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 명가 대상이 계열사인 대상베스트코의 문제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임창욱 명예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와 함께 자본금 1000억원을 투입한 대상베스트코가 올 상반기에도 누적손실이 더욱 확대되고 차입금까지 급증하는 등 부실의 늪이 더욱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회사 강원지사가 불량축산물을 1년 여 유통시켜오다 관계당국에 덜미를 잡히면서 ‘불량축산물범죄 종합세트’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이 사건으로 식품브랜드인 ‘청정원’ 대상 이미지에 씻지 못할 오점을 남겼다.
이 회사의 재무상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정상화가 늦어질 경우 대상의 추가적인 재무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 총자산의 47% 차입금… 대상의 추가 수혈 부담
이 회사는 올 상반기에도 ‘손실 확대·차입금 급증’ 등 재무부실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나 대상에 추가적인 재무부담이 이어질 것이란 업계전망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대상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대상베스트코의 올 상반기 누적손실액은 331.1억원으로 대상과 오너일가가 3년간 투입한 자금 1000억원의 33.1%를 이미 까먹었다.
차입금 또한 954.9억으로 지난해 740.7억원대비 214.2억원이나 급증하면서 자기자본 667.1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영업손실 역시 올 상반기만 97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영업손실인 110.8억원에 육박해 차입금 상환은 커녕 추가적인 외부차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자기자본대비 차입금 비중은 지난해 말 98.0%에서 올 상반기 143.1%로 치솟았고 차입금 의존도 역시 같은 기간 39.2%에서 47.1%로 더 악화된 양상을 보였다.
■ 차입금 급증 불구 대상의 채무보증은 감소... 왜?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은 대상베스트코의 총 차입금이 매년 급증함에도 불구, 모기업 대상이 제공한 지급보증 규모는 2013년 이후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점이다.
총차입금은 올 상반기 954.9억원으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런데 대상의 보증비율은 2012년 145.2%에서 지난해 91.0%, 올 상반기 64.1%로 대출원금을 밑돌고 있다. 통상 금융권은 연체 등을 감안해 대출금의 120% 이상 보증금액을 요구한다.
어찌된 일일까? 이 회사의 차입금을 대출기관별로 보면 2012년까지는 전액이 은행이었고 대상의 지급보증액도 차입금의 140%이상으로 정상적인 흐름을 보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페이퍼컴퍼니(SPC)인 ‘아이엠베스트제1차(유)’로부터 450억원을 빌려 은행 대출 일부를 상환하면서 대상의 지급보증 일부가 해지됐다. 대상은 은행대출을 갚는 만큼 지급보증액이 줄어들었다. 대신 SPC에게는 이자부분만 보증을 서게 됐다.
올 상반기에도 ‘엠와이베스트, 유스타베스트’라는 유한회사로부터 차입금을 조달해 은행 대출을 상환했다고 회사 측은 밝히면서도 정확한 액수의 공개는 거부하고 있다.
대상베스트코 측은 “SPC로의 차입처 변경은 은행의 단기차입금을 장기로 바꿔 매년 금리 협의 없이 안정적 사용이 가능하고 대상의 지급보증 부담을 경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실기업 수준에 해당하는 현 재무구조로는 대상의 보증 없이 대상베스트코 자체 신용도만으로 추가 차입금 조달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담당 임원은 “대상베스트코의 현 재무상태를 봤을 때 신용대출 같진 않다”며 “대상의 지급보증을 대체할 만한 매출채권 등 물적 담보가 제공됐거나 모기업 대상의 신용보강 조치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견해를 보였다.
또한 상환된 은행의 대출이자율이 연4.5 ~ 4.8%(2012년 기준) 수준인데 반해 SPC대출이율은 연 5%여서, 매년 손실 나는 회사가 굳이 금리를 더 부담하면서까지 차입처를 은행에서 SPC로 바꾼 것도 의문이다.
대상베스트코측은 대상이 SPC에게 이자 58억원만 보증하고 450억원이라는 원금의 지급보증에서는 어떻게 빠졌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해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 불량축산물 유통... 식품명가 대상 계열사 맞아?
대상베스트코는 재무상태 악화로 대상에 부담을 주는 것 외에 불랑식품을 유통시키다 적발돼 식품명가 대상의 이미지까지 실추시키고 있다.
◆…불량식품 유통 적발 증거사진 일부... (사진=부정식품사범 합동 수사단 제공)
이 회사 강원지사는 최근 유통기한 및 원산지 변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불량축산물을 제조·판매해오다 관계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게다가 납품과정에서 뒷돈을 제공하는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서부지검 부정식품사범합동수사단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월 대상베스트코 강원지사장 김모씨(51) 등 2명을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운영실장 양모씨(45)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대상베스트코 강원지사 직원은 일반 축산물을 친환경 제품으로 둔갑시키고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판매해 적발됐다. 또 미국산 돈육 갈비를 국내산으로 속여서 납품하고 제조일자를 폐기한 다음 유통기한을 연장시키는 등 온갖 수법을 총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대상베스트코는 거래처에 판매장려금 명목으로 매출가액의 3~5% 상당액의 리베이트를 지급해온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구속된 김씨 등은 축산물 판매실적을 올리기 위해 이 돈을 가지고 한 뷔페식당에 납품하는 대가로 식당 주방장에게 2400만원 상당을 제공한 사실도 적발했다.
검찰관계자는 “대기업이 무리하게 골목상권에 침투하는 과정에서 실적 위주의 경쟁을 벌이면서, ‘불량축산물범죄 종합세트’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다양한 불법 행위가 적발됐다”며 “이 과정에서 납품과 관련된 고질적인 리베이트 관행을 확인해 범죄수익을 박탈했다”고 밝혔다.
대상베스트코 관계자는 “식자재유통혁신을 통한 안전한 식품 제공이라는 사업비전과 목표를 명확히 해준 사건으로 해당 직원의 개인비리라 할지라도 관리 소홀의 책임을 통감하고 식품안전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다”고 회사의 연루 가능성은 부인했다.
하지만 이같은 불법 행위를 지시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검찰의 발표처럼 실적 위주의 경쟁시스템, 판매장려금 등 본사 차원의 리베이트 관행 등을 감안할 때 간접책임까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이 회사 대명점은 지난해 10월, 식품 보존 및 보관기준 위반 행위를 하다가 식약처 주관 범부처 불량식품근절추진단에 의해 적발되기도 했다.
대상베스트코의 잇단 불량식품사고는 현 정부가 불량식품을 4대악의 하나로 규정, 그 척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식품명가 대상의 식자재전문 계열사에서 발생해 소비자들에게 큰 실망을 줬다는 지적이다.
대상베스트코가 중소기업 지역상권침해 논란, 악화일로의 재무구조, 불량식품 유통에 따른 이미지 실추 등 산적한 난제들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