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 대표가 1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발의와 의결와 관련, 2일 본회의 처리를 위한 논의를 이어갔으나 합의가 결렬됐다.
야3당이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시간 끌기 담화'에 흔들리면서 당초 계획했던 2일 탄핵안 가결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2일 처리를 향해 가열차게 달렸던 '탄핵열차'는 새누리당 비박계의 이탈과 '탄핵 가결'을 더 앞세운 국민의당의 이견으로 '급정거'를 하게 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1일 오후 긴급 회동을 갖고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와 의결시기를 놓고 고삐를 조이기 위해 긴급회동에 나섰지만 국민의당이 비박계 이탈로 인해 2일 탄핵안 가결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를 들면서 '2일 탄핵안 발의와 의결' 합의를 거부했다.
이로써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단축을 포함한 퇴진여부를 물은 담화는 자신의 임기를 오히려 연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의 3차 담화문에 대해 "새누리당 탄핵대오를 교란하고 개헌 논란으로 야권을 분열시키려는 술책"이라고 비난한 것이 딱 맞아떨어진 셈이다.
□ 비박 이탈에 국민의당 '동요' 탄핵안 발의보다 '가결'이 목적 = 새누리당 비박계는 1일 오전 의원총회를 통해 박 대통령의 4월 퇴진과 6월 조기대선을 당론 확정하는 것에 찬성하면서 2일 탄핵에서 이탈했다.
국민의당은 '탄핵 열쇠'가 비박계에게 있음을 강조하며 사실상 2일 탄핵안 처리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이날 오후 야3당 대표 긴급회동에서 2일 본회의 전까지 탄핵안을 발의할 것을 압박했지만 국민의당은 끝내 이를 거부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거듭 말하지만 탄핵은 발의가 목적이 아니라 가결이 목적"이라며 "비박계는 대통령이 7일까지 약속하지 않으면 탄핵에 동참한다고 한다. 2일도 불투명하고 9일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둘 다 불투명하면 9일까지 변화를 보고 촛불도 여론도 보며 9일에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하지만) 두 당은 오늘 해야 한다고 한다. 전 어렵다고 이야기했다"며 "탄핵발의를 내일 야3당이 공동으로 하자고 했지만 저는 12월8일까지 보고 9일 표결하자고 제시했다. 두 당이 '오늘 해야 한다'고 해서 쳇바퀴만 돌았다"고 회동 결렬 배경을 설명했다.
문제는 9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가결될지가 더욱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이 제시한 '4월 퇴진'을 수용할 경우, 비박계는 탄핵안 가결에 동참하지 않기 때문에 9일 본회의 가결은 무산된다. 비박계가 완전 이탈하면 국민의당 역시 탄핵열차에서 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탄핵반대론자' 김동철, 5일부터 국민의당 비대위원장…野공조 비상 = 무엇보다 오는 5일을 기점으로 국민의당 사령탑이 박 위원장에서 김동철 의원으로 바뀌게 되면서 야3당 공조가 더욱 흔들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앉게 될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의 퇴진 논의 제안을 국회가 받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즉 탄핵 반대론자다.
이에 대해 한 야당 관계자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오늘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김동철 의원이 탄핵보다 박 대통령 퇴진 논의에 나서자는 발언을 치켜세웠다. 김 의원은 이제 국민의당 사령탑이 되는데 그 발언은 의미가 크다"며 "5일 김 의원으로 대표가 바뀌는 국민의당이 야3당 공조를 지킬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우려했다.
□ '개헌'에 군침 與-국민의당, 9일 탄핵 무산 시 '개헌블랙홀' 가능성 = 특히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내각제 개헌' 거듭 내세우며 여론을 살피고 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 퇴진 로드맵을 고리로 9일 탄핵안마저 무산시켜 '개헌'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의원내각제 혹은 이원집정부제 개헌 주장은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에서 줄곧 나왔다. 영남과 호남을 기반으로 한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 즉 정당의 생존과 연결된다. 새누리당에선 김무성 전 대표가, 국민의당에선 박지원 위원장이 주장해왔고 이 둘은 여야 대표급이지만 '절친한' 사이로 유명하다.
김 전 대표는 지난 달 23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박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면서 '개헌'추진을 앞세웠다.
정진석 원내대표 역시 야당의 '선(先) 탄핵, 후(後) 개헌'주장에 대해 "현실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며 "탄핵과 개헌, 탄핵과 거국중립내각은 동시에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민의당 박 위원장 역시 개헌을 주장해왔지만 박 대통령 '즉각 퇴진' 여론이 높아지고 야3당 공조를 위해 "개헌은 개헌, 탄핵은 탄핵"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탄핵이 9일 무산될 경우, 그 다음 논의단계는 개헌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국회가 민심의 본질인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 보다 '개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야권 관계자는 "2일 탄핵을 밀어붙이면 비박계는 고심할 수밖에 없다"며 "근데 그 끈을 풀어주니 2일 탄핵은 무산된 것이고 야당까지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9일까지 어떤 이슈가 발생할지 알 수 없고, 박 대통령이 4월 퇴진을 받아들이면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바로 '개헌'이야기를 꺼낼 것"이라고 말했다.
□ 秋다르크의 '경솔함' 김무성 회동에 뿔난 박지원 = 또한 국민의당과 더민주 내부에서는 이날 추미애 대표가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를 만난 것을 두고 야당 공조를 깨는 '헛발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2일 탄핵안 무산의 책임에서 추 대표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 박 위원장은 추-김 회동에 대해 "어제 야3당 대표 회담에서 탄핵에 목표를 두고 (새누리당과 대통령 임기단축에 관한) 대화를 하지 말자고 제안했던, 합의했던 추 대표가 우리 당에 아무런 상의 한마디 없이 마치 지난번 대통령 단독회담을 요구했던 것처럼 오늘 김 전 대표와 회동했다"고 비난했다.
이같은 비난에 추 대표는 "새누리당 비박계의 탄핵 의지를 확인해보기 위한 것이었다"며 "만난 결과 9일에도 전혀 탄핵 추진 의지가 없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 대통령의 퇴진시기를 협상하는 자리처럼 보도된 것에 대해 "명백한 오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더민주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선주자인 김부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대표의 경솔함으로 탄핵 연대에 난기류가 생겼다"며 "당과 상의도 없이 대표의 독단으로 문제가 생긴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엄혹한 국면에서의 독선과 오판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더 이상 협상에 주도권을 쥐려고 하지 마시라. 촛불 앞에 한없이 겸손해져야 한다. 광장의 열기를 국회가 해결하려면 정치적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