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권오준 포스코 회장 '靑 비선권력 연루 의혹' 추적

차은택 '광고사 강탈' 의혹 연루…'부인과 최순실 친분설'
일단 참고인 신분…포스코 측 "외압·비선 관여는 없었다"

포스코그룹 권오준(66) 회장이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47)씨 등이 주도한 옛 그룹 계열 광고업체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 의혹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그가 '비선 권력'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권 회장은 11일 오후 7시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을 예정이다. 조사 과정에서 권 회장과 차씨 측의 공모 관계가 드러나면 피의자로 바뀔 수도 있다.

재계와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권 회장의 포레카 매각 배경과 경위, 광고 발주, K스포츠재단의 배드민턴팀 창단비용 요구 문제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2014년 그룹 회장 선임을 둘러싼 몇몇 첩보도 입수해 사실관계를 확인중이다.

포스코 이사회는 공정한 심사 절차를 거쳐 회장 선임이 이뤄졌다는 입장이지만 최순실씨(60·구속) 등 비선 실세들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끊이지 않는다.

권 회장은 포스코 기술부문장(사장)이던 2014년 1월 정준양(68) 전임 회장을 잇는 임기 3년의 차기 회장으로 선정됐다.

그는 그룹 2인자로 통하던 정동화(65) 포스코건설 부회장과 더불어 5명의 후보군 안에 들었고 CEO추천위원회의 면접을 거쳐 포스코호(號) 선장으로 낙점을 받았다.

포스코기술연구소장 등을 지낸 순수 기술인 출신으로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그가 회장에 선임되자 업계 안팎에선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역대 회장 선임 절차가 그랬듯 청와대 의중이 반영됐다는 소문만 나돌 뿐 구체적으로 그가 어떤 '정치적 배경'을 가졌는지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최순실씨가 국정농단 의혹 장본인으로 주목받으며 권 회장 선임 이면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선 권 회장의 부인인 박충선(63) 대구대 교수와 박 대통령 및 최씨 등과의 친분설이 제기된다. 서강대 출신인 박 교수는 박 대통령의 대학 2년 후배다.

박 교수는 박 대통령이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때 여성정책을 자문한 인연으로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할 때 찾는 극소수 인사 가운데 하나라는 소문이 나돈다.

권 회장 부부가 박 대통령의 수발을 들던 최순실씨, 정호성·안봉근·이재만 등 '청와대 문고리 3인방'과 교류한 것도 이때부터라는 얘기가 있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철강입국'의 기치를 내걸고 설립한 포스코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정권의 인사 전횡, 나눠먹기식 사익 추구 등 행태를 보며 포스코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뜻을 측근들에게 자주 얘기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최씨가 박 대통령의 뜻을 잘 받들 인물로 권 회장을 낙점하고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을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런 배경을 토대로 최근 문제가 된 포레카 관련 의혹을 설명하는 시각도 있다. 회장 선임에 도움을 받은 권 회장이 일종의 '보은' 차원에서 최씨와 그의 최측근인 차은택씨 측에 이권을 제공하려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매각 추진 과정에서 권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을 것으로 의심할만한 정황도 있다.

제일기획 출신 '광고맨'인 김영수(46)씨가 포레카 대표에 선임된 것은 권 회장 취임 직후다. 그는 대표직에 앉자마자 포레카 매각에 매달렸다. 이후 차씨 편에 서서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에 가담한 의혹이 제기됐다.

중소 광고대행사인 A사에게 포레카를 넘기고 A사에게서 지분을 다시 빼앗아온다는 큰 밑그림을 그린 뒤 김씨에게 실무를 맡겼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특히 경향신문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A사 대표 한모씨에게 포레카를 A사에 넘기기로 했다고 설명하면서 "회장님까지 오케이를 받은 상황"이라며 권 회장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권 회장이 최소한 차씨 측의 포레카 강탈 각본을 사전에 알았던 게 아니냐는 의심이 뒤따른다.

차씨 측이 포레카 지분을 차지한 뒤 수백억원대 포스코 광고를 싹쓸이한다는 계획이 권 회장의 묵인 아래 은밀하게 추진됐다는 의혹도 있다.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포레카 문제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권 회장이 애초 청와대 측과 모종의 조율 속에 매각 작업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도 권 회장의 2014년 회장 선임과 작년 3∼6월 진행된 차씨 측의 포레카 강탈 시도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 이 과정에 박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관여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권 회장이 최씨와 그 인맥들의 문어발식 인사 개입 전횡 의혹을 밝혀줄 핵심 인물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편 2014년 권 회장 선임 당시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지낸 이영선 연세대 명예교수는 "권 회장 선임 과정에 외압이나 비선 권력 이런 것은 전혀 없었다. 모든 절차가 공정하고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