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가 소멸시효 완성채권 2000억원 상당을 저축은행에 팔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삼성카드가 국내 금융기관들이 2010년 이후 매각한 총 4121억원 상당의 소멸시효 완성채권 중 절반이 넘는 2106억5400만원 어치의 채권을 솔로몬저축은행에 팔았다고 15일 밝혔다. 삼성카드는 지난 2010년 소멸시효 완성체권을 원금의 4% 가격인 84억1400만원에 구 솔로몬저축은행에 매각했다.
소멸시효 완성채권은 금융회사가 갖고 있는 대출채권 중 권리가 행사되지 않은 때로부터 5년이 지난 채권을 말한다.
강기정 의원은 "대부업체 등이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카드사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저가에 사들인 후,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채무자로부터 소액변제를 받아내는 등의 부당한 방법을 통해 시효를 부활시켜 채무를 추심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대부업체는 채무자가 지급명령에 대해 2주 이내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채권자의 주장대로 지급명령이 확정되는 사실을 악용해 시효를 부활시킨다"며 "1만원의 소액을 입금하면 원금의 절반을 줄여 주겠다는 식의 감언이설로 채무자들을 회유해 시효를 되살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채권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그 채권 채무자의 변제의무는 자동으로 소멸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멸시효 완성채권이 대부업체로 팔리게 되면 채무자인 금융소비자는 자신도 모르게 대부업체를 채권자로 맞이하며 이에 따라 부당한 채무추심에 노출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소멸시효 완성채권의 채무자들은 서민, 노인 등 취약계층이 대다수여서 이들을 중심으로 갚지 않아도 되는 채무의 이행부담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강 의원은 "소멸시효 완성채권 매각현황이 일부 금융기관에 집중된 것을 보면 소멸시효 완성채권에 대한 각 금융기관의 관리가 매우 소홀했음이 드러난다"며 "금융감독원의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소멸시효 완성채권의 매각을 금지하고 나아가 소멸시효 완성채권 등에 대한 매각금지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은행이나 국책금융기관 등의 소멸시효 완성채권의 매각이나 추심에 대해 정하고 있는 법령이나 규정은 현재 없는 상태다. 다만 금융감독원이 지난 8월 행정지도에 불과한 '소멸시효 완성채권 추심에 따른 서민피해 예방대책'만을 발표한 게 전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