지 여부를 다음달 15일 1차 컷오프를 위한 여론조사 1주일 전 쯤 결정할 방침이어서 후보들간 신경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 지지층 지지율이 높은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역선택 방지가 유리한 입장이지만, 상대적으로 열세지만 호남권과 민주당 등 진보층의 지지율이 높은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의 경우 그 반대 입장인 셈이다.

정홍원 당 선관위원장은 앞서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준위가 준비한 안은 하나의 안에 불과하다"며 "전부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핵심 쟁점인 역선택 방지 도입 여부에 대해선 "제 입장은 완전히 중립적"이라며 "무엇이 가장 논리적이고 상식에 맞는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선택 방지에 반대하는 일부 후보에 대해선 "선수가 심판하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로 부적절하다"면서 "선관위가 고심해 내놓은 결론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따라줘야, 그래야 경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