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조세포탈 일부 무죄 취지·상법 위반 유죄 취지 파기환송
조석래 명예회장, 조세포탈·분식회계 등 8000억원대 기업비리 혐의
1심 시작한지 6년만에 결론…건강 상태 고려 불구속
◆…대법원은 30일 오전 조세포탈·분식회계 등 수천억원대의 기업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이 조세포탈·횡령 등 혐의로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사건을 법인세 포탈은 무죄 취지로, 위법배당으로 상법을 위반한 혐의는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0일 오전 11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등 혐의로 기소된 조 명예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1352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014년 2월 1심이 시작된지 약 6년10개월 만이다.
대법원은 조 명예회장의 법인세 포탈 혐의와 관련해 "조세포탈로 공소제기된 처분사유가 아닌 다른 사유로 과세관청이 당초 부과처분을 취소한 경우에도 조세채무의 성립을 전제로 한 조세포탈죄는 성립할 수 없다"며 "조 명예회장의 회계장부 조작을 통한 법인세 포탈의 점 중 2008 사업연도 법인세 부분에 관해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한다"고 밝혔다. 조 명예회장은 부실자산을 가공의 기계장치로 대체한 후 감가상각비 등을 계상해 법인세 1237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았다.
이어 대법원은 "조세포탈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세법이 정한 과세요건이 충족돼 조세채권이 성립해야만 되는 것으므로, 납세의무를 지도록 정한 과세요건이 구비되지 않는 한 조세채무가 성립하지 않음은 물론 조세포탈죄도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조 명예회장이 2007년 배당가능한 이익이 없음에도 위법배당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유죄 쥐치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회사가 해당 사업연도말까지 적립한 자본준비금을 같은 사업연도에 관한 이익배당의 재원으로 삼는 것은 법령상 근거가 없어 허용되지 않고, 설령 회사의 이사 등이 이익배당 당시 자본준비금이 적립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법배당죄의 고의를 부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날 조 명예회장의 아들 조현준 회장의 상고는 기각하고, 이상운 총괄부회장의 법인세 포탈 혐의는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6년이 넘게 진행된 효성 총수 일가의 혐의는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다투게 됐다.
조 명예회장은 지난 2003년부터 10년간 89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통해 법인세 1237억원을 탈루하고, 2007~2008년 회계처리를 조작해 주주배당금 500억원을 불법 취득한 혐의로 2014년 기소됐다. 임직원과 해외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수천억원대의 효성 및 화학섬유 제조업체 카프로의 주식을 매매해 1318억원의 주식 양도차익을 얻고도 소득세 268억원을 포탈한 혐의도 있다.
이 밖에 효성의 해외 법인 자금 690억원을 빼돌려 개인과 차명 소유 회사의 채무변제 용도로 사용하고, 페이퍼컴퍼니가 효성 싱가포르 법인에 갚아야 할 채무를 전액 면제하도록 지시해 회사에 233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았다. 아들 조현준 회장은 사적으로 사용한 신용카드 대금을 법인 자금으로 결제해 16억원을 횡령하고, 조 명예회장으로부터 해외비자금 157억원을 증여받아 70억여원의 증여세를 포탈 혐의 등으로 조 명예회장과 함께 기소됐다.
1심은 조 명예회장의 혐의 중 탈세와 위법배당 일부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에 벌금 1365억원을 선고했다. 1심은 "포탈세액 합계가 1358억원에 달하는 거액"이라며 "다수의 임직원이 동원돼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장기간 범행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후 2심은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벌금액을 낮춰 징역 3년 및 벌금 1352억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조 명예회장의 2018년 9월 횡령·배임 및 위법 배당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포탈세액 1358억원과 위법 배당 일부만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 및 벌금 1352억원을 선고했다.
조 명예회장의 탈세 혐의에 대해선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일부 자산은 차명주식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종합소득세 탈세 일부는 1심과 달리 유죄로 인정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조세포탈 범행이 장기간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뤄졌고 포탈세액 또한 1348억원에 이르는 거액"이라며 "회계분식을 통한 법인세 포탈, 효성 임직원을 동원해 계획적·조직적으로 범행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다만 "당시 누적된 영업손실로 수천억원의 부실자산을 보유한 효성물산이 합병을 통해 부실자산을 떠안은 점을 고려할 때 처음부터 탈세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업생존을 위해 부실자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조세포탈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판단했다.
2심은 조 명예회장의 아들 조 회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총수 일가의 횡령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운 총괄부회장도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