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정책은 우리 경제에 과연 어떤 영향을 줬을까. 올해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경우 가계 부채를 포함한 경제 전체에 타격을 미치진 않을까.
전 세계가 경기 침체를 완화하기 위해 금리 인하와 통화 유동성 정책을 오랜 시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가 늘지 않는 등 그 효과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저금리정책을 본격 시작한 것은 외환 위기 직후인 2001년. 2000년대 초반에서 중반에는 저금리정책으로 인해 소비가 늘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졌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대출 규제 완화와 맞물리며 가계 부채가 팽창하는 등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 금융 전문가들은 한국이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금리정책뿐 아니라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한국 경제가 장기 불황의 위기에 빠지지 않으려면 금리정책 및 가계 부채 등 경제 전반의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가야 할 지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구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윤진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이 인터뷰에 참여했다.
Q. 저금리정책이 가계 저축률과 부채 팽창에 미친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 : "저금리 정책은 경기 부양이라는 긍정적 효과와 가계 저축률 저하 및 부채 확대라는 부정적 효과간의 상충 관계(trade-off)가 있다. 따라서 경기 여건과 부채 상황을 적절히 고려해 정책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 "가계 저축률은 가계소득 분의 가계저축 비율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소비가 증가해서 저축이 감소하는 면도 있지만 투자가 늘면서 소득이 증가하는 면도 있다. 따라서 저금리정책과 가계 저축률 하락의 인과관계를 바로 설정하는 것은 일면만 보는 문제가 있다. 또한 금리가 낮아지면 가계 부채가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부채 증가는 금리 인하보다 고용 불안에 따른 가계의 소득 감소로 생계비 조달이 더 어려워진 탓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가계 전체를 놓고 보면 금융자산이 금융 부채보다 많다. 금리가 낮아졌을 때에는 예금을 많이 가진 노령자, 고소득계층, 자산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자소득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래서 가계 전체적으로 보면 이자비용 감소보다 이자수익 감소의 비중이 더 커 마이너스로 보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LG경제연구원은 저금리보다 저금리를 유도하는 통화 완화 정책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가계를 모두 똑같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정책을 통해 배려해야 하는 계층을 저소득계층, 부채를 많이 보유한 다중 채무자나 하우스 푸어(house poor)라고 할 때 이러한 계층에게는 통화 완화 정책, 즉 금리 인하를 통한 이자 부담 경감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면 고소득계층의 경우 자산이나 소득이 있는 상태에서 부채를 늘려 부동산 등에 투자해 자산을 불리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소득이 적은 계층이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구조적으로 가계 수지가 적자였고, 부족한 생계비나 자영업자 영업자금을 메우기 위해 대출을 받은 사례가 많다.
정부는 저금리정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꾀해 왔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부동산 매매 시장에 뛰어든 부분이 긍정적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가계 부채의 총량이 늘어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소득이 적거나 부채 상환 능력이 적은 취약 계층이 주택 매입과 관련 없이 부족한 생계비를 위해 빌리는 돈이 많아지는 것이 문제다."
Q. 금리 인하 후 가계 대출 리스크의 상승으로 가산금리가 오를 위험은 없나.
김윤진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 : "한국의 가계 대출은 이미 많은 상황이다. 내년 추가적인 금리 인하 때문에 가계 부채의 신용등급이 낮아져 가산금리가 크게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은행별로 가산금리 인상을 위한 가계 부채의 임계 금액(threshold)이 낮을 경우, 가산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조영무 연구위원 : "부채가 늘어서 가산금리가 높아진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면 당연히 부실화 될 수밖에 없다. 가산금리 상승의 문제가 아니라 부실화 될 수 있는 대출이 늘어나는 것이 문제이다."
오정근 연구위원 : "기준금리가 인하된다고 대출금리 인하로 즉시 연결되지는 않는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낮아지더라도 대출금리는 시차가 있는 자금 조달 비용에 의해서, 그리고 대출자의 신용 스프레드 등 가산금리가 더해져서 결정된다. 가산금리는 대출자의 신용도와 대출 기간, 즉 대출 기간이 길수록 가산금리가 증가하는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박성욱 실장 : "기준금리 인하 시 가계 대출의 가산금리가 인상되는 정도는 가계 부채 규모의 확대 정도와 경기 부진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Q. 앞으로 저금리정책이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질 위험은 없나.
박성욱 실장 : "장기간의 저금리는 은퇴자 등의 이자소득을 축소시키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위험투자를 유발한다."
조영무 연구위원 : "금리 인상과 같은 거시적인 대책보다는 저소득계층의 가계 부채 급증을 막기 위한 일시적 대책이 더욱 적합하다고 본다.
금리 인하는 가계 대출만 보고 하는 것이 아니다. 금리를 인하하면 가계 외 대출이자도 줄어들지만 기업의 대출이자도 줄게 되고 이 과정에서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어 소비가 느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또 기업이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여력도 늘게 된다. 돈을 1억원 빌렸다가 또다시 1억원을 빌리면 대출 리스크가 커진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이 돈을 빌려갔는가' 하는 것이 문제이다. 대출금 자체가 얼마큼 늘었는가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지난 10월과 11월 시중은행의 가계 대출이 모두 6조9000억원, 최대치로 늘어났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약 45%는 주택 구입 목적이었고, 그 이외의 용도가 절반을 넘었다. 중소득계층과 고소득계층의 대출 증가 속도가 2배 정도였던 반면, 저소득계층의 대출 증가 속도는 5배 이상이었다.
이러한 주택담보대출 또는 부동산 취득 목적으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낮은 대출이 소득 하위 계층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것이 문제라면 금리 인상이나 인하를 주저할 것이 아니다. 대신 이러한 계층이 돈을 빌리는 것을 까다롭게 만들고 대출 심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 정답이다.
LTV(담보인정비율) 완화는 필요하지만 DTI(부채상환비율) 완화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LTV 증가는 고소득층의 대출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고, DTI는 저소득층의 대출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이것이 동시에 풀린 것이다. 두 가지가 풀린 효과가 각각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정책들을 통해 가계의 신용 리스크가 낮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신용 리스크가 낮아지는 것은 부채 상환 능력이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이 과정에서 가계 부채가 늘어나더라도 부채 상환 능력이 높이진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채 상환 능력이 취약한 계층으로 돈이 풀려나가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김윤진 연구원 : "예금금리가 낮아서 단기 부동 자금 혹은 만기가 긴 자금이 제1금융권으로 흘러들어 기업 투자로 쓰이는 채널이 활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대개 저금리정책이 시행되는 때는 경기가 안 좋아 이를 부양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주식·채권 혹은 부동산시장 등 금융시장이 활발해 자산 가격이 유지되리라는 기대가 없는 한, 저축률 및 투자율이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특히, 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의 유보 자금이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라,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는 신중해야 할 시점이다."
Q. 반대로 미국 금리 인상 후 한국의 금리 인상 시행이나 이에 따른 가계 부채 채무불이행의 위험성은 없을까.
박성욱 실장 :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가 경기회복 정도에 맞춰 이뤄진다면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정적 충격은 완화시킬 수 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을 소득 상승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회복에 비해 금리 상승이 빨리 이뤄질 경우 가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경기 상승에 따른 혜택을 보는 계층과 금리 인상으로 인해 부담이 늘어나는 계층이 상이할 경우 후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조영무 연구위원 : "소비가 줄어들면 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리가 올라간다고 해서 반드시 가계가 부실화 될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그 나라 경기가 튼튼하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좋기 때문에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다. 금리가 올라서 소득이 많아지고 부채 상환 능력이 생긴다면 시중금리가 올라가는 것이 부정적이라기보다 긍정적일 수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자동차가 과속으로 달리고 있을 때마다 브레이크를 나눠 밟는 것과 같다."
김윤진 연구원 : "미국의 금리 인상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가계 대출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미국 금리가 인상 되면 미국 경기가 회복 기조에 놓여 있다는 확신을 시장이 얻게 되고 달러화는 추가적인 강세를 시현할 것이다.
이 경우, 달러화 표시 제품의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한국 국민의 수입 소비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으나, 경상수지가 흑자인 관계로 달러화 강세가 1100원을 훌쩍 넘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 민간 수입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도 작다.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미국으로의 투자가 증가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자산 효과로 가계 대출이 늘어난다고 말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