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증권시장 참여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여기서 사내유보금이란 기업 이익에서 세금, 배당 등 사외로 유출된 금액을 제외하고 회사 내부에 쌓아둔 자금을 뜻하는 말.
다수의 증시전문가들은 사내유보금 과세가 도입된다면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놓기보다는 투자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증시가 보다 활성화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유보금 과세, 자본금 낮추고 ROE 높이는 효과" =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초과유보자금 과세를 통한 배당정책은 주가에 긍정적"이라며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서 ROE란 자기자본 대비 기업 이익의 비율을 뜻한다. 사내 유보금 과세가 배당성향의 증가로 이어진다면 이는 자본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ROE가 상승하고, 한국 주식이 보다 매력적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사내유보금 과세를 통해 배당이 증가할 경우 주식시장이 받게 될 영향을 단기와 중장기로 나눠 분석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내부 유보율이 높은 기업 중 배당 상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통계적으로 3분기가 한국증시에서 배당주 투자에 유리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배당주와 향후 배당 확대 여력이 큰 기업 중심으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주가상승에 따른 한국 증시 할인(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장기투자 문화 정착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자본 차익 보다 이자 및 배당과 같은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 "기업 재무상태 악화 우려…신중히 바라봐야" = 1990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사내유보금 과세는 IMF 직후인 2002년부터 폐지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 등의 부작용이 제기됐고, 과세목표인 배당촉진에도 기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단기적인 증시활성화 보다는 제도의 효과성과 지속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도 나오고 있다.
송동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증시 투자자들의 관심은 배당수익률 상승과 투자 확대 및 신규 투자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고민은 앞으로 늘어날 배당의 지속 가능 여부"라고 지목했다.
그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들의 올해 실적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전망이기 때문에 현금보유액과 배당금이 동시에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
따라서 세금을 피하기 위해 과도한 배당이나 대규모 설비투자 등이 단행될 경우 기업의 펀더멘탈을 해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송 연구원은 "사내유보금 과세안이 발표되자마자 기업의 투자여력감소를 우려하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라며 "결국 투자자 측면에서는 일회적인 배당금 이슈보다 늘어난 배당금의 지속 가능성이 높은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