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당국의 규제조치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광고규제 또한 투자자 유입을 막는데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온라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은 이용자들이 사소한 사기나 손실을 입을 경우 자사의 평판에 손상을 입힐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가상화폐 광고를 금지하거나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으나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구글과 페이스 북은 올해 초부터 광고를 차단하기 시작했고 스냅쳇(Snapchat)은 2월부터 ICO(가상화폐공개) 광고를 내렸으며 트위터 또한 27일(현지시간)부터 관련 광고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초기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작은 온라인 채팅방에서 제한적으로 시작한 가상화폐가 인기를 끌면서 시장과 관련 산업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자 규제당국은 투자위험과 사기가능성을 언급하며 경고를 강화했지만 쉽사리 분위기를 냉각시킬 수는 없었다.
이에 대부분의 규제당국은 산업을 어떻게 규제할지, 프레임 광고를 어떻게 허용할 것인지를 두고 공식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주 G20에서는 공식적인 규제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특정한 규제가 발표되지 않았다.
따라서 관련 기업들은 스스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스위스쿼트 뱅크(Swissquote Bank)의 가상화폐 애널리스트 아누 마셋(Arnaud Masset)은 “인터넷 기업들이 개인정보와 관련한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면 규제당국의 개입은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중간 영역(gray area)에 있는 기업들의 광고는 금지가 어렵다”고 말했다.
구인광고를 전문으로 하는 링크드인(LinkedIn)은 가상화폐 관련 광고를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를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는 다른 플랫폼에서는 광고를 허용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현재 각국의 규제 상황을 보면 가상화폐 광풍이 휩쓸고 간 아시아 지역이 광고에 대한 가장 강력한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중국은 당국이 지난해 가상화폐 거래와 ICO를 전면 불법화 하자 이에 보조를 맞춰 바이두, 텐센트, 웨이보 등이 일제히 광고를 내렸다.
가상화폐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 공을 들였던 일본도 지난 1월 코인체크 해킹 사고가 발생하자 TV에서의 프라임타임 광고를 축소하고 관련 게시물이 줄어드는 등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또한 일본의 대표적인 SNS 서비스인 라인(Line)도 고객보호와 법적 위험을 이유로 관련 광고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일본 금융당국도 자치단체에 광고 규정을 신설토록 요구하고 판촉행사와 광고 시 특정 통화를 언급하는 것도 금지했다. 야후 제팬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맞춰 검색엔진을 변화하는 정책에 부응하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광고를 금지하기는 마찬가지다. 러시아 검색사이트 얀덱스(Yandex) 관계자는 “우리는 오랫동안 가상화폐 광고를 게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요 인터넷 기업들이 가상화폐 관련 광고를 금지하는 정책을 쓰고 있지만 기존 광고 경로가 위협받는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런던 지하철은 가상화폐 거래를 홍보하는 광고로 도배돼 있고 한국 또한 온라인은 물론 버스광고 등도 자유롭게 실시되고 있다.
이처럼 당국의 가상화폐 광고에 대한 규제목소리는 크지만 실질적으로 규제가 되지 않는 이유는 규제가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데서 비롯된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당국이 가상화폐 광고 규정이 만들어질 경우 구글과 페이스 북 등이 현재와 같은 '전면 금지'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규제가 없기 때문이 기업들이 오히려 규제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가상통화 옹호론자들은 “당국의 규제조치가 거의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면서 “이는 지난해 중국이 가상통화 관련 산업을 완전히 뿌리 뽑으려는 정책을 펼쳤지만 여전히 이 분야에 대한 투자는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트위터와 페이스 북의 광고 금지정책이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 들이는 것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광고를 허용하는 사이트도 많고 새로운 코인에 대한 정보들이 퍼진 다른 플랫폼이나 대화방도 생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금융컨설팅 회사 카프론 아시아의 제논 카프론(Zennon Kapron)은 “페이스 북 광고 금지조치 발표 후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하락했지만 구글이나 트위터의 유사한 조치에는 영향력이 약화됐다”며 “가장 강력한 규제조치가 시행중인 중국에서조차 가상화폐와 ICO에 대한 관심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