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후 한국 고위외교관이 현지 직원 3차례 성추행 의혹
현지 방송 "한국정부, 영장-CCTV영상 거부 등 수사에 비협조" 질타
◆…뉴질랜드 주재 한국외교관이 현지직원을 성추행해 뉴질랜드 사법당국이 수사에 나섰으나 우리 외교부가 수사 비협조는 물론 해당 외교관을 감싸, 급기야 뉴질랜드 총리가 2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와 이 문제를 거론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청와대)
뉴질랜드 주재 한국외교관이 현지직원을 성추행해 뉴질랜드 사법당국이 수사에 나섰으나 우리 외교부가 수사 비협조는 물론 해당 외교관을 감싸, 급기야 뉴질랜드 총리가 2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와 이 문제를 거론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뉴질랜드 방송 <뉴스허브>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외교관 A씨가 "징역 7년에 처할 수 있는 성추행 행위를 3차례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며 그의 얼굴을 전격 공개했다.
방송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이후 수차례 현지직원의 신체를 접촉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성추행을 저질렀다. 그러나 A씨는 한달 뒤 뉴질랜드를 떠난 후 돌아오지 않았다.
성추행 고소를 접한 뉴질랜드 사법당국은 본격 수사에 착수, 지난해 9월 한국 외교부에 수사협조를 요청했지만, 한국 외교부는 거절했다.
방송은 "한국이 뉴질랜드 법원이 발부한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뿐만 아니라 해당 사건이 발생한 한국 대사관 폐쇄회로(CC)TV 영상자료 제공도 거부하고 있다"고 우리 정부를 비판했다.
또한 방송은 이상진 주(駐)뉴질랜드 한국대사가 인터뷰에서 "A씨가 유죄로 입증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 받을 권리가 있다"며 현지 조사여부에 대해서도 "A씨가 뉴질랜드로 들어와 조사를 받을 것인지는 A씨 자신이 결정할 문제"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방송후 뉴질랜드 야당은 "총리와 외교부 장관이 이 문제를 모른 척하고 넘어가서는 안될 것"이라며 적극 대응을 촉구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외교관 성추행이 터져 나올 때마다 엄중 대처를 약속했으나 외교부의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외교부는 해당 외교관 A씨의 성추행에 대해 감봉 1개월의 경징계를 내린 뒤 자체 종결했다. A씨는 현재 아시아 주요국 총영사로 근무하고 있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28일 오후 문 대통령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청와대는 통화종료후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우리 외교관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다"고 짧게 전했다. 그러나 아던 총리는 이 문제를 강하게 제기한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도 이 문제에 대해 외교부를 맹질타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잇따른 성범죄로 국민여론이 싸늘한 와중에 이번 사태가 더욱 불을 지피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조상호 민주당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뉴질랜드 방송의 보도내용을 상세히 전달하 뒤 "사건 발생 직후 주(駐)뉴질랜드 한국 대사관의 대처는 미흡했다"며 "뉴질랜드 사법당국이 진실규명을 위해 발부한 성추행 외교관에 대한 구속영장과 사건 당시 촬영된 CCTV 영상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이른바 '외교관의 면책특권'을 이유로 거부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외교부를 향해서도 "외교부의 대처는 더 심각한 수준"이라며 "해당 외교관이 서둘러 도망치듯 귀국하자,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감봉 1개월의 경한 처분으로 끝내고, 해외 공관에 총영사로 발령냈다. 이는 외교부의 성인지 감수성이 시대와 국민적 인식에 한참 뒤처져 있다는 걸 방증한다"고 맹비난했다.
한편 외교부는 뉴질랜드 현지 언론이 한국 고위외교관의 성범죄 수사를 우리 외교부가 면책특권을 앞세워 막고 있다고 보도와 관련해 "사실과 다르다. 면책특권을 거론하면서 특정인을 보호하고 있지는 않다"고 진화에 나섰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뉴질랜드정부와 소통 중"이라며 "뉴질랜드 정부 역시 '한국정부와 소통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현재는 수사협조 단계로, 뉴질랜드 경찰 측에 협조할 지는 본인에 달렸다"고 밝혀 해당 외교관을 강제로 뉴질랜드로 송환할 뜻이 없다는 입장이라 논란이 확대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