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분식회계 탐욕은 본능이다

외부감사공영제로 발본색원하라

억울한 공익피해는 기업의 분식회계로부터 나온다. 한국의 영리기업·비영리조직 등의 내부회계와 외부감사제도가 완전히 잘못되었기에 회계투명성 환경은 최근 61개국 중 61위로 꼴찌가 되었다. 20년전의 대우그룹과 작금의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는 모두 IMF 경제위기와 극심한 불황의 썰물 속에서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분식회계는 자수하거나 고발보다는 경영실적이 악화되면 저절로 노출된다. 급속한 경제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던 7080의 밀물시대에는 바다밑에 암초(분식회계)가 감추질 수 있었다. 하지만  썰물 때는 밖으로 드러나서 암초에 걸린 유람선(기업)은 난파되고 선량한 승객(투자자)이 다수 익사하는 격이다.

경제가 밀물이건 썰물이건, 암초를 아예 없애거나 어떤 암초라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장은 암초를 품은 바다보다 더 높은 곳에서 망원경으로 바다와 암초를 탐조한다. 천재지변적 풍랑이 불 때를 제외하면 암초를 모두 발견해서 선원과 승객들에게 알려서 난파(공익피해)를 예방한다.

회계투명성을 위해 기업회계와 외부감사는 여객선과 선장처럼 한 몸이다. 선장이 암초와 대립적 또는 독립적 관계이듯이 외부감사인은 분식회계(암초) 유혹에 빠지기 쉬운 기업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며 더 높은 곳에 있어야 분식회계라는 암초를 발견하기 쉽다.

현행 외감법은 자산 120억원 이상의 법인은 외부감사인을 선임하여야 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당연히 기업이 자유선임한다. 그리고 기업이 외부감사보수도 최저가입찰을 제시받아 지급한다. 선장과 암초가 독립되듯이 외부감사인도 기업으로부터 완전독립되어야 하는데 기업이 감사인을 임의로 선정하고 보수도 최저가로 지급하니 독립성이 없다.

독립성이 없는 외부감사인은 분식회계를 발견하고도 증거불충분으로 다음 기로 넘기다 보니 회계절벽과 공익피해가 속출한다. 자유계약하의 외부감사인은 자본주의 파수꾼이나 공익 감시견의 역할이 아니고 자본주 도우미나 사적 애완견으로 전락되었다. 어찌 종이 주인의 회계부정을 매년 경고하고 외부고발할 수 있겠는가? 주종관계를 벗어나야 독립성이 있다.

자본주의는 개인의 사욕과 기업의 탐욕이 강할수록 더 잘 된다. 욕구와 사익이 경제의 기본이다. 모두가 성직자가 되면 누가 헌금을 낼까. 기업경영이 순탄하면 탐욕이 강해도 일자리와 소득이 더 증가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양호한 기업의 탐욕자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재산과 이익을 줄여 발표한다. 이 경우는 공익피해가 적고 세금만 적게내거나 늦게 낸다.

반면에 매출과 이익이 불량한 기업의 탐욕스런 경영자는 자기보너스와 배당을 더 받고, 주주자본금을 더 높여서 조달하고, 외부차입금을 능력이상 빌리기 위해 재산과 이익을 부풀리고 부채를 축소은닉한다. 이건 거대한 공중사기이며 대중 도둑질로 국민과 국가에 거액의 공익피해를 일으킨다.

투명거래는 분식·사기·횡령과 함께 모두 회계로 집계되는데, 마지막 필수관문인 외부회계감사가 독립성 있게 제대로 되어야 경제가 바로 선다. 제대로 된 외부회계감사를 위해서 금융당국이 입법화한 그 많은 방법론(감독당국의 감리·감독규제, 회계법인 강력처벌, 기업의 감사위원회독립, 투자자의 민형사집단소송 등)에는 너무 많은 인력·시간과 돈이 소요된다.

분식회계를 제대로 예방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 많은 제도를 일소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감사공영제이다. 아니면 상장법인만이라도 전면 지정제를 도입해야 한다. 만약 회계법인이 단 한건의 부실감사만해도 배정제외로 퇴출시키거나 50%를 삭감한다면 분식회계와 부실감사는 발본색원될 것이다.

분식회계는 감사보수가 적어서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감사인의 독립성이 없어서 느끼고도 입이 닫히는 것이다. 매년 회계법인을 달리 배정하면 내년에 경쟁회계법인으로 배정되고 또 다른 회계사에게 발각되는데 누가 결탁하고 봐주기 온정을 베풀겠는가.

기업경영자와 회계사, 외부감사인에게 윤리와 양심과 도덕성만을 호소해서는 안된다. 대부분 윤리적으로 감사한다. 자본주의적 민주사회에서 이들이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 본능이다. 각자의 사적자치와 사익추구를 장려하되 외부이해관계자의 사익도 보호하고 공익피해를 예방하는 투명회계감사제도가 제대로 도입되어야 한다.

현재의 외부감사 자유계약은 사익추구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모든 기업이 기왕에 외부감사비용을 치르는데 떳떳함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감사보수를 공탁한 후 정부 등 공익조직이 외부감사인을 강제배정해야 한다. 경영실적이 꾸준하고 재무상태가 양호한 대부분의 선량한 기업인은 자기친구가 아닌 제3자 외부감사인이 강제배정되어도 그다지 두려워하거나 꺼려하지 않는다. 숨길게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감사공영제라는 쉬운 길을 놔두고 왜 그리 복잡한 제도만 양산하는지 안타깝다.

감사인 지정제가 35년전의 제도라 해서 버릴 것만은 아니다. 선진국이 자유계약제로 외부감사하는 것은 윤리와 도덕성이 높아서가 아니라 주주와 경영자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고, 내외부 고발자가 많아 분식회계가 대부분 발각되고, 분식회계를 주도자하는 기업CEO, CFO는 종신형 등으로 패가망신하기 때문이다. 감사공영제는 溫故而知新이지만, 우리나라의 기업경영현실에 딱 맞는다.

기업입장에서도 감사공영제로 비용이 걱정되면 감사보수표준금액이나 최소금액을 사회적 합의로 법정화하여 방어하면 된다. 또한 회계사의 무사안일과 도덕적 해이 및 품질불량은 걱정 안해도 된다. 현재의 최저가수준의 외부감사자유계약하에서 외부감사수수료는 회계법인 소속회계사 급여의 약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회계사들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더 열심히 품질높게 일해야 나머지 60% 부족부분을 채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