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우리금융 제치고 4대 금융으로 상승
씨티·SC은행 등 외국계 은행, 퇴락 기조 뚜렷
우리투자증권이 NH농협금융지주로의 합병이 최종 결정되며, 우리나라 금융업계의 지도도 상당 부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으로 자기자본 4조3300억원이 넘는 공룡증권사 탄생이 예고된 가운데 덩달아 농협금융도 4대 금융그룹으로의 진입을 가시권에 두게 된 것이다.
농협금융에 따르면 이번에 우투증권계열(우투증권,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아비바생명)을 인수하게 되면 농협금융은 총자산이 255조에서 290조로 급전상승한다.
이에 따라 농협금융은 2013년말 기준으로 신한(311조), KB(296조), 하나(295조)에 이어 명실상부한 4대 금융지주에 오르는 것이다.
농협은 은행과 비은행 포트폴리오도 상당 부분 개선될 전망이다.
농협금융은 4대 지주 중 은행부분이 5위권으로 여전히 뒤쳐져 있지만 증권과 보험의 자산은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여기에 더해 은행의 비중이 기존 76.8%에서 67.4%로 낮춰지고, 2.6%에 불과했던 증권이 12.6%로 올라서는 등 전체 비은행 부문의 자산비중이 32.6%까지 균형을 맞추게 됐다.
기존 4대 금융인 우리금융은 증권사계열을 넘기더라도 여전히 총자산 334조7000억원으로 4대 지주중 가장 높지만 이중 우섭협상대상자가 결정돼 매각이 진행중인 광주은행(21조6000억원)과 경남은행(35조8000억원)을 빼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은행을 포함한 6개사의 총자산은 277조3000억원으로 5대 금융으로 밀리게 되는 것이다.
사실상 올해 우리은행계열(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PE, 우리FIS, 우리종합금융,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대한 매각이 어떤 방향이든 가닥을 잡게 될 것이기 때문에 총자산을 기준으로 한 4대 금융 경쟁은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금융지주가 해체되는 과정은 부침이 많았던 국내 금융산업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우리금융은 구 한일은행과 구 상업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우리나라 최초의 지주회사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899년 탄생한 대한천일은행으로 이어지고, 이 은행의 은행장을 구한말 마지막 황태자였던 영친왕이었다.
우리금융이라는 최초의 지주사 출범은 한국금융산업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부실화 된 한빛, 평화, 경남, 광주, 하나로종금을 묶어서 거대 금융사를 만든 것이다. 이를 위해 들어간 국민들의 세금만 12조8000억원이다.
외환위기 이전 시중은행은 '조상제한서'로 불리는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은행이 국내 은행산업을 대표했다.
하지만 불과 10여년이 흐른뒤 '조상제한서'의 흔적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과거 리딩뱅크였던 제일은행은 은행장 2명이 잇따라 구속되는 파란을 겪다가 뉴브리지캐피탈 대주주체제를 거쳐 현재는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으로 바뀌었고, 조선왕가의 자본참여로 시작되었던 조흥은행은 신한은행에, 서울은행은 하나은행에 합병되었다.
또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을 품은 우리은행은 외환위기를 지나 우리금융체제 은행으로 재탄생하며 명맥을 이어갔지만 결국 이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우리금융은 증권계열의 매각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대 270조원의 총자산을 자랑하는 우리은행계열이 남아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부실채권은 양과 질 모두에서 은행권 최악이어서 향후 민영화에 커다란 짐이 될 공산이 크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 28일이 밝힌 지난해 12월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25조5000억원이며, 이중에 우리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5조4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실적도 최악이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5760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며, 이는 신한은행(1조3730억원), 국민은행(8422억원), 하나은행(7341억원) 등 경쟁은행에 크게 못 미친다.
우리금융이 이처럼 그 위용을 잃어 가는 것과 함께 한때 선진금융을 전수해 주겠다며 한국에 발을 디뎠던 씨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모습도 씁쓸하기는 마찬가지다.
한때 리딩뱅크였던 제일은행의 영화를 뒤로 하고 SC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40% 하락한 1169억원을 시현했으며, 지난해 3분기에는 22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한국씨티은행과 함께 19만여건의 고객정보를 유출해 물의를 일으켰으며, 1조원대 파생상품 거래에서 회계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이에 SC금융은 4월에 은행장을 아제이 칸왈 은행장으로 교체하고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한국 금융시장에서의 부진은 아직까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 한미은행을 인수하며 기업금융 분야의 강자로서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됐던 씨티은행도 지속되는 영업부진을 견디지 못해 최근 56개 영업점을 폐쇄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최근에는 아예 17년 동안 사용해 왔던 청계천로 본점 건물을 매각해 여의도로 터전을 옮기기로 하는 등 구조조정의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영준 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은 "씨티그룹이 한국에서 영속적인 기업으로 남으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씨티 측은 한국에 남는 마지막 다국적 기업으로 남겠다고 하지만 최근 모습을 보면 신빙성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씨티은행 등 외국계은행은 주요 시중은행과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는 것에서 한술 더떠 이제는 지방은행에게도 수익률에서는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보면 씨티은행과 SC은행이 각각 2191억원과 1169억원을 기록하며, 부산은행(3186억원), 대구은행(2489억원)에 비해 밀리기 시작했다. 또 외국계은행들이 점차 점포를 축소하는데 반해 금융지주체제로 변신한 지방은행들은 광주은행(JB금융)과 경남은행(BS금융) 등 공격적인 M&A를 통해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이처럼 최근 금융권은 대한천일은행의 적통을 이어받았다는 우리은행에서부터 외국계 은행 등에 이르기까지 고통스러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