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석보 기념비
동진강과 탐진강이 만나는 이 곳 풍요로운 땅 고부에 세도정치에 편승해 가문의 배경을 타고 내려와 온갖 명분으로 농민을 수탈하고 자기 어머니 부의금을 안냈다고 무고한 농민을 매를 때려 숨지게 한 조병갑. 매 맞아 죽은 아버지 때문에 만석보 물세투쟁의 대표가 된 시골 동학접주 전봉준.
메이지유신에 성공한 후 반란세력이 된 정한파를 몰아내면서 10년의 준비 끝에 국내 민주화요구를 잠재우기 위해 정한론의 길에 나선 일본 정권의 실세 이토 히로부미, 그 절친한 친구 이노우에 가오루는 조선침략의 선봉에 섰다.
일본 정부는 텐진조약에서 결정된 동시파병 약속이 있음에도 일본의 영향력이 커지자 조선에서 위기감에 빠져있던 위안스카이를 통해 청이 조선에 출병하더라도 일본이 출병하지 않을 것이라는 거짓정보를 이홍장에게 보냈다.
한편으로는 청의 조선출병을 유도하여 청일전쟁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1894년 2월 만석보 물세 투쟁이 일어나자 청은 일본이 쳐놓은 덫에 유인돼 6월에 조선파병을 결정했다. 일본은 즉시 일본군을 파병했다.
황토현 전투에서 크게 승리해 혁명의 불길을 높이 들었던 동학군은 양국 군대가 파병돼 국가가 위기에 빠지자 정부군과 화약을 맺고 생업으로 돌아갔다. 동학세력은 전라도 53개 군현에 집강소를 설치해 행정에 참여했다.
일본은 500명의 군대를 6월에 조선에 보냈다. 1894년 7월 23일 경복궁을 점령한 후 대원군을 앞세워 친일정권을 세워 갑오경장을 실시했다. 9월에는 서해에서 청나라 군함 4척을 침몰시키며 청일전쟁의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에 동학군이 2차 봉기했지만 1894년 조선침략의 선봉자 이토 히로부미의 친구 이노우에가 일본공사로 10월에 부임했다.
그는 조슈번 야마구치현 출신 미나미 고시로를 동학군토벌대 대대장으로 보내 3개 중대가 세길따라 남하하면서 우금티에서 동학군을 격파했다.
12월 10일에는 일본에 의해 역사에서 철저히 숨겨진 연산전투에서 가장 큰 전투가 벌어졌지만 3만명으로 된 최대 규모의 동학군도 신식 스나이더 총으로 현대화된 정규군대 앞에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 연산현감 이병제는 토벌대에 비협조적이었고 동학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기둥에 묶여 조사 받았지만 동학혁명기간 중 유일한 일본군 전사자가 발생하였던 연산전투는 일본군의 조작으로 황토현 전투와 우금티 전투에 묻혀져 감춰졌다.
◆…이충순공 보병참위 임명장
이충순공이 목숨으로 무너지는 국가를 지키려했던 순국의 현장은 교황의 방한을 맞아 박근혜정부의 약속에 따라 조성된 가톨릭 중심의 서소문 공원으로 왜곡됐다.
그 결과 국가를 청나라에 넘기려하였던 황사영을 포함한 가톨릭교도의 성지로 탈바꿈돼 동학 정신도 순국의 기억도 모두 잊혀져 버렸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민중들은 새로운 세상을 꿈꿨고 그 기대는 1860년대부터 신흥종교로 나타나게 됐다.
동학은 민중들의 그런 소망을 결집시켜 신흥종교집단이 되어 가장 큰 세력으로 변모됐다.
동학은 만석보 물세투쟁으로 시작해 잡세를 없애고 천민이 없는 사회개혁을 하며 토지는 나눠서 경작하게 하겠다는 목적으로 혁명의 깃발을 들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나중에 이념으로 정리된 '사람이 곧 하늘인 세상(인내천, 人乃天)'을 꿈꿨다.
서양의 인권정신은 천년 중세시대를 거치면서 하늘이 부여한 인권(천부인권, 天賦人權)에 바탕을 뒀다. 그 정신이 프랑스대혁명 후 프랑스인권선언서에 집약됐고 지금까지도 그 한계성 아래 주장되고 있다.
하지만 동학농민혁명은 유럽의 인권선언서를 뛰어넘어 사람이 하늘인 세상을 꿈꾸었던 한국판 인권선언서인데도 많은 역사학자들의 초점 잃은 논쟁과 연구 속에 잊혀지고 있다.
여름에 접어들어 잘 자란 벼들이 바람에 넘실대는 들판 강뚝에 세워진 만석보비 앞에서 우리는 한국판 인권선언서인 동학혁명의 뜨거웠던 불길과 이상적인 세법세상을 바라면서 성난 민중이 외쳤던 '사람이 곧 하늘인 새로운 세상'을 꿈꿔 보았다.
인덕회계법인
문점식 부대표
[약력] 현)인덕회계법인 부대표, 공인회계사
전)아시아태평양회계사회 이사, 전)한국조세연구포럼 학회장, 전)한국세무학회 부회장
[저서]“역사 속 세금이야기”
[이메일] jsmoon@indukac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