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카마 사막 주민들 "메마르고 추운 날씨 힘겹지만 그 덕분에 먹고 살아"
1년 내내 20도를 넘나드는 일교차, 화성에 비견될 정도의 건조함, 강풍에 실려 오는 굵은 모래, 넉넉지 않은 물과 전기….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은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으로 손꼽혀 천문학자들이 지구에서 화성 등 우주 행성과 가장 유사한 환경을 갖춘 곳으로 보고 각종 실험을 수행하기도 한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으로 가는 관문 도시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아타카마 사막에 가장 가까운 칠레 마을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San Pedro de Atacamaㆍ이하 산 페드로)에서 만난 주민들은 사막의 삶이 절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근교 투어 가이드 일을 하는 클라우디오 아반(41)은 "추위, 건조함, 바람, 모래, 더위 등 어느 하나 쉬운 부분이 없다"며 "오랫동안 이곳에 살아와서 적응했다고는 해도 가끔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으로 가는 관문 도시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시내의 성당.
그는 "산 페드로는 칼라마(Calama) 등 주변의 큰 도시와 연계되지 않으면 독자적 생존이 어려운 곳"이라며 "자체적인 생산이 거의 없어서 물가도 낮지 않은 등 삶의 조건이 까다로운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질 동부 해안에 가까운 쿠리치바에서 여행을 온 줄리아나 고메스(28)는 "숙소에서 밤에 잘 때 추워서 온풍기를 틀면 너무 건조해서 견딜 수 없을 지경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며 "낮에 활동할 때는 먼지 때문에 코가 계속 막힌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아타카마 사막의 건조한 공기와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쾌청한 날씨는 천문 관측에 적합한 환경인 동시에 장기간 연구를 어렵게 만드는 조건이기도 하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엘 타티오 간헐천에서 바라본 일출 전 모습.
한국천문연구원 관계자는 "아타카마 사막에 다른 국가와 공동으로 천문대를 운영하고 있다"면서도 "극히 건조하고 사람이 장기간 거주하기 어려운 환경이라서 관측 인력을 직접 파견하는 대신 시설 유지를 위한 현지 직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사막은 주민들에게 가혹한 환경과 생계의 기반을 동시에 주고 있다.
'달의 계곡'(Valle de Luna)과 '무지개 계곡'(Valle de Arcoiris)을 비롯해 엘 타티오(El Tatio) 간헐천 등 아타카마 사막에서 이름난 독특한 지형을 보러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든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달의 계곡에서 바라본 해질 녘 구름
아타카마 사막을 거쳐 볼리비아의 우유니(Uyuni) 소금 사막과 페루 마추픽추 등 다른 관광지로 이동하거나 그 반대 순서로 도는 일정은 남미 여행의 정형화된 코스가 됐다.
산 페드로 주민 마리아 델가도 베르날(33)은 "우리를 힘들게 하는 바로 그런 것들 때문에 관광객들이 몰리는 것 아니겠느냐"며 "산 페드로 인구의 90% 이상이 관광업으로 먹고산다"고 말했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 달의 계곡
산 페드로의 투어 가이드 아반은 "사막이 아니었더라면 과연 산 페드로라는 작은 마을이 이렇게 번창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며 "사막은 우리에게 축복이기도 하다"고 웃었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 무지개 계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