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소비자가 보험상품을 선택할 때는 보험사의 보험계약 유지율과 보험설계사의 정착률이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된다.
유지율은 모집한 계약이 어느 정도 존속되는지를 나타내 주는 것이어서 회사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정착률은 설계사가 위촉된 후 얼마나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여서 보험계약의 서비스와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이 두 가지는 보험회사의 지속가능성과 보험서비스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인 셈이다.
그런데 보험유관기관 어디에서도 보험사의 계약유지율과 정착률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와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서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담당자들에게 문의해봐도 그런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계약유지율은 계약자들의 중도해지 추이를 알 수 있어 보험회사의 경영안정성을 가능할 수 있는 지표이다. 또는 영업목표달성을 위한 소위 ‘자폭계약’ 강요 등 불완전 판매의 비중을 추정해볼 수 있어 보험자산의 건전성을 파악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설계사의 정착률 역시 소비자가 보험사를 선택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다. 정착률이 낮다면 보험계약을 관리해 주는 설계사가 조기에 해촉되어 보험계약의 관리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은 보험계약은 돌봐주는 설계사가 없는 ‘고아계약’이 되는 것을 꺼리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미국, 영국에서는 ‘Disclosure Rule’이라 하여 보험상품 판매 시 각 회사의 유지율, 정착률을 설계사의 수수료와 함께 고객에게 의무적으로 밝히게 한다. 그리고 이를 서면으로 확인받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에선 기본 중에 기본인 유지율과 정착률 등에 대한 자료조차도 얻을 수 없는 것이 우리 금융시장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창조경제, 보험민원 감축을 아무리 외쳐본 들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이 공시제도를 도입하여 금융소비자들에게 일부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작 소비자가 알고 싶은 정보는 얻을 수 없다면 쓸모없는 제도일 뿐이다.
보험유관기관 뿐 아니라 보험회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정보도 부족하고 무성의하기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을 해약할 경우 입게되는 손실을 알아보기 위해 보험사에 해약손실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면 ‘사업비 공제’ 때문이라는 간단한 대답 이 전부이다.
사업비 내역이 무엇이냐고 따져 물어보면 홈페이지의 경영공시를 찾아볼 것을 권유 할 것이다. 까다로운 회원가입절차를 거쳐 어렵게 공시내용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정작 필요한 사업비에 관한 내용은 ‘사업비율이 몇 %다’라는 단 한 줄짜리로 끝이다.
임직원들의 급여 및 상여로 얼마를 쓰고 설계사 수당으로 얼마를 쓰고 진단비 등으로 얼마를 썼다는 식의 구체적인 정보는 없다. 그렇다보니 소비자는 보험회사로부터 사업비 바가지를 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된다.
금융업은 허가를 받은 소수의 회사만이 영업할 수 있는 과점상태에 있다. 소비자는 정보의 비대칭성 등으로 상품이나 회사 선택 시 제약이 많다.
하루빨리 유지율이나, 정착률 그리고 사업비 내역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소비자들이 상품이나 회사 선택 시 참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