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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키코 분쟁조정에서 나타난 5가지 문제점

  • 보도 : 2021.01.20 07:55
  • 수정 : 2021.01.20 07:55

배상이냐 보상이냐 논란…이동걸 産銀 회장 보상 반대로 꼬여가
키코 피해기업 구제 대상 둘러싸고 피해기업간 불화 조장 우려

조세일보

◆…자료=조세일보

외환파생상품인 키코(KIKO, 환헤지 통화옵션상품) 피해업체들의 고통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해말 한국씨티은행과 신한은행이 키코 피해기업에 보상 의사를 비쳤지만 최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보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혀 은행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피해업체 보상 해결 기미가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키코는 2008년 3월 금융위기 발생으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잘나가던 국내 수출중소기업들에 큰 손실을 안겨주며 상당수 기업을 도산시킨 주범이다. 919개 업체가 피해를 봤고 손실액이 3조158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2008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키코 계약은 약관상 불공정하지 않다고 결정했고 2013년 9월에는 대법원이 키코는 불공정 거래가 아니다고 확정 판결을 내리며 피해업체들은 배상이나 보상을 받을 길이 없었다.

2017년 12월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법원의 판결을 받지 않은 키코 거래기업을 구제해 줄 것을 권고하면서 2018년 5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키코 피해기업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그해 12월 신한·하나·대구·우리·씨티·산업은행 등 은행 6곳에서 키코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피해기업 4곳에 대해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와 함께 나머지 147개 피해기업에 대해선 분조위의 분쟁조정 결과를 토대로 은행에 자율조정을 의뢰했다.

은행협의체는 자율조정 문제를 다루기 위해 6개 은행 외에 키코 상품을 판매했던 국민·농협·기업·SC제일·HSBC은행을 더해 총 11개 은행이 참여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결과가 나온 지 1년 만에 한국씨티은행과 신한은행이 키코 피배 보상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씨티은행과 신한은행은 금감원의 배상 권고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분쟁조정을 신청한 4개 기업을 제외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키코 상품을 팔아 기업의 존립을 뒤흔든 은행들이 보상(배상)에서도 자신들이 유리한 위치를 갖는 갑의 지위에서 보상을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은행들은 법원의 판결을 받지 않은 키코 거래기업인 비소송기업에 대해 금감원에 분쟁조정 신청을 하면 보상에서 제외시킬 수 있다는 묵시적인 협박카드를 쓴 것으로 보인다.

키코 피해기업들은 또다시 피해 구제 선정 대상에서도 은행들의 힘에 보상이 좌우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키코 피해기업에 15~41%의 배상을 권고했으나 은행들은 분쟁조정 신청 기업 아닌 자율조정 대상 기업에 보상을 제안하고 나서 배상과 보상의 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배상(賠償)은 불법을 저지른 뒤 그에 대한 손해를 마땅히 물어주는 것의 개념이며 보상(補償)은 적법한 일이지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갚아야 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금감원은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이 불완전판매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합법적으로 팔았지만 도의상 어느정도 손해를 물어주겠다는 입장 차이라 할 수 있다.

피해기업에 대한 배상이냐 보상이냐는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키코 피해기업들을 괴롭힐 수 있는 논리라 할 수 있다.

조세일보

◆…자료=조세일보

은행측이 키코 피해기업 선정 기준과 보상 규모에 대해 함구하고 있고 금감원도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구제 진행 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키코 피해기업간 불화를 조장시킬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은행의 키코 상품 판매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금감원이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분쟁조정 절차에서도 투명하지 못해 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키코와 관련한 자료를 일반 기업이나 관계인들이 충분하게 볼 수 있도록 공개하지 않아 은행들이 소비자를 계속해서 속이며 불완전판매를 할 수 있는 길을 첫 출발부터 방지하지 못한 우(愚)를 범한는 셈이다.

키코 불완전판매에 이어 파생결합상품(DLS·DLF), 라임 펀드, 옵티머스 펀드로 이어진 불완전 판매 발생은 금감원이 처음부터 키코 불완전판매에 대해 투명하게 밝히지 못한 결과로 인해 초래된 유사한 대형 금융사고라는 지적이다.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보상금이 나온다해도 이미 수백개 기업들이 도산했거나 대다수의 지분을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유암코와 같은 금융기관에 넘어가 있는 상태다.

유암코의 주요 주주는 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국민은행,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이다.

키코 피해기업 보상금은 이제 옛 대주주에게 돌아가기보다는 유암코를 거쳐 다시 이익 배당의 형태로 은행에 돌아가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유암코를 설립한 주요 은행들은 키코 피해기업에 손해를 주고 은행의 보상금이 유암코에 입금되면 또다시 가해자인 은행이 혜택을 보게 된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2019년 12월 분쟁조정을 신청한 4개 기업에 대해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9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조차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고 있어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금감원의 분쟁조정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2일 “키코 사태는 법률적으로 종결된 사안”이라며 키코 피해기업에 보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백히 했다.

이 회장은 키코 판매를 불완전판매로 규정한 금감원을 향해 “배상할 이유도 필요도 없고 배상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금감원의 분쟁조정에 대해 '정치적인 판단'이라고 비난했다.

산업은행은 키코상품 판매가 법률적으로 종결됐기 때문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며 금감원의 분쟁조정을 되레 정치적인 판단이라고 힐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동걸 회장이 직접 나서서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권고에 이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키코 피해기업 지원방안에 강한 반발을 보이는데 대해서는 업계에서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지원방안은 이 회장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상급기관인 금융위·금감원 간 정책 불협화음을 초래할 수 있고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보상을 더욱 꼬이게 하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키코 피해기업에 대해 또다른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금감원이 분쟁조정과 관련한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은 스스로의 신뢰도를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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