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한 주방장의 삶… 착한 인성이 남은 복

◆…그림 = 한정희 칼럼니스트

<시골에서 농사 짓던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11살대였지요. 1년 넘게 병원에 있다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가산 정리해서 엄마랑 서울로 갔습니다. 단칸방 살면서 엄마가 식당에서 일해 겨우 먹고 살았습니다. 엄마의 직업이 저의 직업이 돼 지금까지 저도 주방에서 일합니다.>

주방장의 명은 갑인(甲寅)년 계유(癸酉)월, 을축(乙丑)일, 갑신(甲申)시, 대운 6.

을목(乙木)은 장미, 포도 등의 넝쿨이거나 풀이거나 하는 목기(木氣)인데, 가을 을목은 철이 지나 열매를 맺지 않으니 쓸모가 적다. 을목은 상반기 생이어야 똑똑하고 하반기 생은 자수성가가 필수며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주인공이 12살에 아버지를 잃은 것은 그 해가 을축년인 때문이다. 주방에서 불과 가까이하며 생활해온 것은 태양이 필요한 때문이니 크게 도움 되는 직장이다.

병자 대운 중 임오년에 결혼했으나 식은 못 올렸다. 돈 벌어서 근사한 결혼식 하기로 했으나 2년 뒤 갑신(甲申)년에 아내가 먼저 갔다.

갑신년에 아내와 사별한 것은 시가 갑신이고 조상의 덕이 부족했던 때문이리라.

학력은 고졸로 검정고시 출신. 고등학교 때 친구들끼리 패 싸움이 붙었고 그 싸움에 휘말린 끝에 중퇴했다.

이때가 기사년 을해 대운초인데 대운과 해운이 천극지충(天剋地沖)인 때문이며 신미년에 경찰서 출입을 하게 된 것은 일주 을축과 천극지충이 되었기 때문이다.

평생 바람 잘 날 없는 운명이 된 것은 쓸데없는 목기(甲, 乙 등)가 난잡한 때문이다.

이른바 군겁쟁재지명(群劫爭財之命)이라 아버지가 일찍 갔고 아내가 일찍 간 것이다.게다가 조상 지덕조차 없었으니 아픈 운명이 대를 이은 것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46세부터 시작된 무인(戊寅) 대운 10년이 행운의 시기이니 결혼 잘해서 자식 잘 낳으면 그 기운으로 한 30년은 잘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혼자 산다면 10년만 넉넉하게 살다 갈 것이요, 그 이후로는 다시 고생이 불가피하며 72세 을축년이면 “더 산들 뭐 하겠느냐”라고 하게 될 것이다.

인생의 행복과 불행은 어떤 후손이 태어나느냐에 달려 있다. 주인공의 명이 나쁜 때문에 아버지가 일찍 갔고 엄마와 자신이 고생한 것이다. 어찌 보면 부모의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좋지 않은 자녀는 없느니만 못한 법이다. 그러므로 잘 못 낳은 자식은 원수지간 보다 더한 인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주인공은 착한 노인이라 다행이었다. 고생한 엄마 위할 줄 알고 일찍 간 아버지 불쌍하다고 여기며 알뜰하게 돈을 저축해 이제는 자신만의 밥집을 하나 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착한 인성 탓에 마지막 복을 찾아 먹게 된 것이라 할 수 있었으니 누구나 「사람으로서」 사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워 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한정희 명리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