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지난 26일부터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에 반발,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주장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정 의장의 사퇴까지 농성기한을 잡았으며 이례적으로 국회 로텐더홀이 아닌 당대표실에서 비공개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사진 새누리당)
◈ 이정현 단식-김영우 감금, 野 "의회주의 파괴자는 새누리"
제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새누리당의 '보이콧'으로 얼룩지고 있다.
국감 이틀째인 27일에도 새누리당은 국감 불출석은 물론, 이정현 대표의 '골방 단식'은 계속 됐다.
나아가 새누리당은 안보관련 상임위인 국방위원회를 열어야 한다는 김영우 국방위원장의 뜻을 제지하면서 김 위원장을 국방위원장실에 감금하는 사태까지 만들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사상초유의 집권여당의 국감 보이콧에 대해 "의회주의 파괴자는 새누리당"이라고 맹비난했다.
특히 이 대표의 단식농성과 관련해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이석수 우병우 논란을 일거에 없애려는 공작", "박근혜 대통령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행동"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민생 현장 방문 일환으로 전북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 대표의 단식에 대해 "정세균 의장에 대한 퇴진 요구는 핑계에 불과하다"라며 "이정현 대표의 단식 투쟁은 대통령한테 잘 보이고 싶은 것뿐이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새누리당의 보이콧과 이 대표의 단식 등에 대해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이석수 우병우 논란을 일거에 없애려는 공작 아니냐, 거기에 넘어갈 필요 없다"고 일갈했다.
박 위원장은 "(이 대표가)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까지 단식을 계속하겠다고 하면, 타고 있는 정국에 휘발유를 퍼 넣는 것"이라며 "이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갈 수 없다. 마주 보고 기차가 달리면 충돌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국방위 국감을 진행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자, 이를 만류하고 급기야 김 위원장을 국방위원장실에 감금하는 사태까지 벌였다.
서청원 의원은 "외국 정당에서도 종교와 양심의 자유에 대해서는 개인에 위임하지만 당론은 따르게 돼있다"며 종교와 양심보다 '당론(黨論)'이 위에 있음을 강조,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국방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김 위원장 설득에 들어가면서 위원장실에서 못 나오게 막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김무성 전 대표가 회유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제가 지금 국방위원장실에 갇혀 있다. 안타깝다. 이래서는 안 된다. 저는 상임위원장"이라며 "이렇게 해서야 어떻게 의회민주주의를 지켜야한다는 말을 할 수가 있겠는가"라고 당 소속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이에 더민주 박경미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이 김 위원장의 뜻을 만류하고 설득하는 것에 대해 "말로는 만류와 설득이라지만 자당 의원들이 국방위원장실로 찾아와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근 것은 감금이 아닐 수 없다"며 "한 사람 한 사람이 국민의 대의기관이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소신을 가로막는 것도 부족해, 인신을 감금한 행태는 가히 충격적"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또 평소 김 의원과 가까운 김무성 전 대표 등을 설득 작업에 투입한 것도 어처구니없다. 편 가르기 정치, 패거리 정치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며 "자신의 본분을 다하려는 국회의원을 정쟁을 위해서 인신까지 감금하며 막는 것이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자유민주주의이고 의회민주주의인가"라고 비난했다.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 이틀째인 27일에도 새누리당은 '보이콧'으로 인해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국회 정무위는 이날 오후 야당으로 사회권을 발동, 오는 10월4일 예정된 산업은행 국감 관련 증인채택을 위한 전체회의를 열었다.
◈ 與상임위, 파행 野 사회권 발동 '주목'…교문위 '미르재단 의혹' 추궁
27일 국회는 법제사법위를 비롯한 정무위, 기획재정위 등 13개 상임위가 국정감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새누리당의 '국감 보이콧'으로 여당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상임위는 국감이 진행되지 못했다.
이날 오전 10시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국회 법사위는 야당위원들이 여당 소속인 권성동 위원장에게 출석요청서까지 보냈지만 전날과 마찬가지로 여당 위원들은 전원 불참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권 위원장을 향해 '출석요청서'를 발송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박 의원은 "중차대한 헌법상의 국감이라는 제도를 시행하는 차제에 여야 간에 정치적 이견이나 감정을 떠나 위원장께서 국감장에 출석해 회의를 개의하고 이끌어주시기를 바란다"며 "국회법상 (위원장이) 회의 진행을 거부, 기피하는 경우 반대 당의 간사(박범계 의원)가 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그런 부분까지 고민하지 않게끔 출석해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후 박 의원은 권 위원장과 전화통화를 하고 권 위원장이 출석할 수 없는 사정을 설명하자 결국 자율 해산을 선언했다.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정무위원회 역시 제20대 국회 첫 국감을 개회조차 못한 상태다. 이날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국감이 예정된 정무위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파행을 겪었다.
특히 정무위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문제와 가계부채 등 민생과 직결되는 경제 사안이 집중되어 있어 야당은 이날 오후 이 위원장 대신 사회권을 발동, 국감 증인·참고인 출석요구를 위한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개회했다. 오는 10월4일 실시될 산업은행 국감 증인을 채택할 예정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위원장이 의사진행을 거부할 경우, 다른 교섭단체 소속 간사가 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할 수 있다. 개회 정족수도 재적위원 1/5인 만큼 개회하는 데 문제는 없다.
이에 이날 파행을 겪은 여당소속 위원장인 상임위들은 향후 새누리당의 보이콧이 계속될 경우, 야당으로 사회권을 발동해 국감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부를 상대로 국감은 진행한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27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허가 문제와 최순실씨의 권력개입 의혹에 대해 추궁했다. 조윤선 문화부 장관이 답변하고 있다.
한편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이날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의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문체부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허가를 내 준 소관부처다.
더민주 손혜원 의원은 이날 aT와 문화융성위원회, 한식재단 등이 주관하는 한식세계화 사업 중 에꼴 페랑디 학교와 진행하는 사업에 미르 재단이 관여해 왔고, 박근혜 대통령도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손 의원은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2013년 aT에 사장으로 재직했다며 대통령의 김 장관 해임 거부 배경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에꼴 페랑디와의 행사를 aT가 주관하면서 미르 재단에 도움을 준 것 아니냐. aT의 예산이 계속 들어갔기 때문에 김재수 장관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도 "통상적으로 법인 허가를 낼 때는 일반인의 경우 30일 정도 걸린다. 하루 만에 허가가 나는 것은 벌써 준비됐고 예정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금 경로도 의심 투성이다. 제가 어떤 기업 임원과 통화했는데, 전경련 상임부회장 이승철 씨는 청와대 비선의 역할이 없고서는 움직일 수 없었을 거라고 하더라"며 "그 주역이 최순실 씨 아니냐"고 압박했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최순실씨에 대해 "제가 알지 못하는 분이며 언론보도를 통해 그 분의 가족관계 정도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두 재단의 허가에 대해서는 "두 재단의 경우 사전부터 재단을 설립하겠다는 의지와 재단 설립의 절차 및 갖춰야 하는 서류에 대해 문체부 직원과 사전에 상담이 있었다"며 "그 상담 내용에 따라서 자료를 완비해 제출을 하게 됐고, 접수된 자료가 서류상 하자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는 접수 후에 사실상 그렇게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유 위원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문체부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김종덕 전 문체부장관과 박민권 전 문체부 차관의 증인 채택 필요성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