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50대의 A씨는 올 겨울 한파가 극성을 부릴 때 외출했다 갑자기 쓰러져 119 구조대의 도움으로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원인은 추위로 인한 뇌출혈이었다.
A씨의 유족은 A씨가 생전에 가입한 보험회사에 사망보험금을 신청해 일반사망보험금 1억원을 받을 수 있었다. 보험금을 받아 위로가 된 순간은 잠시였다. 보험사가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A씨가 만약 사망 전에 뇌출혈을 앓았다면 관련약관에 따라 뇌출혈 진단자금 1천만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보험사가 그 내용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결국 해당 보험사에 민원을 제기하여 보험금을 추가로 받았다.
보험사마다 다소 다를 수 있으나 뇌졸중, 뇌출혈, 급성심근경색, 신부전증, 만성간질환, 만성폐질환, 암 등의 질병에 대한 진단특약에 가입하면 해당질병 진단 시 관련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수익자들이 이 보장내용을 알고 적극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해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보험사는 “계약자가 달라고 요청하면 심사를 거쳐 보험금을 지급한다”라는 태도이다.
납입한 보험료에는 경험률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한 재원이 이미 포함되어 있으므로 수익자는 당연히 보험금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보험사들은 어물쩍 넘어가려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고스톱을 칠 때 게임에서 이긴 사람이 흔들고 친 사실이나 피박이나 광박을 씌운 것을 놓치고 돈을 적게 받아가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즐기는 식으로...
하지만 선진국에선 다르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보험사들이 보험을 판매할 때에 명시적이던 묵시적이던 사회적으로 약속한 ‘평온한 생활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그들의 특수한 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즉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보험고객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알려주지 않거나 부적절하게 사고조사를 하고 약관을 부적정하게 해석하는 등 보험사의 ‘신실의무’를 위반하면 징벌적 배상을 하도록 하는 등 엄한 처벌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도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자들에게 관련 제반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보험금지급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위반행위를 금지토록 하게 하는 등 보험소비자 보호를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공공성이 강한 금융회사가 마치 고스톱 게임하듯이 고객이 실수하기를 기대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약력] 삼성생명 부장, AIG생명 부장, GE캐피탈코리아 이사, 에이스(뉴욕)생명 전무, 조세일보 전문위원
