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원 시장…이란정부 재정악화가 수주의 변수
이란의 핵협상 타결로 수십조원의 건설시장이 열렸지만 막상 한국 건설업체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건설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는 오랜 경제제재로 재정사정이 악화된 이란을 공략하기 위해선 금융조건이 관건인데 국내 금융기관과 정부의 해외건설 지원 규모로는 막대한 자본으로 밀어 붙히는 중국이나 선진 건설사들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란은 10 년 가까이 경제제재를 받느라 그동안 도시개발, 산업시설투자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앞으로 막대한 건설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세계 건설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해외의 건설조사기관은 이란 건설시장의 경우 지금 당장 시장이 열리지는 않겠지만 현재 저유가 기조가 어느정도 회복된다면 1,2년 후에는 이란의 건설시장이 5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놨다.
상반기 해외건설수주 실적 (조원)
자료 : 해외건설협회 DB
막강 자금력 중국건설, 그동안 지속 영업으로 이란 국민과 정부 신뢰 탄탄
해외건설금융을 담당하고 있는 수출입은행은 이란을 중점지원대상국으로 선정하고 다양한 금융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해외건설협회도 이번주에 이란시장공략을 위한 세미나를 준비중이다.
그러나 막상 이란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수주를 따내야할 건설사들은 이란의 경제제재 해제 소식에도 불구하고 관망세를 보이며 세계 건설시장의 흐름과 국내 금융기관의 움직임만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제제재가 제대로 해제되려면 앞으로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데다 이란진출을 위해서는 금융부문의 경쟁력이 관건"이라며 "중국, 일본, 서구 선진국 등 자본력이 막대한 국가들의 우선 차지가 될 가능성이 커 이들의 움직임에따라 대응전략을 마련해야할 처지"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중국 건설사들이 이번 핵협상타결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세계 최대 자금력을 보유한 중국 건설사들은 자금력 뿐만 아니라 이란 내에서의 영업 네트워크도 탄탄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제재 이후 한국이나 일본, 서구 국가들의 기업은 이란에서 철수했으나 중국은 그대로 남아 지속적으로 영업활동을 벌여와 이란 국민들과 정부의 신뢰도 높다는 것이다.
한국의 건설회사들은 미국의 제재결의에 따라 2010년을 전후에 거의 대부분 철수하면서 회사별로 2~3명의 직원만 잔류시키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란에 체류중인 현지직원들의 보고에 따르면 과거 한국, 일본, 서유럽 국가에서 추진하던 프로젝트의 대부분이 지난 5~6년 동안 중국업체들의 차지가 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한국 건설사들에게 이란은 신시장이나 다름 없게 됐다"며 "경쟁을 벌여야 할 상대가 막강 자금력과 유대관계가 탄탄한 중국건설업체여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당장 무엇이 이뤄지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고 있어 아직은 검토와 대응방안 마련에 착수한 정도"라며 "정부의 해외건설 금융제도가 프로젝트별, 업체별 지원규모가 수백억원에 지나지 않아 수천억원, 수조원으로 예상되는 이란의 대형공사를 따내려면 결국 업체 스스로 해외에서 자금조달을 해야하는데 경기침체로 조달도 만만치 않고 금융비용때문에 수익성도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황금알을 낳는 시장…중국 자본과 한국 기술력 합작 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 이란은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기 때문에 정부와 은행, 건설사가 긴밀히 협력해 적극적으로 이란시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중국과 경쟁을 할게 아니라 중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김종현 상무는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석유매장량이 중동지역 2위인 이란의 석유생산은 다시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진출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특히 우리 건설사들이 기술과 경험에사 강점을 갖고 있는 석유화학플랜트, 유류터미널, 가스처리시설 등 발주가 증가해 우리에게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서 "이란 시장에서 중국의 자본이나 영업력, 인건비 등과 경쟁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중국과 경쟁하기보다 우리의 경험과 기술에 중국의 자본과 영업력을 더해 중국과 함께 합작방식으로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각에서는 이란 정부의 재정이 문제라면 현물 공사비 지급방식 등의 방법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관계자는 "돈이 없다고 움츠려 들기 보다는 공사비를 석유 등 현물로 받아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검토해야한다"며 "현물거래의 위험인 가격변동이나 현물을 되파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나 정유사와 긴밀히 협조한다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