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글로벌 보건 정상회의에서 접종 불균형 문제 해결
WHO "지금까지 아프리카로 간 백신은 1%에 불과"
남아공 대통령 "우리는 수치심에 고개를 숙여야 한다"
WHO 사무총장 "백신 개발은 과학의 승리, 보급은 인류의 실패 "
◆…로마에서 열린 G20 글로벌 보건 정상회의 (사진 로이터)
주요 선진국과 대형제약사가 개발도상국과 방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21일(현지시간) 약속했다.
부유한 선진국이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대규모 접종을 통해 감염을 줄이고 있으나 가난한 개발도상국에선 백신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마스크도 부족해 코로나19가 크게 퍼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 세계에 약 15억 3000만 회분이 투여됐으나 이 가운데 1%만이 아프리카에 투여됐다.
21일(현지시간) 열린 화상 글로벌 보건 정상회의에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우리는 수치심에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린 전 세계적인 전염병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생명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이익 뒤에 숨지 말고 모든 무기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보건 정상회의는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이탈리아와 EU가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고 미래의 또 다른 대유행 예방 대책을 강구하고자 공동 개최한 행사다.
정상회의에 참가한 지도자들은 백신 생산을 늘리기 위해 자발적인 라이선스와 기술 이전을 요청했으나 제약사들의 특허권 포기에 관한 합의는 없었다.
화이자/바이오앤테크는 올해 개발도상국에 백신 10억 회분을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며 다음 해에도 10억 회분을 추가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존슨앤드존슨은 WHO가 공동 주관하는 백신 공유 프로그램인 COVAX에 백신 2억 회분을 제공하기로 했다.
유럽연합은 아프리카에 백신 제조 시설을 만들기 위해 10억 유로를 출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다음 대유행을 준비하기에 앞서, 우리의 우선순위는 현재의 대유행을 함께 극복하는 것"이라며 "전 세계에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개발도상국 회복을 위해 앞으로 3년 동안 30억 달러를 지원하고 공정한 백신 보급을 위한 국제포럼을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백신 생산을 늘리고 공평한 보급을 바라기에 백신 특허권 포기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일부 유럽 국가들은 백신 병목 현상을 일으키는 미국의 무역 장벽을 먼저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기존 국제 협약을 통해 국가 비상시엔 제약사들이 그들의 라이선스를 공유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모든 이에게, 모든 곳에 코로나19 백신이 공급돼야 한다면서 유럽은 올해 말까지 중·저소득 국가에 최소 1억 회분의 백신을 기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2년 말까지 세계 인구의 60%를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목표 아래 500억 달러 규모의 기금 조성을 제안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자선가는 백신 초도물량 10억 회분 가운데 80%가 부유한 나라로 갔으나 가난한 나라엔 0.2%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이 엄청난 격차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불필요하게 죽을 것"이라며 "즉각 자금과 백신 공급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코로나19 백신의 빠른 발전은 과학의 승리나 백신의 불평등한 보급은 인류의 실패"라고 밝혔다.
<제공 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