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과세논리 '갈팡질팡'…업계 혼란 어쩌나
세수 오히려 감소? 과세당국 의도 무엇이냐 '와글'
국세청이 신한은행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브랜드 사용료에 대한 과세논리를 스스로 뒤집으며 상당한 논쟁이 관련 업계를 뒤덮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국세청이 신한은행에서 신한금융지주에 지급한 브랜드 사용료 4600억원을 불인정한 것은 앞서 실행한 과세에 대한 자기부정이 될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는 상황.
과세당국이 과세 논리를 뒤집으며 신한금융으로부터 거둬들이는 브랜드 사용료에 대한 부가가치세 등을 받지 못하게 돼 오히려 세수 확보 측면에서는 불리한 역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
또 브랜드 가치 창출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과세당국이 계량화해 세금 부과를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현실적 어려움과 함께 국세청이 단순한 사실판단으로 과세논리를 뒤집은 경우라면 소급과세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과세 논쟁이 '지뢰밭'처럼 널려 있는 가운데 이번 혼란을 부채질한 과세당국이 책임을 지고 조속히 입장 정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2년만에 뒤바뀐 과세논리…소급과세 가능할까 = 우선 국세청이 올해 신한은행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불과 2년 전 신한금융지주 조사 때까지 유지했던 과세논리를 왜 뒤집었느냐 하는 점이 초미의 관심사다.
국세청은 '신한'이라는 브랜드 가치는 은행이 창출한 것이므로 지주사가 브랜드 사용료를 수취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011년 신한금융지주에 대한 세무조사(2002~2007년도분)에서 신한은행 등 자회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간 받지 않은 것은 상표권에 대한 무상허여로 인한 부당지원으로 보고 과세했던 기본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신한금융이 2002년 그룹 신규 CI(상표권)을 개발, 출원·등록해 현재 그룹 상표권의 법적·경제적 소유권을 단독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업계는 국세청의 뒤바뀐 방침에 의아해 하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기존 상표권을 폐기하고 신한금융에 모든 상표권 권한을 넘긴 상황에서 브랜드 가치를 창출했다는 이유로 사용료 지급을 부정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최근 지주사체제가 정착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지주회사의 상표권 제공·관리업무는 자회사 경영관리 업무 중 하나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 대형로펌의 한 회계사는 "기업마다 브랜드를 유지·관리하는 체계가 달라 획일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논란의 소지는 있다"면서도 "브랜드의 등록 명의만 지주일 뿐 브랜드의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은 모든 계열사가 분담하는 경우 지주에게 브랜드 사용료를 받으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 될 수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국세청에서 신한은행 측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신한금융지주에 지급한 사용료 4600억원에 대한 비용을 불인정하며 과거 지급분까지 거슬러 올라가 1300억원 가량을 과세키로 한 부분도 논란이다.
사실상 국세청이 과거 브랜드 사용료를 모두 불인정하며 소급과세를 취했는데 이 부분에 대한 다툼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현행 국세기본법에는 세법의 해석이나 국세행정의 관행이 일반적으로 납세자에게 받아들여진 후에는 그 해석이나 관행에 의한 행위 또는 계산은 정당한 것으로 보지만 새로운 해석이나 관행에 의한 것은 소급 과세를 못 하도록 규정돼 있다.
■브랜드 가치, 계량화 가능할까…'세수 줄어든다' 우려도 = 과세당국이 자회사의 브랜드 가치 창출 문제를 거론한 데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대형회계법인의 한 고위 임원은 "이번에 브랜드 사용료에 대해 논쟁이 본격화되며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에 대한 세금문제도 새삼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 졌다"며 "이번에 국세청이 사용료 부분을 건드렸는데 기업의 브랜드 가치 창출을 기술적으로 계량화해 과세하기는 사실상 힘들다"고 밝혔다.
사실 이번 신한은행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나머지 자회사의 브랜드 사용료 부분에 대한 교통정리가 안됐는데 2007년 3월 인수된 신한카드(구 LG카드)의 경우 계속해 사용료를 받아야 하는 지와 나머지 자회사에 대한 세무조사에서도 신한은행과 비슷한 과세논리를 적용할 지 문제 등 난제가 수두룩하다.
과세당국의 과세입장 전환이 세수확보 측면에서 득이 될지 오히려 독이 될 지에 대한 논쟁도 뜨겁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은행을 포함해 9개 자회사가 연결납세대상법인으로 돼 있다.
브랜드 사용료의 경우 자회사는 손비로 모회사는 이익으로 처리하게 되며, 신한금융지주에서는 연간 1200억원 상당의 브랜드 사용료에 대한 부가가치세로 연간 120~130억원을 과세당국에 내고 있다.
신한금융의 브랜드 사용료 수취가 부당 거래로 규정될 경우 기존에 과세당국에 납부해 온 부가세 상당의 세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더구나 신한은행의 경우 은행법상 상표권 제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회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 수취는 불가하다.
현재 신한금융은 국세청으로부터 브랜드 사용료 문제를 지적받고 3, 4분기 자회사에서 사용료를 받지 않고 있다. 또 국세청에서 브랜드 사용료 수취를 원인자체 무효로 판단함에 따라 그동안 과세당국에 납부한 800억원 상당의 부가세와 결손충당금 2500억원 가량을 어떤 방식으로 충당해야 할지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의 경우 기존 브랜드 사용료에 대한 명칭 전환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실질 내용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한 명칭 변경은 또 다른 문제로 전이될 수도 있다.
더불어 브랜드 사용료 문제가 일반지주회사로 번져 나갈 경우 지주사 체제로 전환된 이후 무형의 자산 관리차원에서 브랜드를 관리해 온 주요 기업들에게 당혹감을 줄 수도 있다.
실제 대형 그룹사들은 신한은행에 대한 과세논리가 뒤바뀐 것과 관련 과세당국의 의도가 무엇인지 사태 파악에 나선 상황이다.
한 대기업의 관계자는 "지주사의 주요 수입원은 브랜드 로얄티와 배당수입인데 신한은행이 상표권을 신한금융에 넘긴 상황에서 새삼스럽게 브랜드 가치 창출 문제를 거론하며 제동을 건 부분에 대해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과세당국이 단순 판단으로 기존 논리를 뒤집었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의도가 무엇인지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고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다수의 조세전문가들은 이번 논쟁의 핵심은 국세청이 손바닥 뒤집듯 과세논리를 바꾼데 있다고 보고 있다.
전임 국세청의 한 고위간부는 "이번 신한은행 과세건은 신한은행 만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는 모든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많은 기업이 이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는 만큼 원인을 제공한 국세청이 TF팀을 꾸려서라도 입장을 조속히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의 입장정리가 늦어지고 법정소송으로 갈 경우, 기업들은 앞으로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회계처리를 해야 할지 수년동안 혼란을 겪게 될게 뻔하다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