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10년간 SK배터리 수입 금지"…포드·폭스바겐 공급은 일부 허가
SK, 美대통령 거부권 행사 희망…LG "판결 부합하는 합의 제안" 촉구
◆…SK이노베이션/LG에너지솔루션 CI.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문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간 배터리 분쟁이 햇수로 3년을 이어온 끝에 LG측 승리로 일단락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해부터 최종결정을 3차례 연기한 끝에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이 남아있어 일각에서는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에 대해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에서의 생산·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낸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해 지난해 SK의 조기패소 결정이 내려졌던 예비판결이 그대로 인용된 모습이다.
다만 ITC는 리튬이온배터리, 모듈, 팩 등 포드와 폭스바겐의 전기차용 관련 제품에 대해 각각 4년, 2년 동안 수입을 허가하는 유예를 뒀다. 로이터는 "ITC가 이번 결정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새로운 공급처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ITC 판결에 대해 "소송의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이어서 아쉽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고객 보호를 위해 포드와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둔 것은 다행이라고 판단한다"면서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앞으로 남은 절차를 통해 안전성 높은 품질의 배터리와 조지아 공장의 친환경 자동차 산업 핵심 역할,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공공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전하고 유예기간 중에도 고객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겠다"고 밝혔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결정으로 SK이노베이션의 기술탈취 행위가 명백히 입증됐다"며 "ITC 분쟁은 사업과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당연히 취해야 할 법적 조치로 30여년간 수십조원의 투자로 쌓아온 지식재산권을 법적으로 정당하게 보호받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반겼다.
이어 SK이노베이션에 "ITC 최종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이에 부합하는 제안을 하라"면서 "하루 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은 절차로는 ITC 결정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여부를 정하는 60일의 심의 기간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약 3조원을 투입해 조지아주에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어 현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내세우는 친환경 정책에도 부합하는 산업으로 평가되는 만큼 거부권 검토 가능성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다만 공급 유예기간과 과거 거부권 행사 사례가 드물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SK의 배터리 사업이 아직은 적자폭을 줄여나가며 성장 단계에 있는 만큼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에 대한 전망도 나온다. 두 회사는 2019년 시작된 소송전이 길어지며 CEO 회동 등 합의점을 찾으려고도 했으나 합의금 규모에 의견차가 커 결렬된 바 있다. 소송기간 내 중국에서 배터리 분야 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관심과 우려가 커졌고 올 초 정세균 국무총리가 공개적으로 합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포드는 ITC 판결에 대해 "내년 중반 전기차 F-150 출시 계획을 지지하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이 회사는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간 법적 분쟁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핵심 부품 공급 중단과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