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물든 미국, 정상화 위해 '법의 심판' 필요
조 바이든, 기소할 생각 있냐는 질문에 "매우 매우 이례적인 일"
부패와 권력 남용에 책임지지 않으면 법치주의 지킬 수 없어
전적인 자율권 가진 법무장관 발탁해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
"트럼프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트럼프가 남긴 해악을 없애야"
◆…2019년 5월 31일, 이란 테헤란에서 '쿠드스(예루살렘)의 날'을 맞아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감옥에 갇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을 조롱하는 퍼포먼스가 열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 패배하면, 미국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저지른 부정부패를 기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셸 골드버그는 지난 1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사설을 통해, “트럼프가 대선에 패배해 백악관을 떠난다고 부정부패로 물든 미국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기에 트럼프를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셸 골드버그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2018년 직장 내 성희롱 이슈를 보도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지난주,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는 미국 공영방송사 NPR에 출연해 정책을 소개했다. 방송 진행자는 바이든 후보에게 “당선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할 생각이 있냐”고 물었으나 바이든 후보는 “매우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민주주의에 매우 좋지 않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골드버그는 “바이든 후보의 반응을 이해하며,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에선 선거에 졌다고 해서 법적 책임이 생기지 않지만, 부패와 권력 남용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법치주의를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해 1월에 백악관을 떠나는 것만으로 미국을 쉽게 예전처럼 되돌릴 수 없다”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면, 민주당은 트럼프가 한 행동에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이든 후보가 낙선한다면 미국이 트럼프의 과두정치 속에 영원히 빠지게 될 것”이라며 다행히 “바이든 후보에게 승리할 희망이 있기에 민주당과 시민사회가 트럼프의 책임을 묻고자 들끓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1일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카말라 해리슨 상원의원은 “뮬러 보고서에 드러난 트럼프의 명백한 사법 방해에 대해 법무부가 형사고발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도 트럼프 행정부의 뇌물수수, 내부자 거래법, 기타 부패방지법, 공공청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도록 법무부에 요구했다. 하원도 사면권 남용, 외국 선거 개입, 감찰관 독립성을 주제로 트럼프 이후 시대의 개혁안을 논의하고 있다.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는 최근 '차기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쉘든 화이트하우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우리는 트럼프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망가뜨리고 힘없게 만들었는지, 그 거대한 실험 사례를 경험했다”며 “여기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민주주의에 해가 된다”고 강조했다.
골드버그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지 못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실정만 알리면 차기 행정부에 부담만 지우는 꼴이기에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며 “트럼프처럼 법 집행을 정치화하지 않으려면 수사 책임자에게 자율성을 최대한 줘야 한다”고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상임 고문이었던 벤 로데스는 “다른 나라가 보기에 정치적 동기가 없고 복수처럼 느껴지지 않는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며 “내부 관계자가 알고 있는 사실을 공유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진보센터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부패를 확인하기 위해, 모든 정보기관이 내부 검토해 문제 사항과 해결방안을 공개 보고하며 입수한 정보는 사법기관과 감찰기관, 의회 위원회에게 공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초당적 비영리단체인 '민주주의 보호(Protect Democracy)'의 설립자 이안 바신 회장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트럼프의 부패 척결을 가능한 공정하게 보이도록 민주당과 관계없는 인물을 법무장관으로 앉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신 회장은 “트럼프 조력자들이 기소당하면 정치적 복수로 보일 수 있다”며 “자칫하다간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아, 양쪽 모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바신 회장은 “어려움이 크겠지만 해봐야 한다”며 “이번 기회를 살리지 못하다면 민주주의 근본을 두고 계속 싸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골드버그는 끝으로 “바신이 지적한 것처럼 민주당이 앞으로 겪을 어려움”이라며 “트럼프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트럼프가 남긴 해악을 없애야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