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수 증대 및 관광 유치 '퇴색'
옆길로 샌 사행산업, 투명성 제고 필요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카지노 붐'(casino boom)이 일고 있다. 중국 정부의 내국인 카지노 규제로 해외 원정 도박이 늘면서 새로운 블루오션(blue ocean)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타이완, 베트남, 캄보디아, 스리랑카, 필리핀, 러시아에서는 카지노 건설이 추진되고 있으며, 카지노를 금지한 일본 정부도 오는 2020년 도쿄 올림픽 개막에 맞춰 개장을 논의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 초 미국의 카지노 기업 시저스엔터테인먼트(Caesars Entertainment)가 인천 영종도에 카지노 설립을 요청했다가 한국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이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의 거대 자본들은 중국과 인접한 인천에 카지노를 열기 위해 한국 정부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진도가 나가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의 고민은 무엇일까.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이자 세계적 명소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Marinabaysands)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며 국내총생산(GDP) 1.7%, 관광 수입 49%의 성장을 이뤘다.
한국 정부도 부동산 침체와 세수입 감소에 따른 재정난에 빠지면서 사행산업을 통해 세수뿐 아니라 고용 창출 및 관광 수입을 늘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특별법을 제정, 카지노를 더 허가하고 외국자본을 유입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중이다. 강원도 평창을 비롯해 경남 창원, 경기도, 제주도 등 관광도시들도 카지노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문제는 카지노 허가를 목적으로 여러 특별법들이 무분별하게 만들어지면서 반(反)국민적 정서에 부딪치고 있는 것.
외국자본들은 내국인도 출입할 수 있는 '오픈 카지노'(open casino)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가 도박 중독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사행산업이란 말 그대로 인간의 사행심을 이용해 이익을 추구하거나 재화를 생산해내는 사업. 현행법상 카지노, 경마, 경륜, 모터보트, 복권,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소싸움은 사행산업으로 분류되며 입장료 전액은 국가에서 징수하는 세금이다.
그러나 기존의 사행산업은 법체계와 운영상 문제가 상당하면서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사회, 투자 자본 간의 이권 다툼이 커 수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정부 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행 일부 법은 사행산업에 대해 '건전한 국민 생활을 저해하고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국가가 운영하는 나눔로또, 강원랜드 카지노, 한국마사회 등이 다 사행산업인데 이 때문에 과거 법 개정 작업을 할 때에도 관련 부처들 의견이 서로 상충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의 '겉 다르고 속 다른' 정책은 외국자본의 투자에 혼선을 일으킬 뿐 아니라 실제로 국내 사행산업을 정화시키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국무총리 산하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일주일에 5일 이상,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 강원랜드를 상시 단속하지만 결국 지역 주민을 타깃으로 한 동네 사업으로 전락, 국민의 호주머니만 턴다는 이미지로 굳어가고 있다.
반면 1년에 한차례 단속을 실시하는 서울과 부산의 외국인 카지노 영업장에서는 지난 4년 동안 3조원대의 불법 외환 거래(환치기)가 이뤄진 사실이 이달 초 밝혀졌다.
중국 남부 마카오의 카지노가 본토의 검은돈을 세탁하는 창구로 악용되고 있는 사실이 최근 들어 속속 드러나 당국의 관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사행산업은 정부에서 세금을 보조하고 관광산업 정책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면서 소홀한 관리 감독 하에 배임·횡령 혐의가 끊이지 않는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한국마사회는 정부의 권고를 무시한 채 실내 경마장(장외 발매소) 매출을 늘려 공기업으로서의 윤리 의식을 저버렸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여야 일부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 피감 기관인 한국마사회의 예산을 이용해 해외 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밝혀졌다.
이태원 강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사행산업에 관한 정부 정책은 항상 모순되고 있다"며 "정부가 합법적 도박을 허용하려면 적절한 제한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