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잇따른 고강도 조사 진행에 직원 피로도 가중
정부 복지축소 추진…공공기관 길들이기 차원 분석도
국내 금융권 최초 여성 CEO인 권선주 기업은행장호(號)가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기업은행은 최근까지 IBK자산운용 등 자회사 대표선임에 대한 정부의 인사검증이 늦춰지며 그 여파로 부행장 등 임원 인사까지 기약 없이 미뤄진 바 있는데 여기에 더해 감사원 감사와 국세청 세무조사라는 이중고까지 겪고 있는 것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국세청 조사1국은 지난달 21일 기업은행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해 3개월간의 일정으로 고강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 대상기간은 2010년부터 2012년 3개 사업연도다.
이와 관련 기업은행 관계자는 "단지 2010년에 이어 4~5년 주기로 진행되는 정기세무조사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번 조사는 2010년 7월 이후 이뤄지는 정기세무조사의 성격이지만 최근 공공기관 복지축소 등의 정부 기조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이뤄지는 산업은행에 대한 세무조사가 은행의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하고 진행돼 그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는데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금융공기업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사실상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정부에서 추진하는 공공기관 정상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구조를 혁파하고 복지부분을 대폭 축소해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같은 정부 방침은 금융공기업을 비롯한 전체 금융권의 반발을 사며 금융권에서 14년만에 총파업(3일)을 추진하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 기업은행은 일본 도쿄지점에서 대규모 불법대출과 관련된 사건이 금융당국에 의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현미경 조사도 세무당국에 의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있다.
하지만 기업은행의 경우 다른 은행과 달리 불법대출이 이뤄진 게 아니라 대출결제승인 문제였기 때문에 이번 세무조사에서는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앞서 기업은행은 지난 4월 9일 감사원의 전방위적인 감사가 진행된 바 있는데 3개월간의 일정으로 세무조사까지 실시되자 내부 직원들이 상당한 피로도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은 기타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되며 임직원들의 성과급 등이 대폭 줄어들었는데 정부의 공공기관 복지축소 방침에 내부 불만이 상당히 고조된 상황이다.
이번 세무조사는 금융공기업의 복지축소 근거로 활용되거나 대규모 세금 추징으로 이어지며 실적에 상당히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SC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농협 등 주요 은행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진행된 바 있으며, 이중 SC은행의 경우는 세무조사로 인해 590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하며 3분기 순이익이 적자로 전환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금융권과 세무업계는 올해 1월 수협에 이어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이 7월 세무조사를 받은 가운데 하반기 조사 일정상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이 차순위 조사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