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소비자들의 불만 폭발과 정치권의 쓴 소리에 움츠려 있던 미래창조과학부가 단통법 폐지여론에 대해 적극적인 공격을 가함으로써 사수 의지를 분명히 하고 나섰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지난 17일 해명자료를 통해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시행 초기 시장이 냉각된 것은 사실이지만 법적용 적응기간이 지난 현재는 시장이 정상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11월 셋째 주(8일부터 14일까지) 하루 평균 번호이동 건수는 1만7천274건으로 7월부터에서 9월까지의 일일평균 1만9천703건에 육박하고 있어 정상 수준에 다다랐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14일 한국투자증권의 분석보고서를 인용, 법 시행 45일이 경과한 시점에서 적정한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으며 단통법 폐지 주장이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시장을 냉각시키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각을 세웠다.
더욱이 단통법의 불합리한 점들에 대한 지적이 법의 정착으로 시장이 정상화 되는 것을 바라는 유통점과 제조사들의 주장과도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 보조금 과열 경쟁, 순전히 통신사들의 얍삽한 상술 때문?
미래부는 통신사들의 보조금 과열경쟁이 정부가 요금 인가제로 경쟁을 막고 있어 발생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요금 인가제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2010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인가제가 아닌 신고제이기 때문에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경우 70여건의 요금인하를 정부의 인가 없이 자유롭게 시행했다”라며 “이를 볼 때 보조금 과열경쟁이 유일한 경쟁수단이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통사들이 장래의 수익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요금인하보다는 일시적인 비용지출을 통해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는 보조금이란 수단을 선호했기 때문이지 요금인하가 제도적으로 막혀있었던 것 때문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따라서 비생산적 보조금 경쟁으로 발생하는 시장실패를 치유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은 당연한 것으로 통신시장에 대한 이해부족과 명분 때문에 발생한 정책실패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래부의 이러한 주장에는 설득력이 약하다. 2010년 3월22일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제28조(이용약관의 신고 등) 제①항은 서비스별로 요금 및 이용조건을 정하여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신고사항으로 되어 있는 것은 맞다.
다만 제②항은 제1항에도 불구하고 사업규모 및 시장점유율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기간통신사업자의 기간통신서비스의 경우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이미 인가받은 이용약관에 포함된 서비스별 요금을 인하하는 때에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하여야 한다.
즉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경우 요금을 인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방송통신위원회의 요금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으로 새로운 요금제 도입이 통신사업자들의 자유재량인 것처럼 발표한 것은 사실을 왜곡한 감이 없지 않다.
특히 통신사업자들이 일시적인 비용지출을 통해 가입자를 유치하고 장기적인 수익을 도모하기 위해 보조금을 동원했다는 주장도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예를 들어 출고가 100만원인 가까운 최신 폰을 2년 약정으로 푸는 경우가 많지만 상당수 소비자들은 약정기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번호 이동으로 다른 통신사로 옮겨가는 까닭에 통신사들이 장기적 요금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 보조금 공시제도가 암묵적 담합을 유도한다는 것이 ‘오해’라고?
미래부는 또 단통법상의 보조금 공시제가 통신사들의 암묵적 담합을 유도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강력히 항변했다.
“지원금 공시는 미리 가격정보를 제공하여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키 위한 것”으로 “사업자들이 단말기별로 각기 다른 공시기간을 적용함으로써 경쟁할 수 있기 때문에 공시가 암묵적 담합을 유도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또한 법 적용으로 모든 국민이 비싼 값에 구입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주장도 “지원금 수준이 낮아졌다는 불만이 있지만 법 시행 이전 과도한 불법 보조금을 지급 받을 수 있었던 일부 극소수 이용자들에 한정된 불만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특히 “단통법 시행 초기 갤럭시 노트4와 같은 최신 폰에 대한 지원금이 11만원에 불과, 상한선인 30만원에 크게 못 미치는데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최신폰 지원금이 상한까지 증가하고 출고가 인하 경쟁도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항변에도 문제는 있다. 정말 단말기 보조금 공지제도가 통신사들의 담합 유도와 관계가 없을까? 오늘자 통신3사의 아이폰6 64GB(기가바이트) 보조금의 공시내용을 보면 KT는 129요금제에 가입했을 경우 22만5000원, SK텔레콤은 LTE10인 경우 18만원, LG유플러스는 89.9요금 기준 17만3000원이다.
요금 수준을 감안할 경우 통신3사들이 지급하는 보조금은 거의 동일하다고 할 수 있음에도 미래부는 어떤 근거로 담합을 유도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더욱이 보조금 상한을 30만원으로 못 밖아 놓고 경쟁을 하라는 말은 결국 30만원을 다 주지 않기 위해 경쟁하라는 말의 다른 말로 들린다.
또한 ‘출고가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라든가 ‘보조금이 30만원에 미치지 못해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 또한 동일한 선상에서 자신들의 정책적 과오를 덮기 위한 수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편 소비자들은 “단통법 폐지론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대통령은 규제완화 한다고 동분서주 하는데 미래부는 엉뚱한 규제 만들어 놓고 그걸 지키겠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미래부의 태도가 납세심리를 위축 시킬 것”이라고 비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