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연합'에 정의당·민생당 불참...사실상 민주 위성정당화
10일까지 창당 완료, 4+1협의체 결별 임박...정의당 등 울분 토로
심상정-박지원, "4+1연대 성과 무너져" "우리를 x물" 배신감 표출
통합당 "범진보연대 정당(?)...짜고 치는 정치의 구태" 비난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격인 미래한국당 대항마로 나설 것으로 예상됐던 범(凡)진보진영의 위성정당 추진 계획이 사실상의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화될 모양새다.
주권자전국회의 등 진보시민단체들이 추진하는 '정치개혁연합'(가칭)이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을 신고하고 10일까지 창당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창당 발기인으로는 함세웅 신부,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 영화배우 문성근씨,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씨,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인 하승수 변호사 등 친여인사 6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 시민단체는 앞서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흥사단 대강당에서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 창당 제안 기자회견'을 열었고, 다음날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녹색당, 미래당 등에 동참을 요구하는 제안서를 보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동참 의사를 밝혔고, 정의당과 민생당은 거부했다. 결국 진보진영 친여인사들이 추진하는 비례연합정당은 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 강훈식 신임 수석대변인은 2일 기자들과 만나 "외부에서 연합정당을 만들겠다는 제안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며 "면밀하게 검토하는 단계"라고 반색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외부에서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자는 제의에 거절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반면 정의당과 민생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정의당 김종민 의원은 이날 상무위 회의에서 "어제 우리 당 심상정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검토에 들어간다고 한다"며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자는 민주당 일각의 주장은 자기중심의 오만함이 나은 정치“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민주당 비례 위성정당 추진이든 비례 연합정당 추진이든 모두 꼼수"라고 질타했다.
그는 나아가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 또는 연합정당 추진은 명백한 '전략적 오류'라고 지적한 뒤 "결과적으로 몇 석 의석 더 얻으려다 진보개혁진영의 총선 참패를 맞이할 수 있는 무책임한 판단"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또 "더욱 중요한 것은 지난 20대 국회가 4+1연대를 통해 그나마 최악의 국회를 면했던 선거제도 개혁과 검찰개혁의 성과마저 무덤으로 보내버리는 패착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앞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의 위성정당 추진에 대해, "비례민주당의 출현은 합리적 개혁세력, 중도개혁층의 급격한 민심 이반을 초래한다"며 "꼼수 비례민주당 창당에 중도개혁층이 범보수로 돌아서고, 실망한 민주당 지지층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다면 지역구 선거의 참패는 명약관화하다"고 민주당 지도부를 질타했다.
심 대표는 이어 "비례민주당이 더 얻는 몇 석은 미래통합당 의석을 뺏는 게 아니다"라며 "진보개혁세력의 파이 확장이 아닌 정의당 등 군소진보당 몫이 이전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비례민주당 창당 논의는 미래한국당에 대한 명분은 있을 수 있으나 대(對)국민 명분은 없다"며 "단언컨대 촛불 개혁을 자임해 온 진보개혁세력은 미래통합당의 불의를 막을 책임은 있으나 꼼수로 민주주의를 훼손할 자유는 없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도 민주당의 위성정당 출범과 관련해 "명분도 없고, 시기도 늦었다"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3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미래진보연합당이 태동되는 것 같다"며 "국민들에게 무슨 낯으로? 40여 일밖에 선거가 안 남았는데 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어떤 당이 어떻게 참여할지 모르지만 저는 사실 미래한국당이 창당할 때 미래민주당도 만들어야 한다, 저는 민주당이, 우리 진보 세력이 과반수, 3/2를 차지해야만 모든 개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며 "그때 민주당에서는 절대 하지 않겠다, 오히려 미래한국당을 비난했다"고 민주당 지도부를 힐난했다.
그는 전날에도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야당들 합쳐서 비례정당을 만들자하는데 그것도 늦었다"며 "명분이 없잖나"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또한 "선거연합정당을 만든다든지 국민들에게 딱 얘기를 하고 떳떳하게 집권여당이 해야지, 안 한다고 하면서 추진하고 관계없다고 하고선 (우리를) 'x물'이라고 (했다)"며 극도의 배신감을 토로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패스트트랙 3법 통과를 위해 급조한 소위 '4+1협의체'의 균열에 내심 회심의 미소를 보내고 있다.
전희경 통합당 대변인은 2일 논평을 통해 "주권자전국회의 등 시민단체들로부터 '정치개혁연합' 창당에 관한 제안서를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범진보연대' 운운하며 검토 중이라는 민주당 핵심관계자의 발언은 '짜고 치는 정치의 구태'를 그대로 보여준다"며 "지난 29일에는 정봉주 전 의원이 문재인 정신 계승 운운하며 '열린민주당'을 창당할 때부터 속내를 드러냈던 민주당이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고 맹비난했다.
전 대변인은 그러면서 "유불리(有不利)에 따라 말을 바꾸고, 거대여당이 군소정당과 손을 잡았다가 'x물' 운운하며 토사구팽하는 것도 모자라, 국회가 제 스스로 존재가치를 내팽개치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4월15일 국민은 무능·위선 정권 심판을 기다리고 계신다. 민주당은 더이상 추태를 멈추고 역사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으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