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결산 상장사 1737개 중 재무기준이 부실한 기업 114곳 가운데 78곳의 외부 감사인을 기존 감사인 그대로 지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외부감사인 지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결산 상장사 1737개 중 부채비율이 200%를 넘고 동종업종 평균 부채비율 1.5배를 초과하며 이자보상비율 1 미만으로 재무상태가 부실해 감사인 지정 조건에 해당하는 기업은 114개로 확인됐다고 15일 밝혔다.
금감원은 재무기준이 부실한 기업 114곳 중 관리종목 또는 감리결과 조치 등 기존의 지정사유와 중복되는 29곳과 상장 폐지된 8곳을 제외한 77곳, 횡령·배임을 공시한 상장법인 1곳 등 총 78곳의 외부 감사인을 지정했다.
김기식 의원은 금감원이 외부 감사인을 지정한 78개사 중 21곳에 기존 감사인을 그대로 다시 배정했다고 지적했다. 삼일 회계법인은 기존에 감사했던 8곳 중 5곳, 삼정은 15곳 중 6곳, 안진은 14곳 중 6곳을 재선임 받았다.
김기식 의원은 "감사인 지정제도는 재무가 부실한 기업에 대해 새로운 감사인을 지정해 회사를 엄격하게 감사해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높이고자 도입했는데 기존 감사인에게 그대로 감사를 맡긴다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회계분식과 관련해서 또 한 가지 문제되는 것은 감사대상 회사와 외부감사인 간의 유착"이라며 "금융감독당국은 감사인과 감사대상 회사의 유착을 방지하고 외부감사인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감사인을 지정할 때 기존 감사인을 배제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