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형사 피고인은 족쇄를 차고 먼길 가는 것과 비슷"
정경심 재판 증인 출석 이후 자신 재판 출석
금융위 관계자 증인 출석 "소문만으로 자체 조사 힘들었다"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1일 자신의 6차 공판에 출석하며 "일희일비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를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일희일비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가겠다"고 재판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조 전 장관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김미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6차 공판에 출석하며 이같이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3일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지 일주일 만에 다시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전 9시36분께 법원에 도착한 조 전 장관은 "형사 피고인이 돼 재판을 받는다는 것은 굉장히 무거운 짐을 진 채로 족쇄를 차고 먼 길을 걸어가는 것과 비슷하다"며 "넘어야 할 산이 많고 건너야 할 강이 여럿"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희일비하지 않고 지치지 않으면서 끝까지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자신을 포함한 가족이 모두 피고인 신분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은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은 채 곧바로 법정에 들어갔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재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왔지만 검찰의 질문에 모두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일관되게 증언을 거부하고 있음에도 300개가 넘는 질문을 쏟아내며 준비해온 신문사항을 전부 진행했다.
정 교수의 재판에서 조 전 장관은 "친족이자 피고인에 해당한다"며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검찰의 신문사항에 한 차례도 답변하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은 "피고인은 제 배우자이며, 자식의 이름도 공소장에 올라 있다. 이 법정은 아니지만 저는 배우자의 공범 등으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며 증언거부권 소명 사유를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친족인의 증인이자 피고인인 증인이므로 검찰신문에 대해 형사소송법 148조가 부여한 권리를 행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헌법 제12조 2항은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며 진술거부권을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의 취지에 따라 형사소송법 148조(근친자의 형사책임과 증언거부)에도 '누구든지 친족 또는 친족 관계가 있었던 사람은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가 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오전 재판에서는 금융위원회 관계자 김모씨가 증인으로 나와 청와대로부터 '유재수 감찰 결과'에 대해 공식적인 통보를 받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2017년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유 전 부시장 감찰을 진행할 당시 금융위 감사담당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김씨는 "유 전 부시장이 금품과 향응을 수수한 사실로 청와대로부터 감찰을 받은 사실을 아나"라는 검찰의 질문에 "대부분 직접 들은 것은 없고 복도에서 '카더라' 소문이나 알게 됐다"고 답했다. 또 "김태우 전 청와대 행정관이 말해 알았다"고 했다. 김 전 행정관이 언론에 의혹을 제기하기 전에는 소문으로만 알고 있었다는 취지다.
이에 검찰이 "청와대로부터 감찰 결과를 공식 통보받지 않은 것은 분명하냐"며 재차 묻자 김씨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김씨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현 기획재정부 1차관)에게 '대부분 클리어되고 일부 해소되지 않았다. 인사에 참고하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보통 공식적인 통보는 문서를 통해 이뤄진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단순히 소문만 갖고 저희가 감찰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자체 판단으로 감찰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복도에서 들은 소문만으로 감찰할 수 없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후3시에는 '유재수 감찰' 당시 금융위 관계자였던 최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