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왼쪽)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
선거보조금 현실론 vs 정당정치 위배
바른정당 유승민 '사퇴론' 불거져…한국당, "洪-劉 단일화" 압박
자유한국당 홍준표·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기호순)가 독자노선을 고수하고 있지만 낮은 지지율 탓에 단일화 이야기가 끊임없이 새어나오고 있다.
선거보조금 환수 문제 등 현실론이 대두되면서 후보 사퇴 압박까지 거론되어 이들 간 단일화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다. 두 후보간 단일화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의 단일화도 거듭 언급되고 있다.
특히 득표율 10% 미만인 후보의 경우 선거비용 보전을 받을 수 없다. 다만, 단일화나 사퇴를 하면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투표용지 인쇄일 하루 전인 29일까지 단일화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단일화 압박과 독자노선 간 갈등을 빚는 곳은 바른정당이다.
□ 낮은 지지율에 '현실론' 대두된 바른정당 = 유승민 후보가 당내 경선을 통해 선출됐지만 지지율이 현재까지도 3%대에 머물면서 당내에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다.
유 후보는 거듭 "어느 쪽으로도 단일화 시도는 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고 있다.
정병국 공동선대위원장도 YTN 라디오에 나와 "단일화를 할 것 같다면 (유 후보가) 왜 나왔겠느냐"면서 유 후보 주장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당 선대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지난 16일 "4월 29일(투표용지 인쇄 시기)까지 기다려보고, 상황(지지율)이 나아지지 않으면 사퇴를 건의해야 한다"면서 "사퇴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의총을 열어 후보 사퇴를 포함한 당의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공학적 논리가 아니라 국민의 요구를 받드는 차원에서 당 대 당 통합은 아니더라도 바른정당 의원들이 안철수 후보 지지 선언을 해야 한다. 유 후보가 사퇴하지 않고 당의 후보로 남아 있는다 해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했지만 당 선대위 지도부의 의견이라는 점에서 당은 발칵 뒤집혔다.
유 후보 측은 즉각 반발했다. 지상욱 대변인 단장은 "민주적 절차에 의해 뽑은 정당성 있는 후보에게 사퇴를 운운하는 것은 부도덕하고 제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언동"이라고 맹비난했다.
이혜훈 캠프 종합상황실장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당 후보를 사퇴하라고 하고 다른 당 후보를 밀어야 된다는 말만큼 해당행위가 어디 있느냐"며 질타했다.
김무성 중앙선대위원장 역시 유 후보 사퇴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 개최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은) 없다"며 수습에 나섰다.
유 후보는 "(사퇴이야기는) 실명을 대고 떳떳하게 하라고 하겠다"고 불쾌감을 나타내며 "사퇴는 없다"며 완주의사를 분명히 했다.
바른정당 한 관계자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후보가 지지율이 낮으면 당내에서 단일화나 사퇴압박을 받는 경우는 많았다. 과거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지율이 떨어지니 민주당 내에서 단일화 압박을 거세게 하지 않았나"라며 "당의 앞날을 고려해서 후보나 당이 명확히 입장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당, 심재철-정진석 "홍준표-유승민 단일화" 압박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사정도 녹록치 않다. 자유한국당은 선거운동을 위해 250억 원을 담보 대출했지만, 홍 후보의 지지율이 예상보다 반등하지 못하고 있어 유의미한 득표율을 얻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파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지난 15일 입장문을 통해 "보수 전체를 위해 자신을 던져야 할 시간"이라면서 "홍 후보와 유 후보는 단일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석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두 사람이 단일화 노력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두 당은 소멸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면서 단일화 압박에 가세했다.
반면 지지율 2위를 달리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은 '자강론'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져 양강구도가 무너질 경우, '단일화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명분'이다. 선거보조금 환수라는 당의 재정 문제가 걸린 '현실론'에도 세 후보 간 단일화가 힘을 얻지 못하는 데는 약한 정치적 '명분'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운명을 달리하게 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갈등의 골이 깊고, 세 당 간의 정책-이념적 간극 역시 커서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 정치는 '명분', 국민 절반 가까이 '단일화 반대'…"정당정치 위배" = 실제 여론조사도 단일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5~1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후보 단일화'에 대해 43.7%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은 25.2%에 그쳤다.(전국 성인남녀 100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특히 아무리 '돈'이라는 현실론이 중요해도 민주주주의 정당정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도 적잖다.
정치팟캐스트 '권갑장의 정치신세계' 진행자인 권순욱 정치평론가는 "당내 경선까지 치러놓고 후보 사퇴 등을 말하는 것은 정치 도의에도 안 맞고 정당정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강대 이현우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당의 후보가 불리하다고 너무 선거공학적으로 판단하는 건 문제"라며 "정당이 정책과 이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그것으로 국민들에게 평가를 받으면서 커나가야 한다. 설사 승리를 못한다고 해도 정당으로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서는 정체성 확립이 더 중요하다. 단기적으로 선거공학만 생각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