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소화기를 사용한 기름화재 진압 과정. 요란하게 연기가 나고 불이 꺼진 것 같지만 과열된 기름 자체 온도로 다시 발화한다. 사진=삼성화재 제공
삼성화재 방재연구소는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를 분석한 결과 음식점에서 발생하는 주방화재의 약 30%는 식용유 화재라며 음식점 주방의 기름화재 재연실험을 통해 현재 사용되고 있는 소화설비의 문제점과 그 대안을 확인해봤다고 11일 밝혔다.
그 결과 음식점 주방에 의무적으로 설치된 분말소화기, 자동확산소화기, 스프링클러로는 식용유 화재의 진압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 방재연구소에 따르면 가열된 식용유의 온도가 360도를 넘어서면 표면에서 자체 발화가 일어난다. 이때 일반 소화기를 사용해 화재 진압을 할 경우 잠깐은 불길을 잡을 수 있지만 발화점 이상의 식용유 온도로 인해 다시 불길이 일어난다.
초기 진압에 실패해 주방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작동한다면 뿌려진 물이 가열된 기름에 기화되면서 유증기와 섞여 오히려 화재를 더 확대시킨다.
때문에 삼성화재 방재연구소 관계자는 "식용유화재의 경우 'K급 소화기'를 사용해야 한다"며 "K급 소화기는 기름 표면에 순간적으로 유막층을 만들어 화염을 차단하는 동시에 식용유 온도를 빠르게 낮춰 재발화를 막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정 규모 이상의 조리시설을 갖춘 경우에는 주방 후드에 '상업용 주방자동소화장치'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설비의 경우 화재발생시 후드에 설치된 온도센서가 열을 감지해 경보를 울림과 동시에 가스공급이 차단되고 소화약제가 자동으로 분사된다. 이때 후드 위의 덕트 안쪽으로도 소화약제가 방출되면서 덕트로 확산된 화재까지 진압이 가능하다.
국민안전처는 지난해 12월 음식점 주방에 K급 소화기 의무설치와 상업용 주방자동소화장치의 설치를 골자로 한 '음식점 주방화재 대책에 대한 화재 안전기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유승관 삼성화재 방재연구소 박사는 "10년째 제자리걸음인 음식점 주방화재의 발생을 줄이기 위해 관련 규정의 도입이 시급하다"며 "만약 식용유 화재 발생시 K급 소화기가 없다면 냄비뚜껑, 방석 등을 이용해 산소를 차단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삼성화재 방재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비주거용 건물의 화재 발생건수는 14% 감소했으나 음식점 화재는 매년 2500여건 가량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