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명권과 안전권, 정보기본권, 성별·장애 차별개선노력 의무 등 신설
노동자 권리 강화·공무원 노동 3권 보장 관련 기본권 강화
검사 영장청구권 조항·군인 국가배상청구권 제한조항 삭제
오는 26일 발의예정인 정부개헌안엔 4.19혁명,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함께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권, 성별·장애 등 차별개선 노력의무 등이 신설되고 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도 명시된다.
반면 당초 명시될 가능성이 점쳐졌던 촛불시민혁명은 현재 진행 중이라는 측면에서 포함되지 않았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0일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헌법 전문과 기본권, 국민주권 강화 관련 헌법개정안을 설명했다.
조 수석은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헌법을 바꾼 지 벌써 30여년이 흘렀고, IMF 외환위기, 세월호 참사를 거치면서 국민의 삶이 크게 바뀌었고, 촛불집회와 대통령탄핵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며 "국민의 의사를 반영한 개헌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이번 개헌은 첫째도 둘째도 국민이 중심인 개헌이어야 한다"며 "국민이 바라는 대한민국은 국민의 자유와 안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주는 나라이므로 국가는 국민의 뜻에 따라 운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국민들은 국민주권과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열망을 보여준 바 있다”며 “이번 개헌은 기본권을 확대하여 국민의 자유와 안전, 삶의 질을 보장하고, 직접민주주의 확대 등 국민의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개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개헌안은 우선 기본권 주체를 확대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국제사회가 기대하고 있는 인권의 수준이나 외국인 200만명 시대의 모습을 고려해,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평등권, 생명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정보기본권, 학문·예술의 자유' 등 국가를 떠나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천부인권적 성격의 기본권에 대해 그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했다.
다만, 직업의 자유, 재산권 보장, 교육권, 일할 권리와 사회보장권 등 사회권적 성격이 강한 권리와 자유권 중 국민경제와 국가안보와 관련된 권리에 대하여는 그 주체를 '국민'으로 한정했다.
또 노동자의 권리 강화 및 공무원의 노동 3권 보장과 관련한 기본권은 획기적으로 강화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와 관련 과거 사용자의 관점에서 만들어져 논란이 되어온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수정하고, 국가에게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수준의 임금' 지급 노력 의무를 부과했다.
그리고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고용안정'과 '일과 생활의 균형'에 관한 국가의 정책 시행 의무를 신설했고,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을 명시하는 한편, 노동자가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점을 명확히 했으며, 공무원에게도 원칙적으로 노동3권 인정을 명확히 하는 한편, 현역군인 등 법률로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개헌안에는 국민들의 생명권과 안전권, 정보기본권, 성별·장애 등 차별개선노력 의무 등도 신설됐다.
조 수석은 "세월호 참사, 묻지마 살인사건 등 각종 사고와 위험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안전하지 못하다"며 "이에 헌법에 생명권을 명시하고,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천명하는 한편, 국가의 재해예방의무 및 위험으로부터 보호의무를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조 수석은 "세월호 참사, 묻지마 살인사건 등 각종 사고와 위험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안전하지 못하다"며 "이에 헌법에 생명권을 명시하고,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천명하는 한편, 국가의 재해예방 및 위험으로부터 '보호노력의무'를 '보호의무'로 명확히 했다.
정보기본권은 기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와 같은 소극적인 권리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대처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알권리 및 자기정보통제권을 명시하고, 정보 독점과 격차로 인한 폐해의 예방·시정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의무를 신설했다.
사회안전망 구축 및 사회적 약자의 권리 강화를 위해 사회보장을 국가의 '시혜적 의무'에서 국민의 '기본권 권리'로 변경하여 사회적 보장을 실질화하고, 주거권 및 국민의 건강권을 신설했다.
성별·장애 등 차별개선노력 의무 신설 관련, 국가에 성별·장애 등으로 인해 차별상태를 시정하고 실질적 평등 실현을 위한 노력 의무를 지워 적극적 차별해소 정책 근거를 마련했다.
아울러 “어린이·청소년·노인·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한편,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간 헌법 사항인지를 두고 계속 논란이 있어온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과, 군인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제한하는 이중배상금지 조항은 삭제됐다.
조 수석은 "OECD 국가 중 그리스와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헌법에 영장신청주체를 규정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며 "이에 다수 입법례에 따라 영장청구주체에 관한 부분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을 헌법에서 삭제하는 것은 영장청구 주체와 관련된 내용이 헌법사항이 아니라는 것일 뿐, 현행법상 검사의 영장청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따라서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이 헌법에서 삭제된다 하더라도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은 개정 전까지는 그대로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군인 등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군인 등의 국가배상청구권 제한 규정(이중배상금지 조항)은 삭제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국민주권강화를 위해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를 개정안에 신설했다.
조 수석은 “지금까지 국회의원은 명백한 비리가 있어도 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라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기 전까지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세월호 특별법' 입법 청원에 600만명의 국민이 참여했지만 입법발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고 밝혔다.
이어 “권력의 감시자로서, 입법자로서 직접 참여하고자 하는 국민의 요구에 따라, 국민이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과 국민이 직접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며 “직접민주제 대폭확대 통해 대의제를 보완하고 민주주의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이번 개헌은 기본권 및 국민의 권한을 강화하는 국민 중심 개헌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 뜻'에 따라 국가가 운영되고 국민 모두가 '자유롭고' '안전하게'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대한민국을 상상해 보시기 바란다"며 "헌법이 바뀌면 내 삶이 바뀜. 개헌을 통하여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수석은 국회를 향해 “기본권 및 국민주권 강화와 관련된 조항들은 이미 국회에서도 대부분 동의한 바 있는 조항들임”을 강조하며 “양보와 타협을 통해 국민의 희망을 이루어 주실 것을 다시한번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청와대는 이날 1차 설명회에 이어 22일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정부개헌안을 설명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