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연장 결정권 쥔 '黃'…전방위 '압박'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다시 '공'은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넘어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기간 연장에 대한 국회 합의가 무산되면서 특검 연장을 할 수 있는 남은 방법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고 있는 황 총리의 승인 여부에 달리게 됐다.

23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만나 특검연장법안 직권상정을 포함한 특검 연장 문제에 대해 담판을 벌였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까지가 활동 기한이 종료되는 특검은 황 총리가 수사 기간 연장을 수용하지 않으면 활동을 마무리하게 된다.

특검 연장이 무산된 데는 여당인 자유한국당이 특검 연장 반대를 '당론'을 정하면서 국회 합의를 봉쇄시킨 데서 비롯됐다.

야당은 그동안 황 총리가 특검 연장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자, 황 총리를 압박하면서 동시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이 발의한 특검 연장 법안 처리를 추진해왔다.

□ 자유한국당 반대, 특검 연장안 직권상정 무산 = 하지만 여당인 자유한국당이 특검 연장을 반대 당론으로 정했고 국회 선진화법으로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권성동 위원장(바른정당)이 여야 합의 없이 상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난항을 겪었다.

이에 야4당 대표와 원내대표들이 회동을 잇따라 갖고 자유한국당과 황 총리를 압박했고,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23일 본회의에서 특검 연장법안을 직권상정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직권상정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반대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특검 수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은 이제 황 총리의 승인만 남게 됐다.

아니면 여당인 자유한국당의 변심(?), 결단을 기대해야 한다.

□ 정세균 의장도 황 대행 압박, 야 "黃, 재량권 남용시 탄핵사유" = 특검연장안 직권상정이 무산되자, 정 의장도 나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특검 연장의 열쇠는 황 대행에게 있다"고 압박했다.

정 의장은 "특검 활동 종료시한이 임박해오며 국회의장 직권상정만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분들도 계시다. 하지만 입법기관인 국회는 그 어느 기관보다 법의 원칙과 절차의 정당성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여야 합의가 없는 한 국회의장으로 문제를 풀기 어려운 현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야당은 황 대행의 국회 탄핵을 압박하며 특검 연장 승인을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에 나와 "현행법에 따르면 황 대행이 (승인) 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특검연장이) 그분 재량권이 아니다. 재량권을 남용한다면 국회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도 이날 "황 대행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를 지내면서 개인적으로 은혜를 받았기 때문에 사적으로는 연장을 불허하겠지만 공적으로는 국민적 분노를 감안해 특검을 연장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정세균 국회의장 여야4당 원내대표. 왼쪽부터 국민의당 주승용,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정 의장, 자유한국당 정우택,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문제는 특검 연장에 대한 들끓는 민심이다.

리얼미터 특검 연장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찬성한다'(매우 찬성 58.6%·찬성하는 편 9.1%)는 응답이 67.7%로 '반대한다'(매우 반대 15.6%·반대하는 편 10.8%)는 입장(26.4%)보다 2배 이상 높다. (지난 22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1명을 대상,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4.4%p. 응답률 9.0%)

야당 관계자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국정농단 사태 수사가 30%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지 않느냐"며 "여전히 국민들은 우병우 전 수석이나 정유라 문제나 최씨 일가 재산 형성 등에 의문이 많으니 특검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 댓글사건을 지휘하다, 철저한 수사를 한 탓으로 '찍어내기' 경질을 당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지난 14일 tbs라디오에 나와 삼성 외 SK와 롯데에 대한 수사, 우 전 수석 등 문제를 지적하며 "1년 정도 지속적으로 수사해야 실상이 제대로 밝혀질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특검 연장을 할 수 있는 남은 방법이 황 대행의 수용입장밖에 없게 되면서 국정농단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보장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들 다수가 특검 연장을 원하고 있고 박 대통령 탄핵을 압도적으로 찬성하고 있는데, 여당의 '몽니'로 무산이 되니 국회가 얼마나 무력한가"라며 "민의를 담지 못하는 국회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 대통령 탄핵도 국민들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마지막 고비인데 황 대행을 압박하는 방법도 역시 국민들의 힘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 박영수 특검팀, 朴대통령 조건부 기소중지로 황 대행 압박 = 이에 박영수 특검팀도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에 대해 '조건부 기소중지'라는 최종 판단을 내렸다. 황 대행의 수사기간 연장 승인과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압박하는 카드라는 분석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23일 브리핑에서 "수사 종료 시점(28일)에 그때까지 조사된 (박 대통령의) 혐의에 대해 법률적으로는 조건부 기소중지 형태의 처분을 내릴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조건부 기소중지는 박 대통령의 '불기소 특권'이 소멸될 때까지 시한부로 기소를 유보하는 조치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소추 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박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 결정으로 대통령직이 파면(인용 시)되거나 임기를 마친(기각 시) 이후, 민간인 신분이 될 때 다시 수사를 재개하겠다는 뜻이다.

'조건부'는 대통령 특권에 따라 수사를 멈춘다는 의미이고 '기소중지'는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의료법 위반 등 범죄 혐의는 소명이 됐다는 의미다. 특검팀이 검찰에 사건 기록을 그대로 이첩하는 선에서 마무리하지 않고 기소중지라는 형사 처분을 함으로써 향후 검찰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