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호전은 원재료 가격 급락 때문...언제 다시 오를지 불안
포스코가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가 1분기 5000억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업계는 물론 포스코 스스로도 침체탈출은 아직 멀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1분기 매출 6.8조원에 당기순이익 4998억원을 실현해 전년 1분기 순이익 1115억원의 4배가 넘는 순이익을 실현했다. 그 전해인 2013년의 순이익 3834억원보다도 30.4% 많은 이익을 내 그동안의 침체 국면에서 벗어난 것 아니냐는 진단이 시장에서 흘러 나왔다.
더욱이 동부제철은 워크아웃, 동국제강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에 들어 가고 현대제철도 이익은 증가했지만 현대하이스코와의 합병이 두차례나 진행되는 등 철강업계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라 업계 맏형인 포스코의 침체탈출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자료 : 포스코 각년도 분기보고서
그러나 이런 포스코의 1분기 실적에 대해 철강업계와 전문가들은 침체가 회복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매출이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침체와 중국의 공급과잉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 철강시장의 공급구조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얘기다.
지난 2008년 이후 조선, 자동차 등 철강의 주요 수요자들이 여전히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있으며 중국 공급과잉문제도 작년부터 시진핑 정부가 산업구조조정을 하고 있지만 난립하고 있는 군소업체들을 정리하는 것이지 세계 10위안에 들어선 중국의 초대형 철강사들은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중국 군소철강업체들이 정리되고 있지만 대형사로 흡수통합돼 시장에 큰 영향은 없다"며 "대형 철강업체의 본격적인 감산이 없으면 공급과잉으로 인한 철강가격의 하락세가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코 관계자도 "시장의 과잉공급이 해소되고 철강가격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세계 경기회복이 이뤄져야 한다"며 "중동지역의 불안고조 등 현재 세계 경제상황을 볼 때 당분간은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해 매출이 과거 수준으로 반등하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 제품가격은 14% 하락, 원재료인 철광석은 57% 하락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지난 1분기 매출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호전된 것은 제품시장의 회복보다는 원재료인 철광석과 석탄, 고철 가격의 폭락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국제 철강제품 가격은 재작년에 5.8%, 작년에 8.9% 하락하는 등 2년새 14.1% 하락했지만 주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재작년에 37.2%, 작년에 31.2%가 하락하는 등 2년새에 거의 3분의1토막이 나고 말았다.
석탄가격과 고철가격도 각각 20.4%, 31.1%가 하락해 포스코의 원재료비용을 크게 줄여 줬다. 즉, 제품가격 하락폭 보다 2배가 넘게 줄어 든 원재료비용이 포스코 이익반등의 가장 큰 이유라는 분석이다.
최근 3년 국제 철강제품 가격과 철광석 가격
자료 : 포스코 사업보고서
문제는 원재료가격의 폭락세가 언제 다시 상승세로 전환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의 하락은 복잡한 철광석시장의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2000년대 들어 오면서 중국 철강생산이 급증해 철광석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자 철광석 메이저들은 물론 동남아시아, 남미, 중동 등 철광석 산지에서도 새로운 생산이 이뤄지며 철광석 공급과잉 사태가 벌어지고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철광석가격이 하락하자, 철광석 4대 메이저인 발레, 리오틴토, BHP 빌리톤, FMG는 오히려 생산을 늘려 가격 폭락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생산성이 낮은 신규 철광석 업체들을 압박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덕분에 고로를 보유하고 철광석을 녹여 제품을 만드는 포스코 같은 철강사들은 매출감소에도 불구하고 원재료비가 급격히 줄어 들어 수익성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철광석 메이저들의 압박으로 철광석 가격이 3분의 1수준으로 폭락하자 벌써부터 신규 업체들의 생산량이 6500만톤 가량 줄었고 올해도 8500만톤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월 철광석 시장에는 철광석 값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보고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 포스코 "새로운 시장개척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침체 탈출"
포스코의 경우도 국제 철광석 가격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만 회복해도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철광석 가격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며 이를 극복할 영업전략을 세워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 하락이나 철강제품의 가격 회복에만 기대하지 않고 있다"며 "그동안 공략하지 않았던 인도, 아프리카, 남미 등 새로운 판매처 발굴을 통해 판매 물량을 늘리고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지난 1월 인도에 냉연공장을 준공해 인도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는 자동차 메이저 회사들의 주목을 받았으며 5월에는 중국 중경에 300만톤 제철소를 합작 건립하기로 했다. 또 지난 3월에는 마그네슘 판재를 개발해 포르쉐 고성능 신차에 공급하는 등 새로운 판매처를 늘리고 있다.
한편, 포스코는 고부가가치 제품에도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세계 최초로 개발중인 제품, 이미 상용화된 포스코만의 제품을 '월드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정의하고 개발과 마케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다양한 금속적 특징을 지닌 AHSS, 복원력이 뛰어난 MAFE, 인장강도가 높은 초고강도 HPF 등은 이미 포스코 전체 판매량의 30%까지 증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업체들의 막대한 물량공급과 세계시장의 경기침체는 모두에게 넘기 힘든 높은 벽"이라며 "포스코의 시장확대와 고부가제품 전략이 이러한 어려운 시장환경에 맞아 떨어질지 두고 볼 일"이라고 전망을 유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