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무호흡증, 만성피로 고혈압 우울증 유발

코골이는 성인 10명 중 3~4명이 겪을 만큼 흔한 증상이다. 국내 성인남자의 50%, 성인여자의 30%가 코를 고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골 때 나는 ‘드르렁’거리는 소리는 공기가 좁아진 기도를 지나가면서 발생한다. 코골이 자체는 주변사람을 괴롭게 하지만 건강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수면무호흡이다. 좁아진 기도가 더 좁아지면서 숨길이 막혀 호흡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증상이다. 평균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무호흡이 시간당 5회 이상 또는 7시간 동안 30회 이상이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한다. 국내 코골이 환자의 약 50%가 이 질환을 겪고 있으며, 환자 수는 35만명 이상으로 집계된다.

증상이 수면 중에 나타나기 때문에 현재 상태를 인지하지 못해 치료시기가 늦어지거나 아예 치료를 받지 않는 사례가 많다. 수면 중 무의식적으로 숨을 멈췄다가 한꺼번에 몰아쉬거나,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잠에서 깬 적이 있다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 질환은 숙면 방해, 만성피로, 고혈압, 심폐혈관계 합병증, 뇌기능장애, 성격 변화, 우울증 등을 유발한다. 수면 중 호흡이 가빠지면 교감신경계가 자극을 받으면서 혈관과 심장에 부담을 주게 되고, 이로 인해 혈압약을 복용해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는 증상이 발생한다.

특히 잠을 자다 호흡이 비정상적으로 끊기면 수면 안정도가 떨어지면서 ‘텔로미어(telomere)’의 길이가 짧아지고 이는 노화로 이어진다.  노화시계로 불리는 텔로미어는 그리스어 ‘텔로스’(끝)와 ‘메로스’(부분)의 합성어로 세포 속 염색체 양 끝에 존재하며 DNA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젊은 사람은 약 1만개의 긴 텔로미어를 갖고 있지만 세포가 분열을 거듭하며 텔로미어의 길이는 점점 짧아지고 세포는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 

신철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센터 호흡기내과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이 있을 때는 체내의 산소가 부족해져 유해산소가 발생한다”며 “이 때문에 수면무호흡 등 불안정한 수면상태가 자주 나타나는 사람은 정상적인 수면리듬을 가진 사람보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다”고 설명했다.

 

비만한 사람은 수면무호흡증 발생 위험이 정상인보다 4배 높고, 여성보다 남성에서 발생빈도가 잦다. 여성은 성호르몬의 영향으로 폐경기 이후 발생률이 증가한다. 또 뚱뚱할수록 각종 증상이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골이·수면무호흡증 치료법으로는 수술, 구강내 장치 및 양압기 착용, 생활교정치료 등이 대표적이다.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므로 자기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기 위해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한다. 이 검사는 수면 중 무호흡 정도, 원인, 맥박·혈중 산소농도의 변화, 뇌파각성 정도를 측정한다. 

수술적인 치료법은 원인 부위에 따라 다르다. 코가 원인일 땐 비중격만곡교정술이나 하비갑개절개술을 실시한다. 인두부의 경우 편도 및 인두의 점막을 절제하는 구개인두성형술, 고주파온열구개술 등으로 치료한다. 이밖에 설부축소수술, 두경부골격수술, 양측 상악전진술 등이 있다.

신 교수는 “수면무호흡이나 분절수면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진단을 받고 치료해야 심각한 문제로 악화되지 않는다”며 “수면장애는 환자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에 가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헬스오 박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