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해 조카 "동양대서 정경심 딸 봤다" 진술
서울대 직원·로스쿨생·친구 이어 네 번째 증언
목격 상황 불명확한 진술에 재판장 '위증' 경고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의 조카가 지난 27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 교수 딸을 학교에서 봤다"고 증언했다. (사진=연합뉴스)
딸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딸 조모씨를 목격했다는 법정 증언이 잇따라 나와 표창장 진위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대 세미나에서 조씨를 봤다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전 사무국장과 당시 로스쿨 재학생이었던 김모 변호사, 조씨의 친구에 이어 네 번째 '목격자'가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지난 27일 정 교수의 26차 속행 공판을 열고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의 조카인 이모씨를 변호인 측 증인으로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씨는 2012년 여름께부터 동양대 내 카페와 레스토랑을 맡아 운영하던 인물로, 2017년 최 전 총장의 일방적 계약 파기로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최성해 조카 "정경심 딸 '엄마 일 돕는다'고 말해"
이씨는 이날 정 교수의 딸 조씨를 동양대에서 최소 다섯 차례 이상 목격했다며 정 교수 측에 유리한 진술을 쏟아냈다. 조씨가 동양대에서 실제로 튜터로 봉사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허위로 기재해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검찰의 주장과 상반되는 증언이다.
이씨는 앞서 '조씨가 봉사활동을 하며 몇 명의 학생을 인솔하는 것을 봤고, 조씨를 보지 못했다는 학교 관계자의 인터뷰는 거짓말'이라는 취지로 한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이씨는 변호인 주신문에서 "동양대 내 카페를 막 개업했던 2012년 여름경 조씨를 카페에서 봤다"고 말했다.
이에 변호인이 "2012년 여름 무렵 직접 조민과 만나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라고 묻자 이씨는 "최 전 총장이 조씨를 정 교수의 자제라고 소개해 알게 됐고, 여름인데 일하기 힘들지 않나. 커피 한잔할까 정도로 대화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조씨로부터 "엄마 일을 돕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자 변호인이 "조씨가 엄마 일을 돕는다고 했는데 그 외에 조씨가 했던 활동 관련해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사실이 없나"라고 재차 물었다. 이씨는 "조씨가 A4 파일을 들고 다니고 원어민 교수와 이야기를 나눈 것을 봤다"며 "가까이 있지 않아 잘 몰랐지만, 수업과 관련한 대화를 하길래 수업 내용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이씨는 동양대 어학교육원에서 일한 원어민 교수의 얼굴을 알고 있어 대화 내용을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검찰 "2012년 여름 확실한가"…목격 시점 의심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의 조카인 이모씨는 2012년 여름경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딸을 학교 카페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증언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검찰은 학교 매점 계약과 관련한 자료를 제시하며 이씨의 개업 연도에 의문을 품었다. 이씨가 조씨를 봤다고 한 시점은 2012년 여름인데, 계약서에는 2013년부터 조씨의 친형이 운영한 것으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씨는 명목상 친형이 계약했을 뿐 자신이 2012년부터 사실상 카페와 레스토랑의 운영을 맡았다고 주장했다. 2012년 여름 무렵부터 학교에서 일하고 있었으므로 조씨를 만난 시기가 틀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시 검찰이 "2012년 여름경 조씨와 대화했다고 진술했는데 별도로 조씨를 만난 것이냐"고 캐묻자 이씨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씨는 "조씨가 무슨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던가"라는 검찰의 질문에 "엄마 일을 돕는다고 들었는데 정확히 무슨 일을 한다는 것까지는 듣지 못했다"면서도 "조씨를 방학 때 본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형곤 부장검사가 "조씨가 튜터 활동을 했다는 것은 원어민 교수가 있는 강의가 아니라 영주 지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에세이 수업이었는데, 조씨가 이 학생들을 데리고 다닌 것을 본 게 사실이냐"고 추궁하자 이씨는 "네"라고 답했다.
정경심 아들 목격 상황 '오락가락' 진술에 재판장 '호통'
그러나 이씨는 조씨가 인솔했다는 아이들의 나이대를 다소 불명확하게 답변해 재판부로부터 위증 경고를 받기도 했다. 재판장은 "재판부가 증인에게 위증죄를 경고한다. 본인의 증언이 객관적인 사실, 본인의 기억과 다른 면이 있다면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저희가 위증을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잘 생각해서 대답하라"고 경고했다.
재판부의 경고 이후 이씨의 태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씨가 정 교수의 아들도 학교에서 목격했다고 진술하자 검찰은 "2012년 여름에 봤다는 정 교수의 아들은 어떻게 알았나. 처음 봤을 거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이씨는 "소개받아서 알고 있었다"고 했다. 검찰은 "2012년 7월에 정 교수의 아들을 봤다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다시 물었고, 이씨는 "기간은 정확히 모르겠다. 정 교수의 아들을 보기는 했다"며 얼버무렸다.
그러자 재판장이 이씨에게 재차 호통을 쳤다. 재판장은 "(정 교수의 아들을 봤다는) 연도가 헷갈리면 다 틀리는 거다. 연도가 얼마나 중요한 건데 잘 듣고 대답하라"고 다그쳤다. 정 교수의 딸 조씨가 2012년 여름경 봉사활동을 했다는 내용으로 표창장을 발급받았기 때문에 조씨를 목격한 연도가 잘못될 경우 증언에 신빙성이 없을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이씨는 이에 "2012년 딸을 본 것은 기억나는데 아들을 본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태도를 바꿨다.
'정경심 딸 목격' 최성해 조카 증언이 네 번째
◆…지난해 9월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 전 장관의 딸이 받았다는 표창장이 언론에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이씨는 학교에서 조씨를 목격하고 대화를 나눈 것은 분명하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정 교수 딸 목격자'는 이씨가 처음이 아니다. 2009년 5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에서 행사 진행을 맡았던 전 사무국장 김모씨는 지난 5월 증인으로 나와 "학술대회 뒤풀이 때 조씨가 자신을 소개해 조 전 장관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당시 로스쿨생이었던 현직 김모 변호사는 지난 13일 "조씨로 추정되는 여학생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다른 행사진행요원이 '고등학생이 어떻게 이런 데를 왔느냐'고 묻자 그 학생이 '아빠가 가보라고 해서 왔다. 아빠가 조국이다'고 말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그는 "아빠가 조국이라고 해서 정확히 기억난다"고 강조했다.
조씨의 친구 박모 군도 지난 공판에서 정 교수 측이 제출한 세미나 영상 속 인물이 조씨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박 군은 "조씨가 펜을 특이하게 움켜쥐고 있는데 영상 속 여학생이 펜을 쥐고 있는 모습과 같다"고 말했다. 다만 박 군은 세미나에서 조씨를 본 기억은 없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변호인의 신문사항에 이씨가 사전에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이 적혀있다며 이씨가 사전에 정 교수 측 변호인과 접촉했다고 의심했지만, 이씨는 "오늘 법정에서 변호인을 처음 봤다"고 일축했다. "재판 전에 저희와 따로 연락하거나 만난 적이 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도 이씨는 "오늘 처음 본 얼굴"이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