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위한다는 국민행복기금…빚 못갚는 현실 외면

9만5000명, 기초 수급자 등 특수 채무자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민행복기금. 저소득층 채무자의 빚 부담을 덜어주고 경제적 자활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시행 중이지만 실제 빚 상환 능력이 전혀 없는 계층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민행복기금 약정 체결자 중 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이 9만5000명이라고 밝혔다.

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이란 장애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60세 이상 고령자, 장기 입원자, 장애인 부양자, 북한이탈주민 등 경제활동이 어려운 계층을 가리킨다.

문제는 국민행복기금을 운영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채권 소멸시효 연장을 막기 위해 이들 극빈층을 대상으로 묻지마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캠코가 소송을 제기한 건수는 6만7000건이다.

민병두 의원은 캠코가 실적 쌓기를 위해 금융권의 부실채권을 일괄 매입하고 신용정보회사에 채권 추심을 위탁함으로써 약탈적 채권 추심에 따른 인센티브적 수수료가 지급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국민행복기금은 정부의 공적자금 없이 금융권의 출자로 만들어졌다. 캠코는 약 70만명의 부실채권을 일괄 매입 후 12개 신용정보회사에 채권 추심을 위탁, 그 금액이 약 9조9000억원에 이른다. 신용정보회사들은 약 20%의 성과 연동 수수료를 지급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채권 원금이 1000만원인 경우 캠코는 50%를 감면해주고 신용정보회사가 나머지 500만원을 회수해 이중 20%에 해당하는 100만원의 이익을 얻게 된다.

반면, 감면분을 제외한 원금 500만원을 기준으로 원금의 10%인 50만원만 회수하게 되면 신용정보회사에 지불되는 수수료는 고작 10만원에 불과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상환 능력 없는 채무자에 대해, 채권의 소멸시효 연장을 위한 소송이 남발되는 것이다.

민 의원은 "상환 능력 없는 채무자에게 필요한 것은 개인 회생과 파산, 일자리 연계, 복지 서비스이다. 즉,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행복기금의 채무 감면액을 현재와 같이 50~70%의 경직된 방식으로 고집할 이유가 없다"며 "상환 능력에 따라서 80~95%도 고려하는 과감한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약정 체결자 중 특수 채무자 비율

[2014년 국정감사-캠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