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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수사목록 제목이 'ABCD'?…열람 허용 왜 안 됐나

  • 보도 : 2019.10.19 10:17
  • 수정 : 2019.10.19 11:23

검찰 "수사 중대 장애" vs 정 교수 측 "방어권 행사 지장"
재판부 "수사기록 열람·복사 안 된다면 구체적 이유 밝혀야"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재판 시작 전 기록 공개는 당연"
검사 출신 변호사 "공소시효 임박 기소, 공범 수사 진행 가능성↑"

서울중앙지법에서 18일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서울중앙지법에서 18일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 재판에서 수사기록의 열람·복사를 놓고 검찰과 정 교수 측이 공방을 벌였다. 지난 9월 6일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이 조 전 장관의 딸이 받았다는 표창장 사진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수사기록의 열람·복사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이에 검찰이 정 교수 측에 수사기록의 열람을 허용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정 교수 측은 법원에 기록의 열람·복사를 허용해달라고 신청한 상태지만 검찰이 공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변호인에게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강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18일 열린 정 교수의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과 정 교수 측은 수사기록의 열람·복사 허용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수사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수가 있다"고 주장한 반면 정 교수 측 변호인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다"고 맞섰다.

재판부가 검찰에 "목록을 제공한 것 같은데 제목이 'A·B·C·D'로 기재돼 내용을 알 수 없게 돼 있다"며 그 이유를 묻자 검찰은 "당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목록을 비실명으로 처리했다"고 답했다.

다만 검찰은 "최대한 신속히 수사를 진행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목록만큼은 제대로 변호인에게 제공하고, 복사해줄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구체적인 이유를 밝혀야 한다"면서 2주 내로 열람·복사 절차를 거친 뒤 변호인이 신청한 부분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 사건에서 불거진 수사기록의 열람·복사 허용에 대한 문제는 다른 사건에서도 다퉈진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첫 재판에서도 기록의 열람·복사 문제를 두고 검찰과 임 전 차장 측이 충돌해 법원이 열람·복사가 허용되도록 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상·하급자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 기록을 모두 제출하면 수사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임 전 차장 측은 "사건기록의 일부만을 보고선 변론이 어렵다"고 반박했다.

앞서 2005년 강동 시영아파트 재건축조합의 뇌물공여 혐의 관련 재판에서도 수사 기록의 열람·등사가 논란이 됐다.

서울중앙지법에서 18일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서울중앙지법에서 18일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에 대한 첫 재판에서 수사기록의 열람·복사를 놓고 검찰과 정 교수 측이 공방을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소 제기된 사건에 관한 서류의 목록과 서류 등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국가안보, 증인 보호의 필요성, 증거인멸의 염려 또는 관련 사건의 수사에 장애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구체적인 사유 등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검사가 열람·등사나 서면의 교부를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유가 있더라도 서류 등의 '목록'에 대해선 검사가 열람·등사를 거부할 수 없도록 형소법은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률이 정한 예외적인 사유가 없다면 피고인에게 공소 제기된 사건의 수사기록에 대해 열람·복사를 허용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의 A 변호사는 "일반적인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수사기록의 열람·복사를 제한한 사례는 약 1% 에 불과할 정도로 극히 드물다"며 "정 교수 사건도 마찬가지로 방어권의 보장 차원에서 적어도 정식재판 전까진 열람·복사를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 교수는 공소시효가 임박해 기소된 만큼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라 기록의 열람·복사가 예외적으로 제한됐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검사 출신의 한 대형로펌 소속 B 변호사는 "공소시효를 앞두고 혐의점이 있는데도 기소를 하지 않으면 검사는 중대한 과오를 범하게 되는 격"이라며 "정 교수는 시효가 임박해 기소된 만큼 공범에 대한 수사 내용이 노출될 것을 염려해 열람·등사를 허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검찰도 기록의 열람·복사 허용을 마냥 늦출 순 없다"며 "관련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정 교수 측에 열람·복사를 허용할 것이고, 정 교수 측도 오히려 관련자 수사가 진행돼 결과가 나오면 변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지난달 6일 딸의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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