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주제발표]
기술금융 주도, 은행 부적절…모험자본 담당해야
인터넷전문은행, "신시장 개척 효과 적을 수 있어"
최근 정부가 금융산업의 실물경제 지원을 활성화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규제체계 구축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2013년 11월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이어 지난해 7월 '금융규제 개혁방안'을 잇달아 발표하며 금융규제개혁에 나섰다.
그러나 진입규제를 강화하고 행위규제를 완화하는 현재 시장의 요구는 시장참여자의 경쟁을 약화시키는 반면 금융소비자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조세일보 주최로 열린 '은행규제개혁 어디까지 왔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시장에서는 진입규제를 강화하고 행위규제를 완화하자는 요구가 있지만, 진입규제는 경쟁을 제한하고 행위규제는 올바른 경쟁을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진입규제 강화 요구는 경쟁 막기 위한 것"
이인호 교수는 "진입규제를 강화하자는 시장의 요구는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금융기관이 더 이상 경쟁자들이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고 마음대로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은행에 대한 규제가 지나치게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되지만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과도한 위험을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호 교수는 규제기관도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규제기관이 규제 이행을 제대로 감독할 유인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규제기관에 대한 규제는 쉽지 않으므로 중복규제를 통한 규제기간 간의 경쟁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복 규제에 대해 시장은 규제가 지나치다고 반대할 수 있지만 단 하나의 규제기관만 있으면 금융기관이 규제기관을 포획해 감독을 받지 않고 시장을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금융, 은행이 주체 되는 것은 부적절"
이인호 교수는 기술금융에 대한 지원은 중요하지만 은행은 투자 주체로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기술을 가진 기업인과 자본을 가진 투자자를 연결시키는 기술금융이 성장동력 마련에 중요하다"면서도 "기업의 생로병사를 보면 작은 기업일수록 기술성장을 많이 하는데,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신용금융은 전통적으로 투자금 상환 불이행의 위험 때문에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은행은 고위험 투자관리 능력을 가진 금융기업이 아닌데다 예금을 관리하기 때문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데 위험이 높은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금융 투자를 은행보고 맡으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또 "실질적으로 기술금융은 엔젤투자자나 벤처투자자 등 기술금융에 대한 전문성이 가진 집단이 투자해야 하고, 위험성을 감수하고도 벤처기업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생태계 마련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핀테크(금융과 IT의 융합산업) 관련해서는 전자 지급결제 관련 규제개혁과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이 화두이다. 이인호 교수는 둘 다 진입규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전자 지급결제 관련 규제개혁의 핵심인 액티브엑스는 해당 기술을 가진 정보통신기업의 독점이윤을 금융감독당국이 보호해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인인증서는 금융소비자 보호가 핵심인데,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그 책임을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금융당국 등이 조화를 이뤄 전자통신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고 금융기관들도 책임을 갖고 혁신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과 관련해서는 "새로운 시장 개척 효과는 작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기존 은행들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기능을 이미 가지고 있다. 은행이 아닌 기업들이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진입하면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의 분리)가 가장 문제되는데 이해상충 방지와 건전성 관리 등 규제체계의 확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