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토종 커피브랜드 이디야와 엔제리너스가 선전을 펼치며 업계순위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커피전문점 7개사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은 스타벅스와 카페베네가 4821억원과 1762억원으로 부동의 1, 2위를 지켰다. 킨 반면, 엔제리너스는 4위에서 3위로 상승했다. 특히 이디야는 폭발적인 매출 중가세를 시현, 할리스, 탐앤탐스 등을 제치고 단숨에 5위로 도약하는 기염을 토했다.
업계 2위 카페베네는 단기 급성장에 따른 성장통과 공정위의 점포출점 규제 등의 여파로 매출이 뒷걸음질 치며 2위 수성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블랙스미스, 마인츠돔 등 적자사업부를 떼어내며 전열 재정비에 나서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 이디야, 폭발 성장 단숨에 5위 랭크, 엔제리너스는 커피빈 제치고 3위 도약
지난해 이들 7개사의 합산매출은 1조1810억원으로 전년도 1조428억원보다 1382억원 늘어나 12.5% 성장했다. 특히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이디야 등 3사가 각각 23.3%, 19.8%, 87.4%의 증가율로 총 1537억원의 매출을 늘리며 커피업계의 성장을 견인했다.
커피빈, 할리스, 탐앤탐스 등도 3.9~16.6%의 증가세를 시현했지만, 카페베네는 유일하게 16.4% 감소해 가장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카페베네 관계자는 “2012년 공정위 점포출점 거리제한에 따른 영향도 배제할 순 없지만 국내보다 해외진출에 더 집중한 영향이 크다”며 “여기에 적자사업부인 블랙스미스와 마인츠돔 등의 부진한 실적까지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각 사별 매출액과 순위를 살펴보면, 스타벅스는 지난해 23.3% 성장한 4821억원으로, 2위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부동의 1위를 질주했다. 카페베네의 경우 지난해 1762억원의 매출로 전년대비 346억원 줄었지만 2위 수성에는 성공했다.
반면 엔제리너스는 19.8% 성장한 1567억원을 기록하며 1432억원의 커피빈을 4위로 밀어내고 3위로 부상하는 저력을 보였다. 2위 카페베네와의 매출 격차가 2012년 800억원에서 지난해 195억원까지 좁혀져 2위 도약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엔제리너스에 3위 자리를 내준 커피빈의 경우, 지난해 외형 경쟁 보다는 내실과 손익관리에 집중함으로써 3.9% 성장에 그쳤다. 올해 3위 탈환 여부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업계 순위 변동 돌풍의 주역으로는 단연 이디야가 꼽히고 있다. 7개사 중 가장 높은 87.4%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며 불과 1년 만에 최 하위권에서 할리스, 탐앤탐스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2012년 할리스에 밀려났던 탐앤탐스는 16.6% 신장한 757억원의 매출로 할리스와의 설욕전에 성공하며 6위로 올라섰다. 할리스는 4.4% 성장한 68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7개사 중 최하위로 밀려났다.
▉ 스타벅스, 이디야 호실적은 ‘규제의 덫’에서 제외된 덕?
하지만 스타벅스와 이디야의 성장 배경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커피가맹점 출점 제한 규제가 한몫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2012년 11월, 커피 프랜차이즈점들의 무분별한 중복 출점 등으로 인해 가맹점 영업지역 관련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며, 가맹점포수 100개 이상, 연매출 500억 원 이상인 5개 프랜차이즈(카페베네, 엔제리너스, 할리스, 탐앤탐스, 투썸플레이스)에 대해 기존 가맹점으로부터 500m 이내 신규 출점을 금지했다.
하지만 스타벅스와 커피빈은 모든 점포가 직영매장이어서, 또 이디야는 당시 연매출 500억원 기준 미달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규제가 적용돼 손발이 자유롭지 못한 5개 프란차이즈에 비해 자유롭게 점포를 확장한 것이 성장세의 밑거름이 됐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규제에서 제외된 스타벅스와 이디야의 점포수 증감을 비교해보면 나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업계 추산 스타벅스 매장수는 오픈 점포 기준 약 123개. 이디야는 199개 증가한 반면에 카페베네 77개, 할리스 54개, 탐앤탐스는 30개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출점제한 규제가 결정적 요인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그 근거로 규제 대상인 엔제리너스의 경우 점포수와 매출이 큰 폭 증가했고, 대상에서 제외된 커피빈의 경우는 점포수나 매출증가가 단 3개에 그친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디야 관계자는 “규제로 혜택을 봤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이미 규제 시행 전부터 가맹점주 영업권 보호를 위해 500미터 거리제한을 시행 중이었다”며 “그보다는 차별화된 경쟁력 즉, 저렴한 창업비용, 착한 가격, 커피연구소와 동서식품 R&D 협약 등을 통한 고품질의 커피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엔제리너스 관계자도 이디야와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점포 출점 제한 규제의 목적과 필요성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자유경쟁 체제하에서 어느 회사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점포끼리 마주보고 있는 것이 가능하고, 어디는 500미터밖에 개설해야 하는 것은 ‘공평한 경쟁 룰’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여하튼 2위 카페베네에 불과 200억원 차이로 치고 올라온 엔제리너스, 또 3위 자리를 빼앗긴 커피빈의 반격, 여기에 5위 자리를 이디야에 내준 탐앤탐스, 할리스의 리턴매치 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